달랑 이력서 한 장으로 국회도서관장 임명?

[국회 운영위] 한나라당 20년 당직자 선출 "관행상 제1야당몫"

등록 2004.12.02 22:02수정 2004.12.0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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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저녁 국회 운영위에서 배용수 국회도서관장 임명동의안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운영위에서 벌어진 배용수 국회도서관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배용수 후보자가 지켜보고 있다.
2일 저녁 국회 운영위에서 배용수 국회도서관장 임명동의안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운영위에서 벌어진 배용수 국회도서관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배용수 후보자가 지켜보고 있다.이종호
국회 도서관장(차관급) 임명동의안이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밟지 않은채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국회 사무총장은 여당이 가져갔으니 도서관장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몫이라는 '관행'상의 이유에서다. 의원들에게 제출된 자료는 한 장짜리 이력서가 전부였다.

30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신임 도서관장 후보로 전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정책기회단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 찬성 14, 반대 6표로 가결했다.

표결에 앞서 의원들의 "최소한의 인사검증절차가 필요하다"는 항의가 이어졌으나 천정배 운영위원장은 "관례가 존중되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의 합의에 따라 임명동의안을 상정했다.

이의제기가 없으면 표결을 거치지 않고 통과되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으나 그나마 민주노동당측에서 "이의 있습니다"라고 제기해 표결에라도 부칠 수 있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각 기관장의 선임에 대해 책임있는 검증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국회 예산정책처장, 사무총장, 도서관장 등의 자리를 다수당이 나눠먹기식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측에서도 이의제기가 이어졌다. 최성 의원은 "17대 국회는 구태를 벗어나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어떤 전문성과 개혁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최소한 제안자나 추천자의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면 안된다"며 "국회의장은 여야를 국회도서관장을 전문성 있는 인사로 할 의지를 밝히기도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의장에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지적은 절차에 집중되었다. 정청래 의원은 "심상정 의원의 지적에 100%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대학생이 쓴 입사원서도 이렇게 불성실하게 작성하지는 않는다"며 의원들에게 나눠진 한 장짜리 이력서를 집어들고 "의원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박영선 의원은 "국회도서관은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도서관인데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도서관이라는 점에서도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아무리 인사문제라 해도 토론도 없이 동의절차를 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만스런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렇다 할 반박은 없었다. 다만 안명옥 의원은 "지난번 국회사무총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와 같은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여당 의원들의 이 같은 문제가 이어지자 천정배 위원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양당 원내대표단간의 합의에 따른 인선이었기 때문이다. 천 위원장은 "인물에 대한 질의나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점을 유념해 달라"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천 위원장은 "의원들의 지적에 일리가 있으나 도서관장 등 국회 기관장의 인선에 검증절차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회개혁특위의 논의과제로 미루자"며 "인물의 적정성 여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관례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한편 배용수(51) 신임 도서관장은 표결이 끝난 뒤 인사말에서 "20년 동안 정당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국회도서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뭔지 잘 알고 있다"며 "표결까지 가는 산고를 겪은 것도 잘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짤막하게 포부를 밝혔다.

배용수 신임 도서관장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공채 4기로 민정당에 들어간 뒤 국회정책연구위원과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등 20년 동안 당직을 맡아왔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배용수 국회도서관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자,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부대표와 안명옥 의원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배용수 국회도서관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자,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부대표와 안명옥 의원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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