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다빈치코드> 속 디지털과의 만남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38)

등록 2004.12.08 07:48수정 2004.12.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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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과 전자도서관


"런던에 교황이 묻은 기사가 누워있노라
그의 노력의 결실이 성스러운 분노를 불러일으켰도다.
그의 무덤위에 있어야 할 구(球)를 찾아라
그것이 장밋빛 살과 피를 품은 자궁에 대해서 말하리라…."

댄 브라운/ 다빈치코드 중


앞의 내용은 소설 <다빈치코드> 중에서 성배의 비밀을 지니고 있는 쐐기돌과 만나기 위한 최종암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 <다빈치코드>를 보면 기호학과 다빈치, 기독교, 미스터리와 인디애나 존스풍의 할리우드적인 어드벤처 법칙을 이리저리 적절하게 배치해서 독자들의 흥미와 적당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소설 속에서는 소설 내용 못지않게 디지털시대임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앞에 제시된 암호를 풀기 위해 소설 속에서 두 주인공이 찾아간 런던시내의 전자도서관의 존재이다.


바로 지난 20년 동안 종교학에 관한 방대한 자료-백과사전, 종교적 일대기, 다언어로 쓰인 경전, 역사서, 바티칸의 편지와 심지어 성직자의 편지 등-가 종이가 아닌 비트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런던 킹대학의 전자도서관과 자타가 인정하는 소설 속 암호 해독의 전문가 랭던과 소피의 만남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앞에 제시한 암호 속 기사의 무덤을 찾기 위해 동원한 방법 또한 지극히 디지털적인 검색방법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장면 중의 하나였다. 소설 속에서 기사, 런던, 교황(pope), 무덤이라는 검색 키워드로, 성배, 장미, 상그리엘, 잔이라는 몇 단어를 가지고 100단어 이내 검색범위 내에서 다중교차 검색을 시도하여 나타난 다음 검색 결과는 지극히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디지털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 명예로운 기사, 아이작 뉴턴경....
....1727년 런던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그의 무덤은....
....친구이자 동료인 알렉산더 포프가...


결국, 런던의 기사는 교황이 아닌 알렉산더 포프에 의해 웨스트민스터에 묻힌 아이작 뉴턴이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방대한 자료 속에서 'pope'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는 지극히 기계적인 디지털검색방법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기호학과 디지털의 만남이라…. 저자는 결국 기호학의 귀결은 디지털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리고 싶었을까?

나에게는 소설 속 성배의 존재 못지않게 방대한 자료를 비트로 데이터베이스화시킨 소설 속 영국 킹도서관의 존재가 끝없는 호기심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전자도서관 현황

a 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 시스템 사이트(http://www.knowlege.go.kr)

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 시스템 사이트(http://www.knowlege.go.kr) ⓒ 김정은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의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인 우리나라의 전자도서관 현황은 어떤 수준일까?

현재 한국의 도서관 협력망은 1996년부터 한국전산원이 전담기관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이 주관기관이 되고,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 산업기술정보원, 연구개발정보센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AIST 과학도서관이 공동참여 하여 ORDBMS(객체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를 적용한 SGML문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다.

이어 지난 2002년 11월 전자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 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6개 주요 도서관이 소장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국가전자도서관(www.dlibray.go.kr)과 각종 논문이나 역사, 문화, 과학기술 분야의 원문 자료를 무료로 검색할 수 있는 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시스템(www.knowlege.go.kr)이 운영되고 있다.

a 국가전자도서관사이트(http://www.dlibray.go.kr)

국가전자도서관사이트(http://www.dlibray.go.kr) ⓒ 김정은

이처럼 정부가 전자도서관 시스템 구축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데이터를 담을 뼈대만 근사하게 세우고 정작 그 속을 채울 디지털콘텐츠 육성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칫 별 쓸모없는 빈 집만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디지털 콘텐츠가 콘텐츠 산업이라는 형태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너무나 상업적이고, 소비 지향적이며 엔터테인먼트적인 흥미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상업적인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 또한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너무 산업적인 면에 치중하다보면 그다지 상업적이지 못하나 중요한 지식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육성은 고사되어버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영리적이지 못한 학술적 문화적 디지털 콘텐츠의 축적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설 속에 나타나는 전자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란 시스템만 구축한다고 해서 한순간에 축적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것 또한 아니다. 전자 도서관의 디지털 콘텐츠의 축적을 위해서는 먼저 시스템 구축과 동시에 예전 아날로그 시절 중요한 자료들의 디지털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아날로그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데는 많은 인력과 시간과 비용이 투자될 뿐만 아니라 현대작품들의 경우에는 디지털화에 있어서 복제권, 출판권, 전송권 등등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가 상존하기 때문에 디지털화에 어려움이 있다. 모두 개인의 힘으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들이다.

따라서 전자도서관의 디지털 자료의 축적과 생산에 있어서 공정이용의 법리의 적절한 적용 및 정부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문화역량을 알릴 수 있는 고전작품들과 현대작품의 디지털화 작업이 정부 지원 하에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정확한 외국어 번역작업도 동시에 촉진시켜야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공공 도서관의 수와 도서관의 장서수가 한 나라의 문화척도인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그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날로그 시절 선진국에 비해 빈약한 도서관 수와 장서수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소설 <다빈치코드> 속 방대한 데이터 축적을 자랑하는 전자도서관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의 전자도서관이 떠오른 이유는 불안감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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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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