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8일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04년 12월 국회로 돌아와 보자. 정기국회 마지막 이틀을 남긴 국회는 색깔공방으로 얼룩졌다. 덕분에 기자들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기자실은 양당 대변인과 율사 출신 의원들의 브리핑과 기자회견으로 빌 새가 없었다. 16대 국회에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유시민 의원을 겨냥, '북으로부터 이회창 관련 자료를 들여왔다'는 주장을 폈을 때도 그랬으리라.
이번엔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그 당사자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집단의 육성으로 집중 포화되었다는 것.
8일 열린 본회의에서 공안검사 출신의 주성영 의원은 "이철우 의원이 92년 북한 노동당에 현지 입당해 당원부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공세의 포문을 열었고, '민변' 출신인 박승환 의원은 "오늘 신문보도를 통해 이 의원이 간첩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의원을 '간첩'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판사 출신의 김기현 의원은 "북한노동당에서 암약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에 있다"고 덧칠했다.
이번 사건을 제기한 한나라당 3인방 주성영·박승환·김기현 의원의 말을 '조합'해 보면 "대한민국 국회에는 이철우라는 국회의원 간첩이 암약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은 과거완료형도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다.
8일이 설전이었다면 9일은 법리전이었다. 이철우 의원의 소위 '조선노동당 가입전력 의혹'에 관한 재판기록이 공개되면서 공방은 달아올랐다. 게다가 당사자인 이철우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등장했을 때 열기는 피크에 달했다.
이 의원은 재판부 기록을 낱낱이 반박하지 못했다. 기자들의 관심사는 1심 판결문에 적시된 김일성 초상화와 조선노동당기를 바라보며 입당식을 거행한 게 맞냐는 것 등이었지만 "만들어 낸 것"이라는 수준의 해명에서 그쳤다. 이 의원은 자신이 4년의 실형을 살게 된 핵심사항인 '민족해방애국전선(이하 민애전)' 가입에 대해서도 "내가 대학졸업 후 활동한 사회운동그룹에 이름을 붙여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부인했다. 사실 이 사건을 당사자의 진술로 입증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었다.
"양홍관은 성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모멸감과 모욕감 고통을 가해 진술을 받아냈다. 총책인 황인오도 간접적으로 고문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의혹사건이고 과거사 진상규명에 포함되어 있다. 전체가 거짓이다. 당시 우리가 20일 동안 모진 고문당하고 잠 안재우고 거꾸로 매달리고 엎드려뻗쳐 하고 손에 껍데기가 까지고 모질게 당했다."
사실 이철우 의원의 결백은 판결문에 대한 반박보다는 '사상전향'쪽에 맞춰져 있었다.
"마르크스 자본론도 읽고, 주체사상도 읽었지만 이제 생명이 다했다는 것을 알고…, 완전히 새로운 가치정립을 하고 지역에서 7년 동안 주민들과 진솔하게 만났고…, 교회에서 안수집사로 신앙활동을 하고 있고…."
곁에 서 있던 동료 의원도 "하나님을 믿는 안수집사다, 주체사상과 하나님이 어찌 양립되나, 과거를 폐기처분하고 사상적으로 완벽히 정리가 되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나님까지 동원, 눈물겨운 순간이다.
'하나님'까지 동원해야 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