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노 대통령, 남북문제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기우'"

[取중眞담] 전·현직 대통령의 '보기 좋은 그림'

등록 2004.12.10 15:06수정 2004.12.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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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5일 남북 정상회담 4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김당

전·현직 대통령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살갑고, 마치 '보기 좋은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찾아온 인사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기우'여서 다행이다"면서 노 대통령이 최근 해외순방에서 보인 외교적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습니다.

이 측근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노 대통령의 남북관계 인식에 실망한 적이 있으나 최근 APEC 정상회의 참석 및 남미순방과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 및 유럽순방에서 보여준 '북핵문제 해결의 한국 주도' 등 일련의 발언을 접하고서 크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노 대통령이 임기의 반환점을 앞두고 해외순방 및 정상외교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정찬용 인사수석비서관은 10일 오후 4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방문합니다. 이날은 김 전 대통령이 4년 전인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날입니다.

문 수석은 청와대에서 일을 시작한 뒤 인사를 드린 적이 없어 '축하인사'를 드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의 행보에는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심'이 담긴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에 앞서 최근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해외순방 중인 노 대통령의 안부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전후 과정은 이렇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하루 전날인 11월30일 '21세기와 한민족'을 주제로 열린 건국대 특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대해 열성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적극 두둔하면서 측면 지원했습니다.

그러자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덕분에 외국에 다니며 대접 잘 받는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의 '지원 발언'을 보고 받은 노 대통령은 김우식 비서실장을 보내 김 전 대통령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 감사를 표한 것입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사실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 두 전·현직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과 오후에 나란히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뻔했습니다. 전·현직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각각 민간외교와 정상외교를 마치고 공항에 들어오는 모습은 한 폭의 '보기 좋은 그림'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파리에서 돌아온 노 대통령이 귀로에 전격적으로 이라크 주둔 한국군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귀국 일정이 9일로 순연되는 바람에 '동일 귀국'은 무산되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차 동아시아포럼(EAF) 총회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잘 알다시피 '아세안+3' 정상회의 및 유럽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김 전대통령은 6일 콸라룸푸르 총회에서 '동아시아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와 마하트리 전 총리, 그리고 하타 츠도무 일본 전 총리 등 'ASEAN+한·중·일' 13개국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알다시피 동아시아포럼(EAF)은 동북아 공동체를 염두에 둔 김 전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타 일본 전 총리도 이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김 전 대통령의 동아시아 통합을 위한 노력을 이렇게 평가했답니다.

"(지난 달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내년에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구상은 이 자리에 참석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창한 것입니다. 또한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EAFTA) 구상이 제출되고 있는데 이 구상 역시 재석한 김 전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시작되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비전그룹, 동아시아연구그룹을 제안하였고, 작년 서울에서 동아시아포럼 창립총회 주재국으로서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큰 공헌을 한 김 전 대통령의 구상력과 선견지명에 거듭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달 말부터 시작된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 및 유럽순방에서 노 대통령이 아세안+한·중·일 회원국과 유럽3국 정상 앞에서 제시한 메시지의 핵심은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 주도' 그리고 EU(유럽연합)를 벤치 마킹한 동북아에서의 화해·협력·통합 질서 구축으로 요약됩니다. 둘 다 김 전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전·현직 대통령은 사이좋게 올해 네 번씩 해외순방을 다녀왔습니다. 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러시아, ASEM 및 인도·베트남, APEC 및 남미3국, 'ASEAN+3' 및 유럽3국을 다녀왔고, 김 전 대통령은 5월 유럽3국(노르웨이, 프랑스, 스위스), 7월 중국, 11월 유럽(스웨덴, 로마), 12월 EAF(말레이시아)를 다녀왔습니다.

단임제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전직 대통령을 두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외국 정부의 공식초청을 받아 국익을 위한 민간외교를 펼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현직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지원하는 것은 여간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닙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국민의 정부 국무위원 일동'은 10일 저녁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국민의 정부 장·차관 출신 150명의 이름으로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해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축하만찬을 갖습니다. 이 또한 '보기 좋은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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