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공세, 한나라가 안 변한 걸 웅변
박대표 천막당사 초심으로 돌아가야"

[원희룡 최고위원 인터뷰] "한나라당이 먼저 사과해야"

등록 2004.12.14 17:36수정 2004.12.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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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주성영 의원 등 한나라당 색깔공세'(일명 '이철우 의원 사건')를 계기로 '박근혜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당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색깔공세 역풍이 리더십의 위기로 돌아온 셈이다.

비주류의 홍준표 의원과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이어 소장파의 대표격인 원희룡(최고위원) 의원은 "천막당사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지도부를 향해 강한 경고성 멘트를 던지고 나섰다.

원희룡 의원은 1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지난 총선에서 과거의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달력 한 장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과연 변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원 의원은 이철우 의원을 둘러싼 공방과 관련, "민의의 전당을 종교재판장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며 "해야 할 일은 밀고 나가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은 말려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고 당의 수구보수화를 우려했다.

원 의원은 이어 "단적으로 이철우 의원 사건이 한나라당이 과거에서 변하지 못했다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20, 30% 고정 지지층만을 의식하고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대로 가면 집권 못한다"

나아가 원 의원은 2007년 대선과 관련 "(이대로 가면) 집권 못한다"며 "새로운 지지층을 창출하지 않고서는 집권은 어림없다"고 못박았다. 원 의원은 또 "대안세력, 정책집단이 아닌 선과 악의 구분법으로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하지만 현 지도부가 외연확대에 치열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박근혜 대표 개인에 대한 언급은 삼가면서도 "지난 총선에서의 지지는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에 대한 지지인만큼 총선 때 회초리 맞던 정신과 천막당사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원 의원은 "찬스가 몇 번 있었다"고 전제한 뒤, "국보법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도 밀고 나갔어야 했고, 대북정책의 진정성도 보여줄 기회가 있었고, 과거사 문제도 아픔을 껴안을 기회가 있었는데…"라며 "여러 차례 기회를 놓치고 시간은 많이 흘렀다"고 말해 박근혜 리더십이 벼랑 끝에 섰다는 일각의 위기의식에 동조했다.


또한 박근혜 대표가 보수강경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 "당내 역학관계 등의 상황론은 더 이상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집안사정 때문에 변화와 개혁이 옆으로 제쳐지는 것을 약속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일축했다.

"민의의 전당을 공안검사의 취조실로 만들지 마라"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가입 논란이 터지면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하는 등 '침묵'을 지켜온 것에 대해 원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뭇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당내 공식 회의기구에서 먼저 이야기하고 우리 스스로의 반성과 변화를 호소하고, 또 촉구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원 의원은 "잘못 제기된 색깔론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번 사건의 문제제기 과정에 수요모임 멤버가 끼어 있어서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난 8일 본회의장에서 이철우 의원을 '간첩'이라 표현하며 폭로에 앞장선 박승환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원 의원은 "바로 강하게 단죄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당도 결국 역풍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 입장을 모으는 절차를 밟자는 쪽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원 의원에 따르면, 이규택 최고위원 역시 한나라당의 '간첩 암약' 운운은 잘못되었다며 사상검증으로 확전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이번 '색깔공세'의 해법으로 "국회를 공안검사의 취조실로 만드는 공세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한나라당이 우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보안법 개폐 공방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을 하루 빨리 법사위에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며 "하루라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당론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자'는 박근혜 대표와는 반대 입장에 섰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번 이철우 의원 사건을 '색깔론'으로 규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개진을 하지 않았다.
"수요모임 멤버가 끼어있어서…. 잘못 제기된 색깔론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처음 문제제기 과정에 수요모임 멤버가 있어서 구성원들의 얘기를 취합해야 했다. 바로 강하게 단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멤버들이 당도 역풍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견개진절차를 밟아서 제기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나도 이해찬 발언, 행넷 등 매주 연달아 사건이 터지고 또 혼자 치고 나가는 형태가 되다 보니…. 첫날에는 나도 대단한 간첩사건이 터진 줄 알았다. 그런데 판결문 보니 12년 전 사건이더라. 이규택 의원도 재판까지 간 사건을 더 끌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간첩 암약' 운운은 잘못되었고 사상검증으로 확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입장이었던 박근혜 대표, 또 과거 재야운동을 했던 김덕룡 원내대표가 있는데 역풍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박 대표의 전향적인 대북정책 입장이라는 '약속'이 있었던 것이고, 또 김 원내대표도 민주화 운동을 했던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올곧게 밀고나갈 수 있는 철학과 시대정신이 있느냐가 문제다.

아마 이번 사건을 대형간첩사건이라고 강하게 확신하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처음 폭로한 의원들도 잘 모르고 했을 텐데, 본회의장에서 폭로가 되고 이튿날 제동을 걸지 않은 게 문제다. 판결문이 나온 뒤에 이규택 의원과 같이 생각하는 의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 현 지도부가 '영남보수'에 의해 콘트롤되고 있는 것 아닌가.
"특정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극우, 당내 경직된 강경보수파들의 목소리가 크다보니 실제 분포에 비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았을 때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보법의 경우 정부참칭 조항은 없애자 하고 공안 출신 의원들이 나서서 도와주면 국민이 보기에도 안심도 되고 전향적으로 나가면서 나를 믿고 가달라 하면 되는데.

이철우 사건을 국정조사하자는 것도 말렸어야 했다. 이철우 의원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하면 민의의 전당을 종교재판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밀고 나가야 되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은 말려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무리한 사상공세... 당내 우려 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박-김 체제를 비판하며 '주도세력 교체론'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당원들과 의원들이 선출한 지도부이므로 앞서 나가는 것(주도세력 교체론)은 적절치 않다. 다만 국민 앞에 한 약속, 과거의 기득권과 억압적인 모습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겠다고 한 약속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한다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달력 한 장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과연 변한 것이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미는 이유는 있다. 우리가 안하려는 것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있어서 그렇다고 여당탓으로 돌리고, 또 당내 역학관계를 들어 함께 가야 한다며 당내 반발세력을 아울러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이 정도면 많이 바뀐 것 아닌가 라는 게 그 이유인데 한나라당이 약속한 변화가 집안사정 때문에 옆으로 제쳐지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애써 자위하기보다 용기와 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밀고 나가야 한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 새로운 사람들로 물갈이되고 당사도 옮겼는데 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국보법과 이철우 사건이 과거에서 변하지 못했다는 걸 웅변해 주고 있다. 여당을 경제살리기로 비판하고 있지만 정말 나라를 걱정하며 국민을 정확히 대변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싸웠는가. 한나라당의 지도부와 다수의 성원들은 20, 30% 고정지지층만을 의식하고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고 있다. 국민 전체를 보고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편향되어 있다. 여당이 못하는 것의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면이 있다."

- 외연확대가 안되면 대권에 영향이 있지 않겠나.
"집권 못한다. 새로운 지지층 창출 없이는 집권 못한다.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이나 정책집단이 아닌 선과 악의 문제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꾸준한 변화가 쌓여야 하는데 지지층을 넓히는데 치열한 문제의식 없는 것같다. 또한 그런 움직임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적대시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끌어내면서 스스로 폭을 넓히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가 부족하다."

- 이철우 사건을 계기로 '반박근혜 전선'이 형성되는 인상이다. 개인 리더십의 문제가 큰 것 아닌가.
"개인에게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다. 박 대표가 국민과 당원에게 변화와 상생을 약속했다.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 합리적 정책대안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에 대한 신임과 지지를 준 만큼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론은 풀어나갈 과제의 문제이지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찬스가 몇 번 있었다. 국보법 정부참칭 조항 없앤다고 했을 때 밀고 나갔어야 하는데, 전향적인 대북정책 진실성 보여줄 기회도 계속 있었는데, 과거사 문제도 아픔을 껴안을 기회가 있었는데, 중소기업 살리기와 민생문제를 일관된 캠페인으로 가져갈 기회가 있었는데…. 총선 때 회초리 맞던 정신, 천막당사에서 황량한 바람 맞고 섰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보법 여당과 논의, 하루라도 지체할 이유 없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개혁소장파들에 대한 기대도 컸다. 세간에는 수요모임의 중심축인 '남-원-정은 이미 붕괴됐다'는 말도 도는데.
"몇 번의 계기가 있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직에 있으니 집행할 책임이 있지만 그 점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유지를 해주어야 한다. 누구나 해도 똑같은 집행을 하라고 모임의 지지를 담아 간 것은 아니다. 일치를 보아야 하는 대목에서 약간 의견들이 갈라지는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국가 정체성, 사상논쟁을 해야 하는 쪽으로 가는데 배부른 먹물들의 관념논쟁은 집어치워야 한다.

외교안보, 고령화 저출산, 일자리, 교육, 주택 등 죽고 사는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추상적인 사상논쟁이 우리에게 보태주는 게 뭐가 있나. 사상논쟁은 좌냐, 우냐 자석을 들이댄다고 끌어당겨지는 것이 아니다. 뉴라이트도 관념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더 들어가 주어야 하는데…. 당직을 맡은 상황이긴 하지만 중심축을 뭘로 삼아야 하는데 있어서는 생각의 근본 바탕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 개혁적인 초선들도 당직을 맡으면서 달라지는 것 같다.
"당직에 대한 기억은 나에겐 끔찍한 추억인데(웃음). 16대 말 내가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대선 자금 고해성사하고 법적인 책임지자고 했다가, 기획위원장 똑바로 해, 간첩 소리도 들었다. 딜레마다. 그런 부분은 치열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큰 방향에 있어 기본적으로 취할 철학과 충돌되는 것은 마음을 열고 의견을 구하고 하는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지키기 어려운데. 의원총회를 하다보면 일부 중진들의 '명령만 내려라 말 안듣는 놈들은 내가 제지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마저 긴장감을 놓으면 군대식과 다를 바 없다. 더 분발해야 한다."

- 이철우 사건 해법은.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통해 종교재판하는 근거 없는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 국회를 공안검사의 취조실로 하는 공세를 즉시 중단하고, 우선 사과해야 한다. 그러면 상호주의차원에서라도 열린우리당에서 그에 상응하는 게 오지 않겠나. 결국 국민이 해결해 줄 것이다."

- 국보법 논의 시점은 언제가 좋다고 보나.
"하루라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개정안 당론 확정하고 법사위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 7조는 수요모임안으로 하고 나머지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측 안을 받아들여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안과 논의과정을 열어놓고 있다. 국발연과 절충안을 만들다 보니 분위기상 다수가 되더라. (개정안 제출시기에 대해 박 대표는) 일단 주머니속에 넣어두자고 하지만 하루 빨리 공론화 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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