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은 들러리?

참여연대, '사법개혁위원회 활동평가 및 사법개혁 전망 토론회' 열어

등록 2004.12.16 13:20수정 2004.12.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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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들은 전체회의에서 들러리를 서는 듯 있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가 오는 27일로 1년 2개월간의 활동을 마감하는 가운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조국 서울법대 교수)가 16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사법개혁위원회 활동평가 및 사법개혁 전망 토론회'에서 사개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a 참여연대가 개최한 '사법개혁위원회 활동평가 및 사법개혁 전망 토론회'

참여연대가 개최한 '사법개혁위원회 활동평가 및 사법개혁 전망 토론회' ⓒ 신종철

임 교수는 토론회 주제발표에 앞서 "사개위 회의는 자리 배치부터 문제였는데, 전문위원들은 회의 석상 뒤편 의자에 앉아 들러리를 서는 듯 있었다"며 "몇 차례 손을 들어야 겨우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임 교수는 "사개위 위원들은 전문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자기 집단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며 "전문위원으로서 사개위 활동에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법개혁 안건을 연구해 사개위 전체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전문위원이 사개위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함에 따라 사개위의 위상 추락은 물론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 임지봉 사개위 전문위원

임지봉 사개위 전문위원 ⓒ 신종철

임 교수는 주제발표에서도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에 관해 지난 13일 26차 전체회의에서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과 대법관 증원방안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표결 처리해 병기됐는데, 이날 전문위원들은 법원행정처장 주최 만찬에 초대되어 위원들만의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주장해 전체회의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사법의 지방분권화 등에 주목하기 시작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하면서도 "제일 민감했던 대법원 기능의 구체적 방안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전문위원의 불참 속에 졸속으로 표결 처리된 것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한 "법조일원화의 법조 개념을 변호사 자격 소지자 집단으로 좁게 잡아 법학 교수들이 완전히 배제된 점 그리고 법조일원화가 확대 실시될 경우 변호사를 하다가 법관을 하고 다시 변호사를 하는 등 법관과 변호사들의 직역 교류가 활발해지면 전관예우 문제와 변호사 개업 후의 이해관계가 법관의 판결에 반영될 수 있는 문제 등이 훨씬 심각하게 표면화될 것인데 이에 대한 대비책 등이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법개혁은 정치문제이자 입법문제인 만큼 정치과정을 통해 풀어야"


이에 앞서 이국운 한동대 법대 교수는 "사개위와 같은 기구를 기획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사법개혁은 어디까지나 정치문제이자 입법문제라는 명백한 헌법적 좌표"라며 "아무리 법조직역의 이해관계와 법률전문가의 식견이 중요하다고 해도 또한 아무리 사법권 독립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염려되더라도 사법개혁도 정치문제(입법문제)인 이상 정치문제는 정치과정(입법과정)을 통해 푸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한 "사법서비스의 수요자로서 사개위에 참석한 위원은 전체의 1/3에 미달하는 수준이어서 사개위 구성이 철저하게 사법서비스 공급자위원회의 본질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사개위에서 사법서비스 소비자의 대표들은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채 공급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합종연횡에 수시로 동원되는 일종의 수동적 유권자의 신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제 사법서비스 소비자회의가 소집돼야 한다"며 "▲ 사법민주화와 분권화는 물론 사법비용의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자치경찰제도와 연결된 치안판사법원의 설치 ▲ 고등법원 단위로 변호사 선발권한 지방화 이양 그리고 적어도 국가예산의 1%는 사법서비스의 실질화를 위해 사용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 재판을 획일화는 거대법관인 법원행정처는 존재 이유 없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재판을 보조하는 업무의 수준을 넘어 스스로가 법관에 대한 감시·감독의 기관으로 기능하면서 전국의 법관과 그 결과로서 전국의 재판을 평균화·획일화하는 거대법관이 돼 버렸다"며 "이런 거대 조직의 법원행정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 법관직급제 폐지 ▲ 법무·검찰의 이원화 ▲ 차장검사제와 부장검사제 등 검찰직급 문제 ▲ 변호사 진입장벽의 해소와 변호사 윤리의 확보 등도 추가적으로 병행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끝으로 "지금까지 논의됐던 사법개혁 과제들은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거나 혹은 국민 위에 군림해 왔던 사법·법조제도를 국민의 곁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면서 "21세기에 요구되는 사법개혁은 사법·법조제도를 국민 친화적 내지는 진정한 법률서비스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사법의 민주성, 지방분권, 사법의 개방성, 배심·참심제 등)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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