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오락프로그램, 공공성은 뒷전

공공재인 전파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어

등록 2004.12.19 04:01수정 2004.12.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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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진행자인 MC와 게스트가 개인적인 친분을 이유로 방송에서 사담을 나누거나 반말 등을 해서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영화나 음반 홍보의 장으로 방송을 이용한다는 지적은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방송을 사유화하기 때문에 따르는 비난이다. 최근 각 방송사에서 선보이는 여러 "토크 오락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점이 혼합된 결정판이다.


토크쇼는 원래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온 대가를 초청해 그의 삶을 조명해보고 삶의 철학을 듣는 방송 형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종류의 토크쇼는 브라운관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후 등장한 토크쇼는 출연자가 연예인으로 협소해지면서 오락성을 차츰 띠기 시작했다. 최근에 등장한 '토크 오락프로그램'은 예능 오락프로그램에 토크쇼를 가미한 형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황금시간대에 대부분 편성돼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BS의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 "야심만만", KBS의 "상상플러스(사진)", MBC의 "놀러와" 등이다.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KBS의 "해피 투게더", MBC의 장수 오락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브레인 서바이버"도 이러한 요소를 최근 대폭 강화했다.

KBS의 상상플러스
KBS의 상상플러스KBS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부적절한 내용은 매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가수 A는 누구와 사귀었다'와 같은 연예인 사생활의 폭로는 다반사다. 심지어 술자리에서 나올 법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주고받는다. 이는 대중을 시청자로 하는 방송의 기본에 부합하지 않는다.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등장한 데는 비약적으로 성장한 연예매니지먼트회사와 시청률에 신경 쓰는 방송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 홍보 역할을 맡아온 스포츠신문 업계가 최근 불황을 맞고 있는 것도 주요한 배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이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이상 이들 매체와 같을 순 없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기획의도가 있다. 출연자를 대상으로 노래자랑을 벌일 수도 있다. 현안에 대해 전문가를 모아 토론회를 벌일 수도 있다. 혹은 드라마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입담 좋은 연예인들을 모아 사담을 나누는 것이 무슨 기획의도에 따르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진지한 자세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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