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공공요금 인상 어떻게 결정하나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등록 2004.12.20 12:27수정 2004.12.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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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북한에서도 이혼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북경에 있는 6곳의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을 지켜보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 두 충격 모두 다 선입견, 더 정확히 말하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하면 사회주의 국가로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12월 1일부터 16일까지 북경의 유력 신문인 <新京報(신경보)>가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을 보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 11월 30일 북경시발개위(北京市發改委)에서 고궁박물관 등 북경에 있는 6곳의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 청문회를 열어 입장료 인상 초안을 마련하였다. 인상 폭은 성수기를 기준으로 5위엔에서 50위엔으로 조정하였으며, 고궁박물관의 경우 현재 60위엔에서 100위엔으로 조정하였다.

하지만 입장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북경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하학란(夏學鑾)은 "세계문화유산의 주요 가치는 인문 가치와 교육 가치다. 입장료 인상으로 인한 문화 보호 기금 마련이라는 주장은 단지 입장료 인상을 합리화하기 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며 입장료 인상을 반대하였다.

청문회가 이번 입장료 조정에 제시한 원칙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입장료에 가치를 반영한다, 둘째 입장료에 공급 능력과 소비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 셋째 관광객들의 심리적 압박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자원의 충분한 활용 및 보호를 촉진한다, 다섯째 자원의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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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 우리에게는 자금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 정호갑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인상에 대한 반대 이유 여섯 가지

하지만 <신경보(新京報)>에서는 12월 2일부터 8일까지 6회에 걸쳐 사설을 통해 입장료 인상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첫째, 값비싼 입장권이 세계 유적지의 가치를 대변할 수 없다. 문화유산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은 문화·지식 자원이어야 하고 기본 속성은 사회 교육, 역사 근거, 연구 대상, 감정 등이다. 문화 유적의 가치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해하고 체험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지 입장료 인상으로 그 가치를 매겨서는 안 된다.

둘째, 세계문화유산 보호 예산의 큰 허점을 누가 밝혀 줄 것인가? 2008년까지 6곳 세계문화유산의 수리 및 보호 예산은 30억위엔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산의 문제점에 대해서 관련 부분의 자세한 보고를 증거로 하지 않았고,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전문가들이 결정한 입장료 조정 방안에 대해 충분한 근거도 들지 않았다.

셋째, 세계문화유산의 입장료는 경제 성장에 따라 인하되어야 한다. 중국 경제가 요즘 들어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재정 수입도 적지 않다. 수입이 많을수록 국가는 부족액을 충분히 공금으로 보충할 수 있고, 입장료도 내릴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된다.

넷째, 세계문화유산 입장료는 어떻게 정해야 하나? 세계문화유산은 이름 그대로 중국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 발전은 세계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투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 소득과 일정 비율로 연결 지어 입장료를 조정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 예산이 늘어남에 따라 입장료를 점차 낮춰나가는 것이다.

다섯째, 청문회의 의견은 왜 국민들의 뜻과 다른가? <인민일보>를 비롯해 각종 언론과 인터넷에 반대 여론이 심각하게 일고 있다.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95%가 입장료 인상에 대해 반대했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청문회에 참가한 21명 전문가의 의견이다.

여섯째, 공공자원의 입장료 인상은 재고되어야 한다. 희소성을 띠는 시장 자원에 있어서 가격 인상은 효과적인 선택이지만 공공자원에 있어서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이다. 시민들이 공공자원을 정부에 위탁한 것은 정부에게 시장가치를 따져가며 이익을 챙기라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사회복지를 늘리라는 차원에서다.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상승에 대한 변호

이러한 반대의 사설을 6회에 걸쳐 내자 북경에 살고 있는 한 회사원인 대진(大秦) 씨는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인상에 대해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최근 발표된 사설에서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의 합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었다. 사설에서 말한 논리대로라면 입장료는 오히려 하향 조정이 되어야 타당하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은 자체의 희귀성, 복제 불가, 재생 불가능과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을 누리고 보호할 권리는 현대인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있기에 완전하게 물려주어야 한다. 현재 연 평균 이화원에 입장하는 사람은 약 600만 명에 달하며 이는 청나라 시대 때의 수백 배에 달한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입장료 상승으로 인해 관광객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걸로 나타났다. 이는 입장료 상승이 보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증거다. 물론 관련측은 저소득층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은 무엇보다 완전하게 영구적으로 이용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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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령 만리장성.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이다 ⓒ 정호갑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먼저 정부에서 청문회를 열어 세계문화유산의 입장료를 조정하고, 그 조정의 내용을 언론이 비판하고 있다. 거기에 다시 시민이 비판에 참여하고 있다. 논의 과정이 열려 있으며 찬반의 논리도 합리적이다. 단지 논의가 원칙과 현실론에 의해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

사설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 특히 "시민들이 공공자원을 정부에 위탁한 것은 정부에게 시장가치를 따져가며 이익을 챙기라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사회복지를 늘리라는 차원에서이다"는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마땅한 권리이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의 훼손을 막아 영구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것도 귀중한 문화유산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마땅한 관점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다. 주장하고 있는 원칙을 국가가 감당해야 할 능력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원칙은 공공자원인 만큼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겠지만 아직 중국은 이 원칙을 수용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것 같다. 그래서 원칙보다는 현실에 기울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원칙과 현실의 논쟁은 무의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논쟁은 국민의 의식을 더욱 더 성숙시킬 것이다. 논쟁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현실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은 수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번 논쟁에서도 청문회가 국민의 뜻과 반대되는 논리를 펴자 청문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북경시발개위에서는 청문회 선발 과정 및 일정을 공개하였다. 이것 또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그리고 북경시발개위 수비관리처 처장(北京市發改委收費管理處處長)인 왕암(王岩)은 12월 16일자 6곳 세계문화유산의 문표(들어가는 표)의 입장료와 함께 원중원(園中園 : 안에 들어가서 따로 내어야 하는 입장료)의 입장료를 동시에 인상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적당한 시기에 초·중등학생의 단체 입장료는 면제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현실 속에서 원칙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중국은 어떠하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중국을 아직 단정지어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섞여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물론이고 원칙과 모순 그리고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그동안 닫혔던 문을 점점 열어가고 있다.

땅덩이가 큰 만큼 중국의 문화는 다양하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제대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하나의 관점에서 또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좀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 설 필요가 있다.

세계문화유산 입장료 조정을 지켜보면서 중국에 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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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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