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엔 울면 안 돼?"

크리스마스 이브 유치원 풍경

등록 2004.12.24 10:11수정 2004.12.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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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렵다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설렘은 남아 있습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특히 아이들은 우리 고유의 명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꼽아 기다리는 듯합니다.


과연 산타할아버지가 오실까? 아니다, 산타할아버지는 가짜다, 작은 다툼까지 하면서 성탄절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a 유치원 원생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왼편에 보이는 구입한 트리보다 멋지지 않은가요?

유치원 원생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왼편에 보이는 구입한 트리보다 멋지지 않은가요? ⓒ 허선행

요즘 며칠은 아침에 유치원 들어서면서부터 하루 종일 물어댑니다.

"원장 선생님! 산타할아버지는 몇 밤 자면 오시나요?"

자꾸만 묻지만 제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었어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았어요?"


선뜻 대답을 못하고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는 녀석을 골려 줄 양으로 제가 한마디 더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두 밤 자고 오신다고 전화가 왔었는데…"하면서 말이지요. 하루 종일 잔뜩 기대를 하는 눈치입니다.

a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사랑의 카드입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사랑의 카드입니다. ⓒ 허선행

퇴근하다 보니 우리 아파트 입구 나무에도 작은 전구를 설치해서 제법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구 생각일까?' 한 사람의 생각이 여러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것 같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는 남편이 내게 묻습니다.

"받고 싶은 선물 있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이 양반이 망령이 났나, 나를 골리려고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금방 얘기 안 하면 유통기한이 지나서 무효라고 합니다. 저녁식사 준비로 선물 이야기는 꺼내다가 잊고 말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이제 곧 아이들과 함께 산타할아버지를 맞아야 합니다. 요 며칠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드릴 카드 만드느라 바빴습니다. 저는 올해는 어떤 선물을 줘야 아이들이 좋아할까 고민하느라 바쁩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제일 받고 싶은 선물이 뭐야?"

성경책을 받고 싶다거나 강아지나 불이 번쩍번쩍 들어오는 운동화를 갖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긴 합니다만 아이들은 한결같이 장난감을 받고 싶다고 합니다.

a 꼬마 산타와 루돌프

꼬마 산타와 루돌프 ⓒ 허선행

고민 끝에 산타할아버지 모양의 자수가 놓인 양말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 몰래 포장을 마쳤답니다. 빨간 모자와 하얀 수염까지 만들어 쓴 아이들이 영락없는 꼬마산타입니다. 꼬마산타만 되는 게 아닙니다. 루돌프 뿔도 만들어 써 봤습니다.

a 유치원 원생들이 캐럴을 뽐내고 있습니다.

유치원 원생들이 캐럴을 뽐내고 있습니다. ⓒ 허선행

작은 트리도 만들고 색종이로 산타할아버지도 접어 봅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면 부른다며 그 조그만 입으로 유치원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캐럴을 부르고 있습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준비는 다 했는데 산타할아버지는 과연 오실까요? 남편이 준비한 내 선물은 뭘까? 실은 나도 몹시 궁금합니다. 몹시 기다려집니다.

a 교사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교사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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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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