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우표디자인 수상작 표절 시비

허점 노출한 정통부 "표절 의혹 짙어... 재심사 등 대책 마련"

등록 2004.12.24 17:13수정 2004.12.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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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가 주관한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 일반부문 최우상 수상작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확인 결과 미국 디자인 회사의 작품(왼쪽)과 최우수상 수상작(오른쪽)은 일부 요소를 빼고는 거의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통부가 주관한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 일반부문 최우상 수상작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확인 결과 미국 디자인 회사의 작품(왼쪽)과 최우수상 수상작(오른쪽)은 일부 요소를 빼고는 거의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10월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의 우표디자인 최우수상으로 선정한 작품이 미국 디자인 회사 작품과 거의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주관부서인 정통부는 표절 의혹이 짙어, 재심사 등을 통해 수상을 취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24일 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정통부가 2005년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 일반부문(주제 퓨전문화) 우표디자인 최우수상(Grand Prize) 수상작으로 선정한 작품이 미국 디자인 회사 '그레트만(Greteman)'의 디자인 작품과 거의 똑같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경북 포항에 사는 김 아무개(25)씨가 내놓은 것으로 각각 동양과 서양을 상징하는 붓과 펜촉, 그리고 달과 태양을 배치하고 흑백 인종 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인체 윤곽을 넣은 것이다.

김씨의 작품은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동양과 서양의 미술문화와 어우러지는 퓨전문화를 잘 표현했다고 호평을 받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상 수상작 미국 디자인 회사 작품과 거의 흡사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이날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디자인 전문 출판사인‘하퍼 디자인 인터내셔널’(Harper Design International)이 최근 출간한 '더빅북오브컬러인디자인'(The big book of color in design) 283쪽 하단에 게재되어 있는 작품과 김씨의 작품이 일부 요소를 제외하면 거의 똑같은 모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작품은 미국 칸사스주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 그레트만 그룹(Greteman Group)의 작품으로, 이를 수록한 책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디자이너들이 애용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작품 요소 중 붓과 펜촉,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인체 윤곽 디자인과 작품의 구성이 그대로 베낀 것처럼 거의 흡사하다.


2005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았던 디자이너 박아무개씨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우연히 발상이 같을 수는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긴급심사위원회를 소집해 수상을 취소시켜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사후에라도 표절로 밝혀진 작품은 수상을 취소시키고 재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다시 선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공모대회 심사위원 “이 정도면 충분히 표절”

정통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개최한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에는 국내외에서 총 1만여명이 2700여 작품을 응모했다. 이 중 해외에서 응모한 작품도 136개나 된다.

이번 일로 정통부는 국제대회를 자처하면서도 표절 의혹이 짙은 작품을 걸러내지 못하는 등 심사과정에 큰 허점을 드러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통부는 <오마이뉴스>가 이같은 표절 사실 확인을 요청할 때까지 관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이던 박아무개씨는 “심사를 진행하면서 표절 작품들을 걸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디자인을 모두 다 검토할 수 없어 간혹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명하면서 “늦게나마 이렇게 밝혀지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특히 정통부 우정사업본부는 김씨의 수상작품을 내년 8월 우표로 발행할 예정이었다. 만약 김씨의 작품이 그대로 우표로 발행됐더라면 국제적으로 큰 망신과 함께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정통부 문제 작품 걸러내지 못해 심사과정 허점 드러내

한편 수상작을 출품했던 김 아무개씨는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평소에 디자인 관련 책을 많이 보는 편이라 작품을 구상하면서 기존 작품과 비슷한 것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작품이 완전히 똑같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각 요소에 변화가 있을 때는 표절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24일 오후 해당 작품이 표절의혹이 짙은 만큼 긴급 심사위원회를 소집해 작품을 재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정사업본부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수상 취소는 물론 우표발행 계획도 전면 재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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