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 지켜줄 것을 요청합니다"

천정배 대표가 김원기 의장에게 보내는 편지...직권상정 공식 요청

등록 2004.12.28 19:44수정 2004.12.29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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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천정배 위원장이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처리하려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에워싸고 회의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
2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천정배 위원장이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처리하려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에워싸고 회의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4대 개혁법안 및 주요 경제법안에 대해 직권상정과 연내처리를 공식 요청했다.

천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의장에게 '의회주의를 지켜줄 것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한나라당은 고의적으로 의사진행을 지연·기피하고 있으며 또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법안처리를 가로막고 있다"며 "국회법에 따라 심사기간을 정해 그 기간이 끝나면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해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28일 저녁 김원기 국회의장이 퇴근하고 있다.
28일 저녁 김원기 국회의장이 퇴근하고 있다.권우성
천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표류중인 법안을 일일이 언급하며 "6월에 국회 제출된 기금관리기본법은 13차의 법안심사소위와 5차의 전체회의를 거쳤고, 10월에 제출된 민간투자법은 4차의 법안심사소위와 3차의 전체회의를 거쳤지만 오늘 다시 운영위에서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로 처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개혁법안과 관련 "국가보안법 폐지안 및 형법보완안은 10월 20일 일제히 제출됐지만 국가보안법은 한달 가까운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장의 기피·거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천 대표는 "오늘 이 순간까지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소속 교육위원장의 고의적인 의사진행 기피와 거부로, 언론관계법과 진실과화해를위한기본법은 한나라당의 대안 없는 반대에 가로막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원탁회의를 거쳐 양당 대표가 참여하는 4자회담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으나 기존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한나라당의 무성의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소수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고, 합의의 정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를 한나라당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 대표는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규정, "소수가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방해하고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은 의회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소수당이 의회를 지배하면 총선민의가 심히 왜곡되어 민주주의가 일대 위기에 봉착할 것"라고 우려했다.


한편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롯해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 30분 국회의장 공관에서 국회의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이들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에게 보낸 서한 전문이다.

김원기 국회의장님께


의회주의의 보루로서 민주적이고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애쓰시는 의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열린우리당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총선민의를 받들어 미래지향적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여러 개혁입법을 추진해왔습니다. 아울러 경제활성화를 통해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법안의 처리를 추진해왔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포함한 4개 개혁법안은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도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미래지향적 개혁법안입니다. 기금관리기본법, 사회간접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국민연금법 등 투자활성화를 위한 3법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 줄 매우 긴요한 법안입니다.

그러나 당리당략과 수구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나라당이 관련 상임위에서 표결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자기당 소속 위원장으로 하여금 의사진행을 기피·거부케 하거나 법사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여 이 법들이 오랜 기간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당은 여야간 합의를 권고하신 의장님의 뜻에 따르고 대화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원탁회의를 거쳐 양당 대표가 참여하는 4자회담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습니다. 그러나 일체의 정치적 절충과 타협을 거부하고 기존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한나라당의 무성의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합의 무산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입각해 상임위별로 법안을 처리하고자 했으나 한나라당은 다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법안처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6월에 국회 제출된 기금관리기본법은 13차의 법안심사 소위와 5차의 전체회의를 거쳤고, 10월에 제출된 민간투자법은 4차의 법안심사 소위와 3차의 전체회의를 거쳤지만 오늘 다시 운영위에서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연금법은 6월에 제출되어 12차의 소위, 5차의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수개월을 씨름했지만 오늘 보건복지위에서 야당의 고의적 표결불참으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4개 개혁법안은 10월 20일 일제히 제출됐지만 국가보안법은 한달 가까운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장의 기피·거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순간까지 사립학교법은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의 고의적인 의사진행 기피와 거부로, 언론관계법과 진실과화해를위한기본법은 한나라당의 대안 없는 반대에 가로막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의회주의는 심대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소수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고, 합의의 정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를 악용한 소수가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방해하고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은 의회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소수당이 의회를 지배하면 총선민의가 심히 왜곡되어 민주주의가 일대 위기에 봉착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선진사회 진입을 향한 개혁입법을 늦출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의 부활을 학수고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방해와 폭력적 저지로 현재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표류중인 별첨 법안에 대해 의장님께서 국회법에 따라 심사기간을 정해주시고 그 기간이 끝나면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해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의장께서는 국회의 권능을 지켜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고 일대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12월 28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천 정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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