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 경찰 호위속 '출근' 성공
시위대 1000여명 "직권상정" 호소

[현장중계 - 17신] 국보법 폐지 위한 1박2일 '끝장 단식농성'

등록 2004.12.29 20:24수정 2004.12.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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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취재 : 장윤선 김지은 박상규 기자
- 사진 : 권우성 기자
- 동영상 : 김호중 기자
- 정리 : 신미희 김덕련 기자



a 30일 오전 9시 15분경 김원기 국회의장 일행을 태운 차량이 경찰이 확보해 놓은 통로를 빠져 나와 국회로 향하고 있다.

30일 오전 9시 15분경 김원기 국회의장 일행을 태운 차량이 경찰이 확보해 놓은 통로를 빠져 나와 국회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 단식단과 국민농성단 1000여명이 30일 오전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 단식단과 국민농성단 1000여명이 30일 오전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7신 : 3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현재 -7.5℃·풍속 1.0m/s

김원기 의장 '국회 출근' 성공... '직권상정' 촉구 물결 뚫고


국보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1000여명의 항의시위단이 공관 주변에 몰려든 가운데 김원기 국회의장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출근에 성공했다.

경찰은 아침 7시부터 몰려든 단식농성단 등 시민들이 공관주변을 에워싸자 40명이 길을 트고 도로 양쪽에 경찰을 도열시켜 시위 참가자들을 차단했다. 김 의장은 오전 9시15분쯤 한남동을 빠져나가 국회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차량 접근을 막자 '직권상정'이 쓰인 피켓이 보일 수 있도록 다른 참가자를 목마 태우기도 했다. 또 일부 참가자는 피켓을 차량 앞쪽으로 던지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국민 단식농성단을 비롯한 10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김 의장 차량이 지나가는 내내 '직권상정, 국보법 폐지'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a 대학생 수십명이 김원기 국회의장이 출근하는 차량 안에서 볼 수 있도록 '직권상정'이라고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육교위에 서 있다.

대학생 수십명이 김원기 국회의장이 출근하는 차량 안에서 볼 수 있도록 '직권상정'이라고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육교위에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6신 : 30일 오전 8시 30분] 서울 현재 -8.0℃·풍속 1.0m/s

단식참가자 1000여명 의장공관 앞 출근시위..."직권상정하라"



[한남동 의장공관]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30일. 김원기 국회의장은 1000여명의 인파를 뚫어야 국회로 출근할 수 있을 듯하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이날 오전 7시부터 한남동 의장공관 인근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국민 단식농성단이 김 의장 출근시간에 맞춰 1주일째 직권상정 촉구시위를 벌여왔지만 이날처럼 1000여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은 처음이다.

어제(29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1박2일간 '직권상정 국보법 연내폐지 국민촛불대행진'을 진행한 국민단식단은 새벽 7시 5분께부터 지하철을 이용, 차례로 공관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7시50분 현재 1000여명 정도의 인원이 도착했다.

항의시위 참가자들은 의장공관 100m 인근에 있는 한남초등학교 앞부터 국회 방향 8차선 도로 양쪽으로 두 줄에서 네 줄씩 줄지어 선 채 '직권상정, 국보법폐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육교 위에도 수백 명이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연대측은 방송차량을 한남초등학교 앞에 배치, '국가보안법 철폐가' 등의 노래를 내보내고 있다. 단식자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점퍼에 모자나 목도리를 꽁꽁 동여맨 모습으로 나와 '직권상정'이 적힌 피켓 수백 개와 플래카드 10여 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출근 러시아워가 시작된 한남초등학교 주변에는 '직권상정,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있다. 경찰은 의장공관 주변에 경찰병력 16개 중대 약 1600여명의 경찰 기동대원을 배치한 상태이다. 오전 8시 현재 김 의장은 아직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소금 먹지 못한 단식농성단 무사할까
30일 아침 탈진자 등 9명 쓰러져

▲ 30일 오전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앞에서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단식농성자 9명이 탈진해 쓰러졌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저녁 8시 이후 물과 소금의 섭취를 중단한 국민 단식농성단은 무사할까. 물·소금을 12시간 가까이 먹지 못한 참가자들은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30일 오전 8시 30분경 단식자 중 3명이 탈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8시 50분경 추가로 6명이 쓰러져 탈진한 사람은 9명으로 늘어났다.

단식농성단은 무엇보다 어젯밤 장시간 강추위속에 앉아 있었던 탓에 어깨와 팔다리,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또 물과 소금을 전혀 먹지 않는 단식자들은 "목이 너무 아프고, 입에 침이 생기지 않아서 말하기조차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25일째 단식 중인 울산에서 올려온 정영희씨는 "어젯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16일째 단식 중인 김재화(민주노총)씨는 "갈증으로 인한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말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단식 25일째인 김국래씨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인데도 "입이 마르니까 다른 사람과 말을 못해 너무 답답하다, 오늘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안지중 국민농성단 상황실장은 "오늘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단식농성단에는 봉고차량 두 대가 신속한 병원 수송을 위해 대기 중이다.


[15신 : 30일 오전 6시 30분] 서울 현재 -8.0℃·풍속 1.0m/s

함세웅 이사장 "한나라당의 구시대적 사고가 슬프다"


a 함세웅 신부(자료사진).

함세웅 신부(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보법 폐지를 위한 1박2일 끝장단식농성과 촛불문화제가 열린 29일 밤. <오마이뉴스>는 최근 국보법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원로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한밤의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최근 국보법 폐지안을 둘러싼 국회 논쟁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지금으로서는 국회의장 직권으로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벌어질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를 우려하는 함 이사장은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경위권을 발동하는 것도 매우 부끄러운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보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이나 토론조차 막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 함 이사장은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통행금지를 없애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국보법은 48년 제정 당시부터 매우 불순했던 법으로 이미 UN, 앰네스티 등 국제기구들이 국보법 폐지를 권고하는 마당에 그 법을 고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보법 폐지에 시간낭비는 금물

또 함 이사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구시대적 사고가 슬프다"며 "그들은 나라의 안보를 위해 국보법을 수호하는 게 아니라 썩은 가치를 부여잡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은 함 이사장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국보법을 폐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며 "탄핵 이후 자신들이 어떻게 당선됐는가 곰곰이 따져보고 더 이상 국보법 폐지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제언했다.

특히 함 이사장은 국민단식농성단의 건강상태를 우려하면서 "그분들의 건강이 매우 위험한 상태로 갈 수 있다"며 "만일 누군가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선다"고 걱정했다.

함 이사장은 올해 안에 국보법이 폐지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장이 우선 결단해야 한다"며 "56년간의 잘못을 깨끗이 청산하려면 최우선으로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4신 : 30일 새벽 4시 30분] 서울 현재 -7.6℃(체감온도 -11.3℃)·풍속 2.0m/s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국회 농성장...국보법 폐지 요구는 같으나 따뜻했다


[국회] 30일 새벽 2시, 수십 대의 전경버스에 둘러싸인 국회의사당은 한낮의 소란에서 벗어나 어둠과 정적에 휩싸여 있다. 반면 국회의사당 1층 146호 회의실에서는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국보법 연내 처리를 요구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1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

29일 밤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찾아가 김원기 의장에게 국보법 폐지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했던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은 30일 새벽에도 이 회의실에서 밤샘농성 중이었다. 이 자리에 있던 우원식·김태홍 의원은 노트북을 켜고 웹서핑을 하다 인터넷매체에 실린 여의도 '1박2일 끝장단식농성'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우원식 의원은 의장공관에서 김의장 면담을 마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얼굴이 밝았다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가 좋아했던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의장에게 확실히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시민·선병렬·이인영 의원 등은 농성장 바닥에 앉아 바둑을 두며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정봉주·송영길 의원을 비롯 5명의 의원들이 임시 매트리스를 깔고 군용 모포를 덮은 채 잠들어 있다. 건조한 공기 탓인지 이들의 머리맡에는 5대의 가습기가 돌아가고 있다. 농성장 공기는 매우 따스했다.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끝장단식 텐트촌의 온도와는 천지차이다.

새벽까지 깨어 있던 선병렬 의원은 "30일에도 김원기 국회의장이 국보법 폐지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다면 임시 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는 어쩔 수 없이 국보법 폐지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말해 국보법 폐지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탄핵의 추억'이 두렵다
김원기 의장이 직권상정을 망설이는 두 가지 이유

현재 김원기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 없이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이면 국민들 사이의 분열이 심각해진다"는 이유로 국보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원론적인 이유' 외에 김원기 의장이 진짜 두려워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121석에 달하는 한나라당의 물리력이 첫 번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의장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직권상정했는데 한나라당 물리력에 막혀 통과가 안 되는 '대형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며 "김 의장은 그런 상황을 실제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21석의 한나라당은 지난 대통령 탄핵 당시 47석에 불과했던 열린우리당과 비교 자체가 안 되기 때문. 여기에 의장이 경위권을 발동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도 최대 50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김 의장 발목을 잡고 있다.

다음으로 김 의장은 '직권상정 후 폭풍'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다른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 의장은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겪었던 무시무시한 후폭풍이 열린우리당에 찾아 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지금과 그때 상황은 다르다고 설득해도 먹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래저래 김 의장은 '탄핵의 추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12월을 지내고 있다.

[13신 : 30일 새벽 3시 50분] 서울 현재 -7.4℃(체감온도 -11.8℃)·풍속 2.5m/s

서총련 학생 80여명, 타워크레인 농성자 '지지방문'


국회 내 45m 타워크레인 위에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수배자 유정숙·박영봉씨를 후배들이 지지방문했다.

이날 '직권상정 촉구 및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한총련 산하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학생 80여명은 행사가 모두 끝난 2시간 뒤인 30일 새벽 2시께 타워크레인 인근으로 찾아가 시위자들을 위로했다.

서총련 학생들은 경찰의 저지로 국회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한 채 타워크레인이 있는 국회 도서관 공사장 쪽 담장 밖 도로에서 상공을 향해 '한총련 진군가' 등을 불렀다.

또 학생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 219명의 단식자들이 오늘은 물과 소금마저 먹지 않는 '결사단식'에 들어갔다는 소식과 국보법 없는 2005년을 맞이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지방문에 참여한 서총련 소속의 한 학생은 "타워크레인 위의 선배들을 보니 안타깝고 착잡하기만 하다. 연내에 꼭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김원기 국회의장을 향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올바르게 행동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어서 의사봉을 들어 국보법 폐지안을 직권상정하라"고 당부했다.

"밤엔 뜬눈으로...낮엔 시민 향해 '선전전'"
[전화인터뷰] 45m 위에서 잠 못 드는 '고공시위자'들

▲ 29일 저녁 국가보안법 연내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한총련 소속 대학생 2명이 이틀째 국회의사당이 바라보이는 타워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45m의 타워크레인 위에도 잠 못드는 이들이 있다. 지난 28일 오후 6시경부터 국회 도서관 내 서고동 신축공사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국가보안법 폐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유정숙(27·2000년 전여대협 의장·전남대 총여학생회장)씨와 박영봉(28·2002년 경기남부총련 의장·경기대 총학생회장)씨다.

<오마이뉴스>는 29일 밤 유씨와 박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현재 바지 2개, 점퍼 2개 등 10여벌씩의 옷을 껴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5ℓ 플라스틱 생수병이 밤새 꽁꽁 얼어 있는 것을 보고 추위가 실감 났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밤에는 동사를 우려해 뜬눈으로 보내고 하루 중 3번은 난간에 나가 시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거나 '국가보안법 철폐가' 등 노래를 부른다고도 했다. 잠은 교대로 4시간씩 새우잠으로 떼우고 있는 상황.

이들은 누구보다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유씨는 "김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을, 박씨는 "17대 국회의 과제가 뭔지 심사숙고해 연내에 꼭 국보법 폐지안을 통과시키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a 여의도 공원에 설치된 단식농성자들의 숙소앞에 '국가보안법 없는 200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밝게 웃는 사람들의 그림이 내걸렸지만 국보법 폐지를 위해 장기간 단식농성중인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여의도 공원에 설치된 단식농성자들의 숙소앞에 '국가보안법 없는 200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밝게 웃는 사람들의 그림이 내걸렸지만 국보법 폐지를 위해 장기간 단식농성중인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2신 : 30일 새벽 3시 30분] 서울 현재 -7.4℃(체감온도 -11.8℃)·풍속 2.5m/s

잠못드는 원로들...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 "따뜻한 방에 있어 죄송"


a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자료사진).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올 한해가 이틀 남았다. 국가보안법은 과연 사라질 것인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넘어서는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국회 앞 국보법폐지 단식농성장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9일 밤 농성단만 잠들지 못하는 게 아니다. 한평생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민주 원로'들의 새벽은 더욱 길다. 지난 28일 국보법 연내폐지를 위한 원로선언에 나섰던 이들은 국회 앞 농성단이 '물과 소금까지 먹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자 잠들지 못한 채 밤을 밝히고 있다.

여의도에 3000여개의 촛불이 한창 밝혀질 무렵 '국보법 폐지 원로선언'에 참여했던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29일 밤 11시경 전화로 연결했다. YWCA연합회 총무, 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63년)을 거쳐 부천서성고문사건대책여성단체연합회장(86년), 평민당 총재권한대행·13대 국회의원(88년) 등을 지냈던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그의 국보법 폐지론을 들어봤다.

그는 몇번이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거기(여의도 단식농성장)에 있어야 하는데 따뜻한 방에 있어해 뭐라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진심어린 박 이사장의 말이 강추위에 떨고 있는 단식농성단에게 큰 힘이 될 듯했다. 그는 김 의장의 용단을 거듭 당부했다.

- 현재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1박2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너무너무 죄송하다. 나도 그곳에 있어야 하는데 같이 있지 못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내가 향린교회를 다니는데 우리교회의 조헌정 목사께서 국보법 폐지를 위한 단식에도 참여하시고 주일마다 국보법과 관련한 말씀도 전해주셔서 그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잘 안다. 또 보도를 통해서도 소식을 계속 챙겨보고 있다."

예전 '명동 3·1사건(긴급조치권을 철폐 민주인사와 학생석방, 박정희정권 퇴진 및 민족통일을 요구하는 3.1 민주구국선언)', 권인숙씨 사건, 이한열씨 사건 때마다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농성과 단식농성을 했던 생각도 난다. 아마 그때 우리가 느꼈던 절박감을 현재 여의도에서 농성하고 있는 분들도 느낄 것이고 이런 절박감이 이 분들을 지탱해 주리라 생각한다. 여의도에 가 있지 못하고 따뜻한 방안에 앉아 있어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의도 촛불행사 참가자들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국보법 폐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작 철폐됐어야 할 법인데 이렇게까지 된 상황이 안타깝고 분개스럽다. 이 법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 간절한 뜻을 갖고 단식까지 하는 분들의 바람이 어서 이뤄져야 할 텐데..."

-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아는 그 분(김원기 의장)은 국보법이 철폐되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국회는 '정치판'이고 정치에는 다 상대 당과 상대 당의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번에 국보법을 철폐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더 힘들 것이다. 김 의장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11신 : 30일 새벽 0시 59분] 서울 현재 -6.5℃(체감온도 -16.6℃)·풍속 2.5m/s

민노당 의원단 "연내에 반드시 폐지하자"...단식농성자 생수, 소금 쏟아내


a 단식농성자들이 물과 소금을 먹지 않기로 결의한 뒤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단식농성단 천막숙소에서 생수통을 모두 철거하고 있다.

단식농성자들이 물과 소금을 먹지 않기로 결의한 뒤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단식농성단 천막숙소에서 생수통을 모두 철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단식농성자들이 섭취하던 생수와 소금을 농성천막에서 모두 철거했다.

단식농성자들이 섭취하던 생수와 소금을 농성천막에서 모두 철거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단식농성자들이 천막에서 꺼낸 생수통에서 물을 모두 버리고 있다.

단식농성자들이 천막에서 꺼낸 생수통에서 물을 모두 버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의도] 밤 9시 57분부터 시작된 국보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 2부가 밤 11시 40분경 끝났다.

참가자들은 콘크리트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침낭이나 담요로 무릎을 덮고 모자, 귀마개, 마스크, 장갑, 목도리 등으로 동장군의 기승에 맞섰다. 그러나 저녁 7시부터 체감온도 -16.6℃(기상청 발표)의 강추위에 5시간 넘게 자리를 지킨 참가자들은 안쓰럽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2부 행사는 주로 추위를 이기기 위한 문화공연을 중심으로 펼쳐졌고 '우리연극 덕배기' 팀의 난타공연, 국보법 폐지 홈쇼핑 개그,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첫 번째 정치연설을 맡은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은 "100만 동포를 죽인 게 국보법이고 수구반동 세력이다, 저들은 국보법이 없어지면 나라의 정체성이 무너진다고 하지만 정작 국보법이 사라지면 학살, 고문,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 공화국이 없어지고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이 우뚝 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천영세 의원을 비롯 민주노동당 의원단 소속 7명이 무대에 올라 국보법을 연내에 반드시 폐지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천 의원은 "오늘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무려 61개 법안이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는 방망이 소리가 계속 울려퍼졌다"며 "하지만 이 가운데 국보법 폐지안 등 역사발전과 민생개혁을 담은 법안들은 빠졌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또 "심지어 재벌이 50%를 장악하면 나머지 절반의 땅을 언제든지 강제징수할 수 있는 기업도시법과 가진 자들의 소득세를 면죄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 농어촌 특별지원비를 감세하는 '반농민·반어민법'도 통과됐다"고 규탄했다.

민노당 의원단 발언 이후 사회자는 국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총련 학생들을 격려하는 함성을 외치자고 제안했다. 진희영(23·단국대 총학생회장) 한총련 대표는 "2001년 단국대 활동가조직 사건으로 10명의 선배들이 갑자기 잡혀갔다"며 "국보법상 이적단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너무나 억울했다"며 국보법 폐지를 외쳤다.

밤 11시 30분경 2부 행사를 마친 단식농성단 참가자들은 여의도 공원 천막에서 생수와 소금을 쏟아놓고 "국보법이 완전히 폐지되기 전까지는 소금과 물조차 먹지 않고 폐지투쟁에 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30일로 단식 19일째를 맞이한 조철호 인천연대 서지부 사무국장은 "국보법 철폐가 가시화될 때까지 물과 소금을 먹지 않겠다"며" 병원에 실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씨는 "단식자 중 이미 20명 정도가 병원에 실려가는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 추운 겨울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a 29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김원기 국회의장 설득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29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김원기 국회의장 설득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10신 : 30일 새벽 0시 35분] 서울 현재 -6.5℃(체감온도 -16.6℃)·풍속 2.5m/s

열린우리당, 의장 설득 실패... 김원기 "여야합의 노력 끝까지 해달라"


밤 11시 50분. 의장 공관 안에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공관을 떠났고 김현미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김기만 국회의장 공보수석이 공관 문 앞에서 면담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공보수석은 이와 관련, "김 의장이 아직도 여야합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으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김 의장이 오늘은 직권상정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내가 의장이더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너무 욕심내지 말라'는 김 의장 말이 내일도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말을 꺼내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몰려와 막을 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직권상정마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의장 설득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공관을 떠나는 의원들과 김 대변인은 밝은 표정이어서 김 의장에게서 중대결심의 징후를 읽어낸 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a 29일 밤 11시경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현관앞에서 중진 의원들이 김원기 의장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요구하기 위한 면담을 하는 동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9일 밤 11시경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현관앞에서 중진 의원들이 김원기 의장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요구하기 위한 면담을 하는 동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9신 : 29일 밤 11시 35분 ]

이종걸 "의장이 마음의 열쇠 풀지 않고 있다"..의원들 공관 안으로 우르르


[한남동 의장공관] 29일 밤 11시 25분 의장 공관 마당에서 김원기 의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시위성 대기'를 하고 있던 20여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관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가고 이종걸 원내 수석부대표을 비롯 5명의 의원만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종걸 수석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원기 의장에게 마지막 읍소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며 "김 의장이 마음의 열쇠를 풀지 않고 있다"고 말해 중진의원들의 의장 설득 작업이 순조롭지 못함을 시사했다.

이 수석은 "김 의장은 자신이 적절하게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뒤 "의장이 확답을 안 주면, 의원들의 뜻을 전달했으니 의원총회장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a 29일 밤 9시경 김원기 국회의장을 설득하기 위해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들어가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왼쪽위 시계방향으로 장영달, 한명숙, 우원식, 이종걸 의원.

29일 밤 9시경 김원기 국회의장을 설득하기 위해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들어가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왼쪽위 시계방향으로 장영달, 한명숙, 우원식, 이종걸 의원. ⓒ 오마이뉴스 박상규


[8신 : 29일 밤 10시 55분 ] 서울 현재 -5.8℃·풍속 2.0m/s

열린우리당 3선급 이상 의원 김원기 의장 면담 중


[한남동 의장공관] 밤 10시 50분 현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들어간 열린우리당 의원은 40명을 넘었다. 취재기자들도 속속 모여들어 10여명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취재기자들이 "날씨도 추운데 공관으로 들여보내 주든지 브리핑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오영식 의원이 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상황에 대해 짤막한 설명을 했다.

오 의원은 "3선급 이상 의원들이 의장 면담에 들어갔다"면서 "나머지 의원들은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면담에는 임채정, 배기선, 한명숙, 장영달, 이미경, 김혁규 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 마당에는 20여명의 의원들이 모여 서 있다. 이들은 김 의장이 빨리 결단을 내려달라는 뜻에서 일종의 '시위성'으로 밖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7신 : 29일 밤 10시 50분 ]

목포지역 39개 시민사회단체 목포 민주당사 점거 "4대법안 처리 협력하라"


[전남 목포 민주당사] 목포와 무안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23명이 목포 민주당사를 점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민주당은 미온적인 자세를 벗어던지고 국보법 국회 상정과 완전폐지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며 당사에서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다.

6.15공동선언실현을 위한 목포지역 통일연대, 목포민중연대 등 39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해 상경투쟁 채비를 하던 중, 민주당 의총에서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을 단독처리할 경우 동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 뒤 목포 민주당사를 점거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이날 결정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자 개혁정당으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런 작태를 계속한다면 호남 민중은 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고 민주당은 광주 5.18묘역을 다시는 밟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여인두 목포통일연대 사무처장은 29일 밤 10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국회 내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때까지 점거를 계속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6신 : 29일 밤 10시 40분]

김원기 국회의장 공관 도착


[한남동 의장공관] 국회의장의 국보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설득하기 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남동 의장 공관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김원기 국회의장이 밤 10시 38분경 공관에 도착했다.

김 의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쏜살같이 공관으로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밤 10시 25분에 국회의장 비서실장 차량이 공관 앞을 통과했다.

한편 김 의장 도착 직전에 이상민, 김영춘·우원식, 문병호, 전병헌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도착했으며 밤 10시 30분 현재 한남동 의장공관 주차장이 꽉 차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인근 대법원장 공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의장공관으로 오고 있다.


[5신 : 29일 밤 9시 59분]

열린우리당 의원들 의장 공관으로 속속 집결 중..."의장 고뇌찬 결단내릴 것"


[한남동 의장공관]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속속 모여欲?있다.

밤 9시 45분 안민석 의원을 필두로 유기홍, 김혁규·이미경, 이종걸, 최규성·유승희, 김덕규, 이경숙, 유선호 의원이 1분 간격으로 차례로 들어갔다. 밤 9시 57분 현재 김원기 국회 의장은 시내 모처에서 식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최성, 한명숙, 장영달, 김현미, 양승조, 강창일, 주승용 의원 등도 공관으로 왔다.

최성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열망을 전하고자 왔다"며 "의장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알지만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국회법에 따라 절차를 이행해 달라는 것이다, 의장의 고뇌에 찬 결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의원은 "개인적으로 온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공관으로 오기로 다 얘기된 상태에서 왔다"고 밝혔다. 강창일 의원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다 오지 않겠느냐. 지금이 어느 상황인데 안 오겠는가, 상식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 역시 "뻔한 거 아니냐"며 "직권상정 얘기를 하러 왔다"고 밝혔다.

밤 9시 40분경 공관 100미터 앞에는 국민참여연대와 '노사모',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힘' 등의 회원 70여명이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서 의원 차량이 통과할 때마다 "직권상정"을 외치고 있다. 이 중에는 영화배우 명계남씨의 모습도 눈에 띈다.

현재 한남동 공관 일대에는 경찰 2개중대 200여명이 경비를 서고 있다. 평소에는 많아야 8명 정도가 경비를 섰다고 공관 관계자는 밝혔다.

a 대학생 2명은 타워크레인에서 유일하게 찬바람을 막을 수 있는 운전석이 닫혀있어서 현수막을 둘러쳐서 바람을 막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학생 2명은 타워크레인에서 유일하게 찬바람을 막을 수 있는 운전석이 닫혀있어서 현수막을 둘러쳐서 바람을 막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4신 : 29일 밤 9시 50분]

국회 크레인 농성장 "식수로 올려준 물조차 꽁꽁 얼어"


[여의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촛불대행진 1부 순서가 마무리됐다. 이에 앞서 노래패 '꽃다지'는 집회장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꽃다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두 곡을 연달아 불렀고 참가자들의 연호로 '지금보다 더 강하게'를 앵콜송으로 불렀다.

또 신건수 국민단식농성단 실천단장이 무대에 올라 국보법 폐지투쟁에 결의를 다시 한번 밝히기도 했다. 신 단장은 "현재 국회내 수십미터 높이의 크레인 위에는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수년 째 쫓기는 2명의 수배자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국보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며 "오늘 아침 통화를 해보니 식수로 올려준 물이 꽁꽁 얼 정도였다,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함성을 보내자"고 말했다.

또 신 단장은 "우리 농성단은 지난달 2일 국회 앞에 천막을 친 이래 59일간을 농성과 국민선전전으로 쉼없이 달려왔다"며 "국보법이 폐지될 때까지 여의도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곧 촛불대행진 2부가 시작될 예정이다.


a 29일 저녁 8시부터 1박 2일 동안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리는 '직권상정 촉구 및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국회를 향해 촛불을 높이 들고 있다.

29일 저녁 8시부터 1박 2일 동안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리는 '직권상정 촉구 및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국회를 향해 촛불을 높이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촛불을 밝힌 단식농성단.

촛불을 밝힌 단식농성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촛불대행진 참가자가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촛불대행진 참가자가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 : 29일 밤 9시 20분]

"물도 소금도 먹지 않겠다"...219명 결사단식 선언


[여의도] 24일째 국보법 폐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단식단이 '결사단식'을 선언했다. 단식자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물과 소금을 아예 먹지 않겠다는 것.

이날 촛불대행진에서 박석운 국보법폐지국민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단식농성단이 중대결단을 했다"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절한 염원으로 이 시간부터 물도 소금도 먹지 않은 채 목숨을 걸고 국보법 폐지를 위해 싸워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박 위원장은 김원기 국회 의장을 향해 "김 의장은 '기다려라,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우리 단식농성단은 올해 안에 국보법을 꼭 폐지시켜야 한다는 결의로 결사단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결사단식에 참여하는 인원은 경남지역 12명, 울산 37명, 부산 14명, 전주·완주 10명, 대전 3명, 서울 18명, 인천 44명, 한국청년단체협의회 22명, 민주노총 16명, 민주노동당 4명, 한총련 22명, 범민련남측본부 13명, 민언련 4명 등 219명이다.

이날로 24일째 단식 중인 이들은 강추위와 길거리 매연 등으로 갑작스런 쇼크, 졸도, 부정맥, 봉화직염, 혈당저하 등 건강상태가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게 국민연대측 설명이다.

a 박석운 국보법폐지국민연대 공동운영위원장(오른쪽)이 200여명의 단식농성단이 그동안 섭취해오던 물과 소금까지 끊은 채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농성에 참여하는 단식단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 있다.

박석운 국보법폐지국민연대 공동운영위원장(오른쪽)이 200여명의 단식농성단이 그동안 섭취해오던 물과 소금까지 끊은 채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농성에 참여하는 단식단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꺼억꺼억 눈물쏟은 임종인 의원 "국보법 꼭 폐지하겠다"

a 연단 아래서 부터 눈물을 흘리던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뒤에도 한참동안 울음을 참느라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연단 아래서 부터 눈물을 흘리던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뒤에도 한참동안 울음을 참느라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사단식을 결의한 이들이 모두 일어나 '국가보안법 철폐가'를 부르자 이들을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눈에 하나둘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어 무대 위로 올라간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참 동안 꺼억꺼억 소리내며 눈물을 쏟았다. 임 의원은 "너무 감격스러워 말을 하지 못하겠다, 여러분이 우리 나라를 이끌어주시는 희망"이라며 "이틀동안 꼭 국보법을 폐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임 의원은 "현재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찾아간 상태"라며 "여러분의 뜻을 모아 직권상정만이 우리나라가 살 길이라고, 또 여러분이 죽어가고 있다고 국회의장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내일과 모레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역사와 혁명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이틀동안 국민 여러분이 떨쳐 일어나면 국보법은 반드시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참가자들을 향해 "이 투쟁은 반만년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힘내시라,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이에 앞서 참가자들은 저녁 8시40분께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파도 점화식'을 통해 일제히 촛불을 밝혔다. 또 집회현장에는 국가보안법 철폐, 완수 민주개혁 등이 적힌 만장 모양의 플래카드 20여개가 동시에 입장했다. 현재 참가자들은 3000여명으로 늘어났다.


[2신 : 29일 저녁 8시 58분]

직권상정 촉구받는 김원기 국회의장 '묵묵부답'...8시 43분 퇴근


[국회] 단식농성단을 포함한 국회밖 2500여 시민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 촉구를 받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은 같은 시각 본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섰다.

김 의장은 이날 저녁 8시경 본회의가 끝난 뒤 바로 의장실로 이동했다. 김 의장 곁에서는 국회사무처 소속 경위 5명이 삼엄한 엄호를 펼쳤다. 경위들은 김 의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까이 붙지 못하게 만류하기도 했다.

김 의장이 의장실로 자리를 옮길 때 배기선·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도 같이 들어갔으며 배 의원은 저녁 8시 40분경 의장실을 나왔다. 배 의원은 "의장이 본인에게 모든 게 다 맡겨진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게 역력한 것 같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직권상정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어두운 얼굴로 얘기했다.

김 의장은 저녁 8시 43분경 의장실을 나왔다. 직권상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 의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의장의 퇴근에도 국회 경위 5명의 엄호가 계속됐다. 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장은 한남동 의장공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a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및 직권상정 촉구 촛불대행진`이 여의도 국회앞에서 29일 저녁 8시부터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를 위한 단식농성단 1000여명을 비롯해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및 직권상정 촉구 촛불대행진`이 여의도 국회앞에서 29일 저녁 8시부터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를 위한 단식농성단 1000여명을 비롯해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29일 저녁 8시 국회앞에서 1000여명의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단을 비롯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권상정 촉구 및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9일 저녁 8시 국회앞에서 1000여명의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단을 비롯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권상정 촉구 및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 29일 저녁 8시 20분] 서울 현재 -5℃·풍속 2.5m/s

1박2일 '끝장단식' 앞둔 여의도...비상회의 중


[여의도] 18개 시민사회단체가 29일 일상업무를 일시 중단한 채 단식농성에 합류하고 김원기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열린우리당 지구당사 점거가 전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국보법 완전폐지를 위한 1박2일간의 '끝장 단식농성'이 시작됐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저녁 8시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 '직권상정 촉구 및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저녁 8시20분 현재 촛불대행진에는 1000여명의 무기한 단식농성단을 비롯 2500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000명)의 시민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앉아 있다.

이들은 오늘 밤새 국회 앞을 촛불로 밝히겠다는 의지로 모여 있다. 농성참가자 대열 맨 앞에는 무대차와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무대차 위에는 '직권상정', '연내폐지' '김원기 의장은 의사봉을 휘둘러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건너편 국회 의사당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상태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의사당을 향해 국보법을 폐지하라는 함성을 일제히 지르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여의도 역에서 국회의사당 방향의 3개 차선의 교통을 통제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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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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