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래 편집부국장, 국민을 두 번 우롱하렵니까?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조선>의 왜곡 편파보도에 사죄하십시오

등록 2004.12.30 14:26수정 2005.01.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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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조선일보 김종래 편집부국장. 저는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기획부장인 김성원이라고 합니다. 일주일 전 충청도 일원에 배포된 조선일보 사외보에 김 편집부국장이 게재한 기사 '지역주민들의 삶 더 고민하겠습니다 自省'(22일 '독자와의 대화' E3면)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

이 기사에서 김 부국장은 '중앙일간지'인 조선일보가 "행정수도 문제를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때문에 "충청도 독자들 입장에서 섭섭한 점, 아쉬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충청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혹시 소홀했던 것 아닌가 반성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 국민들의 입장을 '충청권 대 비충청권'으로 나눈 뒤, "국가적 차원에서 행정수도 문제를 다루었기에 충청도 민심에 소홀했다"고 변명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국민들이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이 좌초된 것에 항의한 이유는 '충청도 지역 이기주의' 때문이 아닙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통해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얻어가며 추진한 국가적 대사가 '관습헌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잣대로 하루 아침에 제동 걸린 것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김 부국장은 '행정수도 이전 무산'에 실망한 충청도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만 달래면 된다는 편협한 인식을 보이고 있으니 이 어찌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또 김 부국장은 "조선일보가 행정수도 이전 반대 논리를 퍼뜨렸고, 결국 헌재가 거기에 동조해 가지고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을 '허무맹랑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논리는 '충청도 바깥'에서 온 것"이라며 "민언련이니 뭐니 하는 단체들이 행정수도 문제로 나타난 민심을 악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고 앞장서 퍼뜨렸다"고 비난하더군요. 아마 이것이 김 부국장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조선일보가 행정수도 문제를 정략적으로 보도한 것은 사실입니다. 77년 박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을 때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써가며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앞장서 주장해 왔지요. 또 조선일보 편집국장까지 역임한 최청림씨도 91년 9월 25일에 '수도를 옮겨라'는 칼럼을 게재하며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한 바 있었습니다. 이렇듯 역대 정권이 행정수도 이전 추진 계획을 밝힐 때마다 조선일보는 긍정적으로 접근해왔습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지난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을 때부터 참으로 속 보이는 '말 바꾸기'를 한 것입니다. 이는 올해 6~7월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를 선정했을 때 조선일보에 게재된 행정수도 관련 사설과 칼럼 몇 건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진짜 의문은 여기저기에 1000억원 가까이 들여 엊그제 신축한 멀쩡한 건물을 내다 팔면서 새로 땅 파고 집 짓는 데 수 십조 원을 쏟아 붓는 것이 과연 이 나라 형편과 분수에 맞는 일이냐는 것이다"(6월 15일자 사설 <더 늦기 전에 수도이전 다시 생각하라>)


"현 정부가 성사시키려는 수도이전과 국토의 균형발전 사이에는 그 어떤 함수관계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명운을 걸고' 수도 이전을 밀어붙이려 한다. 지식의 생산, 인구의 분산, 국토의 균형발전, 그 어느 것 하나 대안이 될 수 없는 무망하기 짝이 없는 일에 무모하기 한량없는 행동을 현 정부는 자행하고 있다. 이야말로 현 정부의 명운이 아니라 천년만년 이어갈 한 국가의 명운이다"(6월 21일자 송복 칼럼 <'대학 이전'이 수도보다 급하다>)

"2007년에 대통령이 바뀌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가뜩이나 부족한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녹아날 것과 국민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수도 이전에 대한 틀과 논리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마치 호랑이 잔등에 올라탄 듯 질주하는 정부의 모습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국민에게 국토와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희망을 두고, 갈림길에 선 국토의 운명을 바로잡기 위해 수도이전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6월 22일자 시론 <통일수도는 다시 정할 건가>)


뿐입니까? 조선일보는 충청지역이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해 엄청난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 여론을 철저하게 '지역갈등'으로 몰아갔습니다. 이 역시 올해 6~7월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사 몇 건 제목만 살펴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수도이전' 수도권 - 충청권 갈등 커진다(6월 22일)
국민여론은 엇갈리는데… 질주하는 '천도 열차'(7월 6일)
'농사꾼 증명' 떼주는 이장 최고 실세...땅주인 50% 외지인...전입자 급증...'투기 박람회'(7월 8일 '바람부는 충청도' (1) 불어닥친 투기 광풍)
조치원-대전 등으로 '한탕 러시' 확산(7월 8일)
수십년 잊었던 '땅' 4형재 우애 '꽝'(7월 9일 '바람부는 충청도' (2) '땅소송' 갈라선 가족)
금팔찌 찬 '땅졸부' 흥청 "전국 유일의 호황"(7월 10일 '바람부는 충청도' (3) 신유흥가 흥청망청)
"정치놀음에 깨진 생업" 농부, 공단 한숨(7월 12일 '바람부는 충청도' (4) 얼어붙은 농촌경제)
"수도이전 경제살리는 데 도움 안 돼" 65%(7월 26일)


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 실상이 이렇습니다. 그럼에도 김 부국장은 "조선일보가 행정수도 이전 반대 논리를 퍼뜨려서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을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발뺌하렵니까? 행정수도 이전에 발목 잡은 조선일보를 비판한 시민단체를 '충청도 바깥에 있다'며 허무맹랑한 '지역주의' 시각으로 선동, 매도하렵니까?

김종래 편집부국장. 더 이상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해 국민을 기만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조선일보의 왜곡 편파보도로 인해 국가 대사가 그르쳐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십시오. 한 두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있어도, 여러 사람을 잠시 동안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언론인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조선일보의 대 국민사기극에 대해 석고대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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