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전쟁들에 고함

백형민의 <안티 워>...2005 새해에는 평화가 깃들기를

등록 2004.12.31 03:25수정 2004.12.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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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전쟁으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자, 목숨은 붙어 있으나 전쟁으로 인간성이 파멸된 자, 그 모두를 위하여 국화꽃을 바친다.

전쟁의 포성이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2004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모든 전쟁은 ‘정당성’을 강조한다. 부당한 범죄적 전쟁일수록 더 그렇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전쟁은 모든 면에서 이미 파산선고를 당한 지 오래다. 그래서 공범자들도 하나 둘 발을 빼고 말았다.

그러나 공범이기를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외치는 자가 있었다. 한 하늘 아래 있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공범자가 되고 말았다.

2004년,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파멸하는가를 똑똑히 보고 말았다. 포로든 인질이든 살리고 보는 게 인륜지사다. ‘살고 싶다’는 절규를 외면한 채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죽이라’고 말한 자,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충신인가? ‘국익’이라는 말 아래 참수장면을 보아야 하는 건 약소국이라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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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오락’에서 떼어내면 아마 극심한 심리적 공황에 빠질 것이다. 아이들이 즐기는 건 ‘전쟁놀이’다. 상대방을 죽이는 건 이미 하나의 재미에 불과하다. 어른들은 전쟁을 일찌감치 교육한다. 내가 잘 되기 위해선 친구를 짓밟고 내가 살기 위해선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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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전쟁은 항상 ‘죽음의 그림자’를 동반한다. 평화로운 전쟁이란 어법은 성립할 수 없다. 전쟁은 분명 인류역사를 발전시켜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쟁은 침략과 약탈을 위한 것이었다.

세상은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쟁을 수행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집단이 언제부턴가 존재해왔다. 그걸 우리는 ‘제국주의’라고 부른다. 자본과 폭력으로 무장한 제국을 지키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전쟁’의 포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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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전쟁은 ‘선과 악’으로 세상을 단순하게 갈라버린다. 무조건 내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다. 부시가 그렇고 전쟁두목을 따르는 똘마니들이 그렇다. 그래서 침략전쟁에 대항한 일체의 모든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애꾸눈이 된 그들에게 이라크와 아랍인은 무조건 범죄자다.

제국의 나팔수가 된 방송과 신문은 전쟁이 일어난 까닭은 밝히지 않은 채 테러는 범죄라는 말만 뇌까린다. ‘테러는 나쁘다.’ 이 말 때문에 자칫 구경꾼들도 공범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나 같아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 두 눈을 가진 자들이 하는 말이다. 끝없는 전쟁과 테러를 불러오는 전쟁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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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전쟁은 비극의 끝없는 시작이다. 병신을 만들고 고아와 과부를 만들고 인간 생명을 찬탈해간다. 베트남전의 수렁에서 헤매던 병사들은 정신착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도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시달리고 있다. 이미 뇌사판정이 난 국가보안법을 부여안고 살려보려고 울부짖는 모습은 분명 시대착오적 정신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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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생명이 껍질을 깨고 태어난다. 탄생의 첫 울음은 죽음 속에서 시작된다. 전쟁으로 잘린 수많은 손과 새 생명의 탄생. 생성과 파괴는 전쟁이 지속되는 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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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죽은 자들을 위해 춤을 추는 건 산 자들의 의무이자 몫이다. 어쩜 나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춤이라도 추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춤추지 않으면 세상은 더 비극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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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

전쟁 중에도 아기가 태어나고 음악이 연주되었다.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자면 방울방울 또르르 맑은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쟁게임을 좋아하지만 자본과 폭력의 포로가 되기에는 아직 어린 동심만이 씻김을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전쟁들을 위한 ‘씻김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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