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진짜로 40판, 50판씩 인쇄할까?

<세계일보> 신년호부터 인쇄 판수 현실화 하기로

등록 2004.12.31 19:19수정 2005.03.0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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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진 신문업계 인쇄판수 표시의 거품이 점차 빠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2005년 1월1일자 사고를 통해 "그동안 10, 20, 40, 45, 50, 55판으로 표기해 왔던 인쇄 판수를 신년호부터 1, 2, 3, 4, 5, 6판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신문의 인쇄 판수는 윤전기에 필름을 거는 횟수를 말한다. 밤새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지면에 반영하려면 윤전기에 거는 판이 새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일간지의 경우 초판 판수가 5∼10판으로 표시되지만, 배달판 판수는 40∼50판으로 부풀려진다. (가정용 최종 배달판 : 경향신문 40∼45판, 중앙일보 43판, 동아일보 45∼50판, 한국일보 50판)

전날 오후 6시30분경 인쇄되는 초판은 서울 도심의 가판대에 먼저 배달되기 때문에 가(街)판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가 200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판수 숫자의 과장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있다고 설명됐다.

50∼60년대에는 판수가 1, 2, 3판 등으로 정확히 표시됐으나 그후 자기 신문의 내용이 충실함을 과시하기 위해 판수 숫자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판을 마감한 후 급하게 기사가 추가되어 기존 두판 사이에 새 판을 만들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지금처럼 두 자리 숫자의 판수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5∼10판씩 표시되는 초판의 경우 실제론 그만큼 인쇄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50판까지 육박하는 배달판 숫자도 허수에 불과하다. 즉 50판이라고 50번째 인쇄됐다는 게 아니다.

중앙일간지 중 <한겨레>가 이례적으로 초판과 배달판의 판수를 정직하게 표시하고 있다(초판 → 1판, 배달판 → 7판). 과거 수십판씩 판수를 표시했던 <조선일보>도 최근에는 '가'(가판), '나', '다', '라' 등의 순서로 인쇄판수를 현실화했다.

<세계일보>는 "초판을 10판, 재판을 20판 등으로 표기한 것은 신문시장의 과열경쟁 속에서 많은 신문을 찍는 것처럼 과장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잘못된 관행이었음을 반성한다"며 "앞으로는 실제 인쇄하는 판수를 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의 판수 현실화가 기존 신문사의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거품'을 빼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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