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호롱불 켜놓고 아이들과 닭, 말, 소, 돼지 모양 그림자를 만들며 겨울밤에 고구마를 먹었다.김용철
형제처럼 지낸 병문이가 없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병용이, 성호, 해섭이, 형근이, 병주를 불러 아랫방으로 들어갔다. 다들 자기가 쓸 문종이 창호지는 챙겨오느라 나보다 조금 늦었다. 아이들이 오는 동안 문풍지와 문구멍을 때울 요량으로 남겨둔 종이를 찾고 가위에 칼, 조릿대와 풀, 실을 챙겼다. 컴퍼스 대신에 여동생 밥그릇 하나도 잊지 않았다.
“야, 조릿대 두꺼운 걸로 좀 가져와라.”
“잉.”
연살로 쓸 조릿대를 챙겨 가보니 아이들은 벌써 종이를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있다.
“니기덜은 뭔 연 맹글라고?”
“난 홍어연(가오리연)!”
“오늘은 방패연이나 맹그라볼까.”
우리에게 가오리연은 없다. 형, 누나들이 시집 장가 갈 때나 어른들 돌아가시면 언제나 홍어(洪魚)만 본 터에 우리는 ‘홍어연’이라 했다.
홍어연은 자주 만들어 보아 방패연보다 쉽다. 먼저 정사각으로 자른 종이를 마름모꼴로 놓고 기둥살에 해당하는 중심살을 위아래로 반듯하게 놓는다. 남은 종이를 조각내서 풀로 붙여 고정한다. 서서히 굳기를 기다린다. 접착이 되면 이젠 중심살보다 조금 길게 가로살인 허리살을 세워서 댈 차례다. 내 몸 쪽으로 휜 상태다.
일단 중심살 위에 놓고 위쪽으로 구부리되 대각선을 3등분하여 1/3에 정위치 하도록 균형을 잡는다. 끊어지지 않도록 살의 결을 잘 봐야하며 발로 밟고 고정한다. 떨어지지 않도록 중심살과 허리살을 묶어두면 센 바람에도 끄덕 없다. 종이를 잘라 가운데엔 2m가 넘게 꼬리를 달고 양쪽엔 한 자(尺)가량 붙였다.
허리살과 중심살이 교차하는 지점과 아랫부분 1/3 지점에 꽁수구멍을 뚫어 실을 묶는다. 두 가닥을 잡고 위쪽이 약간 짧게-아래쪽이 약 2cm 가량 길게 잡고 좌우상하 균형을 잡아본다. 중심이 잡히자 매듭을 지었다. 이제 얼레에 감긴 실을 묶으면 밖으로 튀어 나가도 된다.
“야, 난 다 됐다.”
“근디 꼬랑지가 솔찬히 길구만. 나가다가 감낭구에 걸리면 떨어질 것인디. 그건 그렇고 혼차 나갈라고야.”
“아녀. 니기덜 하는 것 봐야지. 꼬랑지가 길면 잘라불면 되제. 얌마 색끼들아 풀 좀 작작 써라잉.”
“얼매 안 남았었잖아. 가서 밥테기 좀 갖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