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지역 이주노동자 "돈 없어 못가요"

'아시아 지진 해일 피해민 돕기 경남운동본부' 구성 추진

등록 2005.01.04 11:51수정 2005.01.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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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갈 수 있도록 해줘도 갈 수가 없어요. 돈 없어 못가요. 비자도 없어요."

지난 3일 '지진 해일 참사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시적 귀국을 허용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지진 해일 피해를 크게 입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이 고향인 '미등록'(당국에서 말하는 '불법채류') 외국인 노동자 슈나미(32)씨에게 고향 방문은 아직 '그림의 떡'에 불과한 형편이다.

a 지진 해일로 고향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 슈나미(32)씨가 '돈이 없어 고향에 갈 수 없다'는 애절한 사정을 말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지진 해일로 고향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 슈나미(32)씨가 '돈이 없어 고향에 갈 수 없다'는 애절한 사정을 말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 황원판

그는 정든 고향과 친구들을 하루 아침에 잃은 슬픔과, 이모님 등 많은 친척들을 잃은 아픔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지만, 당장 짐을 챙겨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어도 '비자'와 '교통비'가 문제다.

참담한 고국 소식에도 불구하고 그는 슬픔에 잠길 여념이 없다. 고향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과, 고국의 다섯 살 된 딸과 일곱 살 된 아들, 그리고 부모님의 생활비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새해 소망은 오직 "일자리와 비자를 갖는 것"이다.

"하루 빨리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빨리 돈 벌어 태풍 해일 피해를 입은 고향에도 다녀오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족들에 생활비도 보내주고 싶어요."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는 이 같은 이주노동자들의 딱한 사정과 아픔에 동참하고, 피해민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오는 1월 16일까지 '아시아 고통 나눔 기금' 모금 행사를 가진다. 이 모금 행사는 주한 경남 인도네시아·태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베트남·러시아·중국 교민회와 공동으로 실시한다.

a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가 가족·친지·고국의 참변으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아시아 고통 분담 기금' 모금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가 가족·친지·고국의 참변으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아시아 고통 분담 기금' 모금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 황원판


지난 2일 실시한 1차 모금행사에는 주한경남인도네시아교포회 구스나니 회장과 주부산인도네시아 김수일 영사, 이철승 상담소장의 애도사에 이어, 약 250명의 경남지역 이주노동자들이 국화꽃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돈으로 모금에 참여하였다.


또 상담소는 오는 6일 오후 2시에 상담소 강당에서 가칭 '아시아 지진 해일 피해민 돕기 경남운동본부' 결성을 위한 준비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민주노총 경남본부·민주노동당 경남도당·민중연대 소속단체·창원시민단체협의회 소속 단체·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단체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상담소는 향후 이 운동본부 차원에서 경남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한 거리 모금 등 각종 모금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도움을 주실 분은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055-277-8779)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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