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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도덕성이 회복된다면
올해는 강추위 속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확실히 강원도 산골마을의 추위는 매섭다. 서울보다 5도는 더 추운 것 같다. 바깥을 산책하면 정신이 번쩍번쩍 든다. 산과 들 그리고 시내가 꽁꽁 얼었다. 온 산하가 긴 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곳 땅들은 건강하나 보다.
이 산골마을까지 여러 친지들이 전화로 우편으로 메일로 연하인사를 보내왔다. 그분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두 손 모아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많은 사연 중, 한 후배의 글귀가 가장 마음에 닿았다.
2005년이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사람들은 '희망'을 얘기합니다. 2005년은 그 어느 해보다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봅니다.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십디다.
"우리나라에 질서와 도덕성이 회복된다면, 국민소득 1만 달러로도 온 국민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 질서와 도덕성만 회복된다면…” 해방된 지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 사회는 여태 무질서와 부도덕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나 보다. 잘 지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고급 차 타면서 우쭐대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지만 그들 뒷모습에 감춰진 무질서와 부도덕성은 아직도 천민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저의 아내
오늘 보도를 보니 6개 부처에 대한 중폭 규모의 개각이 단행되었는데, 하필이면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분의 도덕성 시비가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분의 전력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엘리트 길을 밟아왔다. 연륜으로 볼 때 교육부총리로 손색이 없는 분이다. 하지만 축하를 받아야 할 날에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시저의 아내가 부정 논란에 휘말렸을 때, 그 진위 여부보다 그런 시비에 말린 그 자체가 더 문제다'라는 고사처럼 가장 도덕성이 요망되는 자리에 하필이면 도덕성 문제를 일으키고 중도 하차한 이를 임명한 것은 인사의 철학도 기본도 모르는, 악수 중의 악수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동안 교육계에 몸담아왔던 사람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니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
인사권자에게 쓴 말을 드린다.
왜 교육부총리를 굳이 전직 총장에서 찾으려고 하나? 그동안 대한민국의 전직 총장 가운데는 훌륭한 분도 많지만, 청렴성이나 도덕성보다 윗사람에게 손 잘 비비고 무조건 충성한 잘 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른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일도 많았다. 하긴 비단 대학 총장만 그런 게 아니고, 대부분 고위직이 그렇게 출세하였기에 백성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난 존경을 받지 못 해온 게 현실이었다.
양심적인 사람은 감옥에 갈 때 그들은 도피성 유학을 가거나 사회 현실은 철저히 외면한 채 연구실에서 자신의 출세를 위한 학문연구에만 몰두한 이도 적지 않았다. 또 어떤 이는 강의보다 권력자의 끄나풀을 잡고자 '곡학아세'한 이도 있었다. 그래서 어두운 시절임에도 화려한 경력을 쌓은 지도 모를 일이다.
산골 서생이 한 수 훈수하오니 참고하시라.
진짜 양심적이고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나 학자는 서울보다 지방에서, 총학장보다 평교수로 퇴직하거나 해직교수의 전력을 가진 분에게서 찾는 게 더 빠르다.
내가 살아오면서 살펴본 바는 일반적으로 부도덕한 사람일수록 윗사람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약한 자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며 윗사람에게 상납을 잘한다.
참모들이 매끈하게 보고한 인사파일을 때로는 무시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임명 제의를 고사하는 사람을 찾아서 세 차례 네 차례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 발탁하면 인사권자도 나라도 백성도 모두 사는 길이다. 그런데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권력자는 나약한 서생의 말은 잘 듣지 않는다. 그러고는 나중에는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권력은 잠깐이고 역사는 유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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