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매화산 전재 고개박도
아내랑 목욕을 같이 다니면 늘 목욕시간의 차이로 기다리는 지루함이 있다. 아내가 오늘은 느긋하게 하겠다면서 두 시간 뒤에 주차장에서 보자고 하면서 먼저 여탕으로 들어갔다. 나는 이어 남탕으로 갔다.
갑자기 일본 아오모리현의 스카유 혼욕탕에 갔을 때가 떠올라 혼자 싱긋 웃었다. 사람도 뜸한 이 강원 산골 목욕탕에 그런 곳이 한 곳쯤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문화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곳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일하는 분들이 이제는 눈에 익었는지 아는 체 인사를 한다. 이곳 대중탕은 시설도 괜찮고 값도 서울보다 싸다(3500원, 안흥 장터 복지회관은 2000원).
하지만 늘 손님이 없고 물이 아주 깨끗해서 좋다(땅속 깊은 지하수라고 함). 탕 안에는 인삼탕까지 마련되어 있는데, 행여 이 좋은 대중탕이 적자로 문을 닫을까 염려스럽다.
어르신, 등을 밀어드릴까요
오늘은 두어 젊은이가 탕 안에서 몸을 닦고 있었다. 나는 늘 하는 대로 샤워를 하고 인삼탕에서 온탕으로 옮겨가며 몸을 담그자 천국이 여긴가 싶었다.
다시 사우나실로 가서 땀을 빼고 나온 뒤 세면장 거울 앞에서 때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는데 한 젊은이가 활짝 웃으면서 다가와서는 “어르신 등을 밀어드릴까요?” 한다.
얼마 만에 들어본 말인가. 그랬다. 20~30년 전에는 목욕탕에 가면 서로 등을 밀어주는 일이 흔했다. 목욕탕에 들어간 뒤 탐색 끝에 서로 등 밀어주기 제의를 하면 거의 대부분 응해 주었다. 그러던 풍속도가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마도 탕 안에 때를 밀어주는 직종이 생긴 뒤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럽시다. 나도 밀어드릴게”라고 대답하자, “아니에요. 저는 이미 다 닦은 걸요” 한다. 그러고는 나에게로 와서 때 미는 수건을 건네받고는 내 등을 구석구석 샅샅이 닦아주었다. 목욕은 자주 했지만 때 미는 수건으로 샅샅이 등을 밀기는 지난해 6월 중국 연길 연변대학 앞 대중목욕탕에서 닦은 뒤 처음이었다.
등을 다 밀고 난 그 젊은이는 다시 비누칠까지 해 주고는 물뿌리개로 깨끗이 닦아주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온몸 구석구석을 시원케 닦았다. 다시 온탕에 들어가서 몸을 푹 담근 뒤 샤워를 하고 탈의실로 나가자 그 젊은이가 옷을 다 입은 뒤 스킨을 바르고 있었다.
마침 무인 음료수 판매기가 있어서 뭘 마시겠느냐고 하자, 그가 얼른 동전을 꺼내고는 “어르신 뭘 드시겠어요?”라고 한다. 나는 그일 만은 양보치 않자, 그는 "어르신 드는 걸 같이 들겠다"고 했다.
캔 커피 두 개를 산 뒤 둘이서 나눠 마셨다.
“이따금 아버님 같은 어르신을 만나면 등을 밀어드려요.”
“아버님 춘추가 어떻게 되시오?”
“살아계시면 올해 일흔 넷이에요.”
“언제 돌아가셨어요?”
“벌써 10년 됐습니다.”
“어디 사세요?”
“소초면 구룡사 입구인 교항2리에 살아요.”
“성씨는?”
“신아무개(44)예요.”
"오늘 무척 고마웠어요."
"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