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 읍성의 신참내기

고향에 돌아와 과거속의 현대인으로 생활하는 이근의씨

등록 2005.01.07 15:16수정 2005.01.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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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5년전에 이씨가 손수 쌓았다는 돌탑.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5년전에 이씨가 손수 쌓았다는 돌탑. ⓒ 서정일

"그래도 살아보니 고향이 제일 맘 편한 것 같습니다" 5년 전 낙안 땅으로 돌아와 고향의 품에 안겨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남내리의 이근의(65)씨.


그는 13살의 나이에 상경하여 형님 밑에서 구두 재봉일을 배운 게 평생 직업이 되었고, 서울 근교 군부대 옆에서 재봉일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다 사업실패로 고향땅을 밟은 낙안읍성의 신참내기다.

"5년 전에 온 이근의씨가 가장 최근에 이주해 온 사람입니다. 물론 근처 논밭을 일구기 위해 잠시 낙안읍성 내에서 집을 얻어 사는 사람들은 더러 있지만, 이렇게 거처를 완전히 옮겨 민속촌 식구가 되어 생활하는 분은 이씨가 근래에 처음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읍성관리소 조성일씨.

사람을 찾아주세요
개성이 고향인 심복순(84) 할머니

▲ 고향이 개성인 심복순(84)씨
개성에서 출생하여 일곱살때 6·25를 만나 어머니와 함께 월남한 이근의씨의 부인 김씨. 사정상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친어머니인 심복순(84)씨의 형제를 찾아달라고 사진 한 장을 꺼낸다. 고향을 그리워해 고향과 가까운 파주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김씨의 친어머니인 심씨의 언니와 여동생을 찾고 있습니다. / 서정일
이렇듯 '5년 전이 최근일'이 된 것은 그 동안 낙안읍성 주민의 이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의 주민들은 낙안읍성을 평생의 삶의 터전으로 삼고 ‘과거 속의 현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도 들어오는 사람이나 나가는 사람도 매우 드문 일, 하지만 민속촌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낙안읍성의 문은 열려있다.

"나도 처음엔 불편하더군요. 사람들이 성 위에서 우리 집을 내려다본다는 것 때문에 방문을 열고 문 밖을 함부로 못 나다녔다니까요." 처음 이곳에 내려와 적응이 쉽지 않았다며 이주 초기에 겪은 고충을 얘기하는 이씨, 그러면서 '민속촌이기에 지켜야 할 규범 또한 제법 된다' 면서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생활이 이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무감각해졌는지 아니면 적응이 되었는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오셔서 제일 먼저 뭘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문 앞에 보이는 탑을 가리키며 "재미삼아 저걸 먼저 쌓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오랜 타향생활의 애환을 잊고 낙안읍성에서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마음을 돌탑에 담은 듯 보였다. 낙안읍성에 정착한 후에는 마당과 텃밭을 매일 매일 손질했다는 말을 덧붙이며 담배 한대를 피워 문다.


a 햇살이 따사로운 마루에서 손자와 함께 한 이씨 부부

햇살이 따사로운 마루에서 손자와 함께 한 이씨 부부 ⓒ 서정일

5년이 지난 지금 깔끔하게 단장된 마당과 넓은 텃밭. 처음엔 마음이 심란해서 가꾸기 시작한 일이 관광객들이 좋아해서 보람되기도 하고, 자신의 작은 일이 아름다운 낙안읍성을 가꾸는데 일조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너털웃음을 짓는 이씨, "그저 편안하게 마음먹고 쉬엄쉬엄 살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5년 전 타향생활의 긴 터널을 나와 돌아온 그를 넉넉하게 받아준 고향 땅 낙안. 이제 낙안읍성의 신참내기 이근의씨는 완전한 ‘과거 속의 현대인’ 이 되어 현대인과 만나고 있다. 진정한 민속촌 식구가 된 것이다.
a 부부의 정성이 가득 담긴 텃밭은 이씨 부부의 소중한 일터다.

부부의 정성이 가득 담긴 텃밭은 이씨 부부의 소중한 일터다. ⓒ 서정일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가는 낙안읍성 연재
http://blog.naver.com/penfriends

덧붙이는 글 함께 만들어가는 낙안읍성 연재
http://blog.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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