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구속된 김용규 경기도 광주시장. 김 시장은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건설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오마이뉴스 박상규
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시장은 이력도 비슷하다. 두 사람은 모두 도의원을 지냈으며, 박 의원이 경기도의원을 마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지역구를 김 시장에게 넘겨줬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김 시장은 시장으로 재직하기 직전에 박 의원 지구당인 한나라당 광주시 지구당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박 의원은 김 시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하면서 둘은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됐다. 지난 2004년 4.15 총선에서 김 시장이 박 의원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광주시 주식회사의 회장은 박혁규, 사장은 김용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역에서 박 의원과 김 시장은 모두 부동산 전문가로 불린다. 김 시장은 실제 부동산 중개업을 했고, 박 의원 역시 '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은 경기도 도의원 시절 건축 관련(도시교통위원회와 지역계획위원회)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법과 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하다.
박 의원은 돈 받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LK건설 권 회장을 광주시청 인허가 실무자에게 소개해줬다", "권 회장과 정보를 나누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역시 박 의원이 부동산에 관심과 안목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발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건설업체 회장을 인허가 실무자에게 소개시켜준 것도 이례적일 뿐 아니라 건설업체 관계자와 나눌 수 있는 정보도 뻔하기 때문이다.
비리의 단초, 수질오염총량제
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은 수질오염총량제 시행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뇌물을 건넨 LK건설 권 회장은 박 의원과 김 시장에게 동일하게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건축허가 물량을 배정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이 바로 뇌물을 건넨 단초가 된 것.
수질오염총량제는 지자체별로 할당된 한도 내에서 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규제하는 제도로, 목표 수질을 달성하는 개발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지자체 가운데는 광주시가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외형적으로는 광주시가 수질오염총량제를 통해 오염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제도를 방패막이 삼아 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광주시는 환경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을 위해 박 의원과 김 시장이 환경부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수질오염총량제는 박 의원과 김 시장 뿐 아니라 광주시의 최정민(51) 시의원까지 구속시켰다. 수질오염총량제 도입으로 환경보전특별대책지역 내에 스키장이나 아파트 건축허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 시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최 시의원 역시 광주시 오포읍 일대에 아파트 건설과 관련 2002년 10월께 오포읍에 위치한 자신의 땅 3000평 가량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넘겨 20억원의 차익을 챙기고, 2003년 3월에는 1억원 상당의 BMW외제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뿐 아니라 검찰은 이미 광주시 공무원들 상당수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조사하고 구속도 시켰다. 지난해 12월 16일에는 광주시청 유 아무개 총무국장이 검찰에 불려가는 등 공무원들까지 수사가 확대돼 광주시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광주시 공무원들은 2000년에도 환경부 지침을 어기고 조건부로 개발사업을 승인했다가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다. 특히 박 의원과 김 시장에게 돈을 제공한 LK건설 권 회장의 '뇌물 수첩'에 상당수의 공무원 명단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칼끝, 곤지암 리조트 겨누나
재계나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수사가 과연 어디까지 확대되느냐 여부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비리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 다른 건설업체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수질오염총량제 실시의 가장 큰 수혜자는 LG그룹과 GS그룹이 관계된 곤지암리조트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수질오염총량제 시행 직후 곤지암리조트 개발사업을 승인했다. 검찰은 박 의원과 김 시장을 수사하면서 수질오염총량제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은 대검 중수부의 칼끝이 곤지암리조트를 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박 의원과 김 시장 비리가 간단치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 계속 변하는 박혁규 의원의 '변명' | | | | 지난해 12월 14일 경기도 광주지역 주택건설 인허가 로비의혹과 관련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박혁규 의원은 "나는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검찰에서 연락이 오면 당과 협의해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김용규 광주시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다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절대로 없다, 인·허가권자도 아닌 나에게 왜 그같은 로비를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광주시장이 박 의원 집에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 1억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 집은 맞지만 거기에서 무슨 돈거래가 있었는다는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 28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서 박 의원은 "청탁 관련해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를 역시 부인했다. 그러나 1월 6일 영장이 청구된 이후 박 의원의 말은 또 달라졌다.
"권씨와는 주로 부동산에 관한 정보만 주고받았으며 주택조합사업 인ㆍ허가 등과 관련해서는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권씨에게서 일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개인적인 채권ㆍ채무 관계에 따른 것일 뿐 대가성 있는 돈은 아니다. 재판에서 밝히겠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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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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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시장, '끈끈한 동지'의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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