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온건파 멀어지고 영남 끌어안나

한나라당, 11일 당직개편 발표... 본격 '박근혜당' 박차 가해

등록 2005.01.09 17:01수정 2005.01.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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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김형오 사무총장등 당직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김형오 사무총장등 당직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대표는 9, 10일 일정을 비우고 당직개편작업 마무리에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직개편 최종안은 11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며, 이날 열리는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추인 절차를 밟는다.

작년 7·19 전당대회 이후 6개월간 '리더십 1기'를 보낸 박근혜 대표는 이번 당직개편을 통해 명실공히 '박근혜당'으로서의 원톱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진영 대표비서실장 후임으로 유승민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총재 시절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은 유 의원은 경제정책, 호주제, 국가보안법 등에 있어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대변인의 경우 지난 6개월 임태희·전여옥 공동대변인제로 운영되었으나 임 대변인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대변인은 전여옥 1인체제가 굳어질 공산이 크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에 있어 공동대변인제의 비효율성이 지적되었다"며 "원톱 시스템으로 가는 대신 '원내 공보'역을 따로두는 등의 보완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오 사무총장과 이한구 정책위의장 후임으로는 각각 김무성 의원과 박세일 의원이 유력하다.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 출신의 김무성(부산남구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사권도 없고, 재정권도 없는, 사실상 사무처가 당의 홍보처로 전락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사무총장역은 없다"며 사무처 권한 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던 이한구 의장의 후임으로는 현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박세일 의원으로 압축되었다. 작년 여의도연구소 소장 임명을 앞두고 박 대표는 이한구 의장을 임명, 당 정책의 단일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으나 소장파 등의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이러한 당직개편 윤곽을 두고 온건개혁 성향의 한 재선의원은 "당의 변화와 혁신으로 가는 방향이라기 보다 박근혜 대표의 당 장악력을 높이는 라인업"이라고 평했다.


1월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
1월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장악력 높이는 라인업..."

당직개편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가운데 김덕룡 원내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2주간의 아프리카 의회시찰을 마치고 16일 귀국 예정인 김 원내대표가 5월 임기를 채울지 불투명한 상태. 당내 여론은 김덕룡 원내대표의 유임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4자회담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대표와의 불협화음, 영남보수측의 사퇴압력 등의 '정치상황'이 조기퇴진을 부추기고 있다.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김덕룡 원내대표는 박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당직개편 방안을 주로 논의했지만, 김 원내대표가 부재한 가운데 당직개편이 완료됨에 따라 박 대표측에서 사실상 '투톱체제'의 종료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할 경우를 대비, 원내대표 경선 주자로 맹형규, 김문수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문수(경기도 부천 소사구) 의원은 민생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최근 박 대표의 민생행보에 적극 결합하면서 '유신과오' 논쟁 이후 화해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로 인해 당내 친화력면에서는 맹형규 의원에게 뒤진다는 평가다.

3선인 맹형규(서울 송파구갑) 의원은 박 대표와 계파모임을 주선하는 등 당 결속력을 다지는데 정치력을 발휘한 바 있고,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남 이미지를 중화하기 위해 적합하다는 평이다. 박근혜 원톱체제를 강화하는데 원내역으로 무난하다는 것.

원내대표실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는 대로 어떤 결정이 있을 것"이라며 유임-사퇴 확답을 피했고, 4자회담에서 불거진 박 대표와의 불화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결정이 되든지 간에 앞으로 당내 DR의 운신 폭은 더욱 넓어지지 않겠냐"고 말해 앞으로 벌어질 '반영남' 노선투쟁에 김덕룡 원내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나라당도 '중간지대' 뜨나

당명개정, 당직개편 등 당 쇄신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각종 계파 모임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특히 중도그룹의 부상이 눈에 띈다. 작년 한해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양극단의 '자유포럼'과 '새정치수요모임'(이하 수요모임)의 노선투쟁에 중도를 표방하는 '푸른정책연구모임'(푸른모임)과 '국민생각'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박진, 임태희, 권영세 등 수도권 출신의 전문가그룹인 푸른모임은 7, 8일 제주도에서 모임을 갖고 "현안과 당 쇄신방향을 놓고 이제는 행동할 때"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박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에는 정책을 중심으로 한 공부모임에 주안점을 두었으나 앞으로는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진취적 개혁정당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영세 의원 역시 "정치(노선투쟁)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책만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개혁정당의 모습을 갖추는데 적극적인 행동을 모색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푸른모임은 박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당명개정과 관련 콘텐츠의 부족과 시기를 문제삼으며 4월 재보궐 선거 뒤로 미뤄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 조만간 지도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맹형규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국민생각'의 행보도 빨라졌다. 중도, 안정, 실용 등을 표방하는 국민생각은 오는 17일부터 '한나라당의 변화와 중도세력의 역할(가제)'이란 주제로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 세미나에는 서경석 목사도 참석한다.

현역의원 39명이 참여, 규모면에서는 가장 큰 당내 모임인 국민생각에는 박희태 국회 부의장과 5선의 강재섭 등 중진급 의원들을 비롯해 김충환, 김성조, 김학송 등 중도파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소장파-박근혜 '갈라선' 계기...국보법
남경필 "법사위 상정" 주장에, 박근혜 "무조건 막아야" 발끈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 소장파는 이번 당직개편을 기점으로 당직과 거리를 두며 박근혜 대표와 비판적 거리를 두기로 했다.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에 대한 지지·지원을 선언한 것에 매우 대조적인 행보다.

작년 한해 원희룡 의원은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남경필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정병국 의원은 언론발전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역할분담을 해왔다. 하지만 당직을 수행하면서 소장파 본래의 비판적 목소리는 선출직인 원희룡 의원이 '선방'하는 수준에서 도맡아왔다.

이들이 느낀 당직자로서의 한계는 국보법 논의과정에서 절정을 이뤘다. 지난달 중순 국보법 개정안 당론을 결정하는 의원총회에서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국보법 상정을 미룰 더 이상의 명분은 없다며 국보법의 법사위 상정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최연희 법사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보였으나 박 대표의 반대 입장은 강력했다.

박 대표는 '개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무조건 상정 불가라며 "독립투사가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는데 절차와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용갑 등 영남중진들은 비난의 화살을 김덕룡 원내대표에 꽂으며 "지도부가 이견도 조정하지 않고 의총에 내놓냐"고 맹비난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이튿날 비공개회의에서 남 수석의 발언은 원내대표단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이후 남경필 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소장파는 국보법을 대하는 박근혜 대표의 완고함에 '지원'을 철회하며 거리확보에 나서게 된 것.

반면 김용갑 의원 등 영남권 보수중진들은 4자회담 이후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을 지켜냈다"며 "박 대표에게 감동했다"고 공개적인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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