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만나는 '앙코르, 앙코르'

[문화현장] 킬링필드의 나라 캄보디아는 신화의 땅이었다

등록 2005.01.10 14:26수정 2005.01.1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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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인 왕가위 감독은 영화 '화양연화'에서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비밀을 앙코르와트에 풀어놓는다. 중년에 느끼는 비밀스러운 사랑을 천년의 사원에 조심스럽게 남기고 흙으로 덮어버리는 양조위의 그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자신만이 기억하고 싶은, 천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도 그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앙코르와트처럼 영원한 사랑에 대한 기약이리라.

a 앙코르와트 미니어처. 앙코르와트의 건축미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앙코르와트 미니어처. 앙코르와트의 건축미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 권미강

우리나라에서 앙코르와트의 신비가 본격적으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이 한 몫 했으리라. 영화를 본 후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캄보디아에 여행을 간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전에 캄보디아는 킬링필드의 나라로, 크메르루즈에 의해 자행된 만행의 장면만이 영화 '킬링필드'로 기억되었을 뿐이었다.


아무튼 영화를 통해 본 그 거대한 석상과 사원의 웅장함은 같은 동양이면서도 또 다른 멋을 가진 신비감으로 다가왔다.

a 크메르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야바르만 7세의 두상이다. 많은 제국을 정복한 권력자였으며, 불교를 안식으로 삼아 시민의 평화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기우렸다. 왕 중의 왕이자 우주의 통치자였던 그는 자신의 모습이 겸손한 예배자의 모습으로 재현되기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한다.

크메르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야바르만 7세의 두상이다. 많은 제국을 정복한 권력자였으며, 불교를 안식으로 삼아 시민의 평화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기우렸다. 왕 중의 왕이자 우주의 통치자였던 그는 자신의 모습이 겸손한 예배자의 모습으로 재현되기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한다. ⓒ 권미강

앙코르는 성(城), 와트는 사원 즉, 절이라는 의미의 합성어라고 한다. 중국인이 썼다는 '진랍풍토기'에는(1855년 프랑스의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앙리무어박사가 우연하게 손에 넣은 책이라고 한다) 캄보디아와 앙코르와트를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캄보디아는 2천년 전 세워진 나라로 899년에 나라가 크게 부흥했었다. 그때의 나라 이름은 '진랍'이었고 크메르족이 나라를 다스렸다. 진랍왕국은 타일랜드·미얀마·라오스 등 인도차이나반도 거의 모두를 다스린 큰 나라였다. 도읍을 왕국의 한 가운데 언덕인 앙코르에 세우고 그 도시의 뒷편에 어마어마한 절을 지었으니 그 이름을 '앙코르와트'라 한다."

a 앙코르 시대인 9세기 경에 만들어진 비슈누 상. 앙코르와트의 주신 중 하나이다.

앙코르 시대인 9세기 경에 만들어진 비슈누 상. 앙코르와트의 주신 중 하나이다. ⓒ 권미강

당시 크메르족은 왕이나 왕족이 죽으면 신과 같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원 건립은 하나의 풍습처럼 이어졌다고 한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왕조 전성기인 수리아바르만 2세에 만들어진 거대한 사원으로 당시 힌두문화의 영향을 받은 힌두교사원이라고 한다

앙코르와트의 주신은 시바, 브라흐마, 비슈누신인데 비슈누(중재의 신)는 처음에는 중요한 신이 아니었으나 토착신앙과 융화되고, 세상을 위험에서 구출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시바(파괴의 신), 브라흐마(평화의 신)와 함께 힌두교의 최고신이 되었으며 그의 부인 락시미는 어둡고 지저분한 곳을 싫어하는 여신으로 부유와 지혜를 상징한다고 한다.


a 크메르화된 불교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는 부처의 머리 부분

크메르화된 불교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는 부처의 머리 부분 ⓒ 권미강

어느 시대건 봉건적 군주제 속에서의 백성들은 왕조와 그를 위시한 귀족들에 비하면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더욱이 왕조에서 일으키는 대규모 사업에 백성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투입됐으며 '절대군주는 신'이라는 최면과 허상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했다.

앙코르와트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세계 5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거대한 이 석조건축물을 짓는데 30여년이 걸렸으며 거기에 동원된 사람만도 3만여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 위대함 뒤에 속병처럼 들끓은 백성들의 힘겨움과 원성이야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a 비슈누의 부인인 럭시미다. 어둡고 지저분한 곳을 싫어하는 여신으로 부유와 지혜를 상징한다.

비슈누의 부인인 럭시미다. 어둡고 지저분한 곳을 싫어하는 여신으로 부유와 지혜를 상징한다. ⓒ 권미강

역사 속에서는 번영과 영화의 상징으로 찬란한 천년 고대문화의 표본처럼 느껴지는 앙코르와트도 결국 백성들의 피땀 위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앙코르와트는 크메르루즈에 의해 짓밟힌 캄보디아의 재건을 빠르게 돕고 있는 문화유산이자 세계 건축미학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사원에 세워졌거나 새겨져 있는 갖가지 신상과 조각들은 캄보디아가 결코 경제적 잣대로만 결정하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지배했던 크메르 문화의 발상지였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캄보디아 문화의 자존심인 것이다.

크메르문화 대구에서 만나다.

지금 대구에서는 크메르문화의 중심인 앙코르와트의 진품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월 6일부터 대구EXCO 3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천년의 신비를 찾아서-앙코르와트 보물전'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기회다.

a 춤추는 헤바즈라상이다. 헤바즈라는 인도 밀교의 사상사에서 중요한 신상으로 형태는 두팔, 네팔, 여섯팔 등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것이 8개의 얼굴과 16개의 팔이 달린 모습이다.

춤추는 헤바즈라상이다. 헤바즈라는 인도 밀교의 사상사에서 중요한 신상으로 형태는 두팔, 네팔, 여섯팔 등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것이 8개의 얼굴과 16개의 팔이 달린 모습이다. ⓒ 권미강

캄보디아국립박물관에서 소장·전시되고 있는 진품 유물 99점이 처음으로 같은 시대 다른 모습으로 고대문화의 뿌리를 내렸던 신라의 땅을 밟은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가진 첫 번째 전시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앙코르와트 보물전'에서 우리는 신화로 이루어진 고대 크메르문화의 천년 신비를 느낄 수 있다.

2만4천개의 방대한 대서사시 '라마야나'와 '림커'는 그리스신화 등 서양신화에만 눈을 돌린 우리에게 엄청난 신비감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우리는 지배자들의 신격화를 통해 '신과 인간의 공존'을 생활화한 크메르인들의 신왕신앙(神王信仰)을 엿볼 수 있다.

a 제3관 전시실 내부

제3관 전시실 내부 ⓒ 권미강

또 힌두교와 불교에 그들만의 토속신앙이 더해져 만들어진 크메르만의 독특한 문화를 담은 다양한 불상들도 전시되는데 이는 당시의 문화적인 충돌이 이후의 문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앙코르와트 보물전은 제우스니, 아폴로니, 포세이돈이니 하는 그리스신화의 신들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비슈누와 시바 등 동남아 신들의 존재가 주는 남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a 시바신이 자신의 부인인 우마를 무릎에 앉히고 오른손에는 연꽃을 쥐고 있다. 시바의 무릎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우마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시바신이 자신의 부인인 우마를 무릎에 앉히고 오른손에는 연꽃을 쥐고 있다. 시바의 무릎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우마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 권미강

또 힌두교와 불교문화가 적절히 융화되고 발전한 건축미학과 미술조각 작품들 속에서 당시 캄보디아인들의 삶의 지표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2006년 예정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사전 행사격으로 열리는 것으로 전시회 내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관이 운영돼 '2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영상이자 최근 해외 수출을 통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3D입체애니메이션 '화랑영웅 기파랑전'을 DVD로 관람할 수 있다.

a 기도하는 소녀상과 그 뒤에 서있는 앙코르 후기 불상들.

기도하는 소녀상과 그 뒤에 서있는 앙코르 후기 불상들. ⓒ 권미강

또 우리나라 최초의 보드게임인 '삼국이야기'와 컴퓨터시뮬레이션게임인 '천년의 신화Ⅱ'를 관람객들이 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전시회 관람료는 어른 1만원, 청소년(초중고) 8천원, 초등생 미만(미취학 아동) 3천원이며 20명 이상 단체관람객은 1천원씩 할인된다.

*문의 : 앙코르와트 보물전 전시사무국 (053)601-5025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덧붙이는 글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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