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김의기 추모제에서 문익환 목사님과 함께. 서강대학교.박철
열차는 이내 서울역에 도착했고, 택시를 타고 K병원으로 행했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신 장모님을 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까지 말도 하셨다는 장모님은 전혀 의식이 없으셨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담당의사가 하는 말이 갑자기 악화된 듯하니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장모님의 병명은 '지주막하출혈'로 출혈이 일어난 곳이 뇌의 가장 중앙, 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의사는 매우 위험한 수술임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가족들에게 수술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시는 장모님 머리에 손을 얹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습니다. 수술실 앞 복도에는 긴 침묵이 흘렀습니다. 밤 12시가 넘어 수술이 끝났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오신 장모님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는데 앞으로 생존여부도 불투명하고 여러 차례 고비가 있는데 장모님은 워낙 연세가 워낙 많으셔서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실지 그것이 관건이라고 합니다.
수술 다음날 아침, 중환자실로 장모님 면회를 했는데 장모님의 양손 양발은 결박된 채였습니다. 눈을 뜨셨는데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고, 고통스러운지 온몸을 비트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괴로워했습니다.
벌써 장모님이 수술을 받으신지 5일 째입니다. 아직 큰 차도가 없으십니다. 장모님께 기적 같은 일이 생겨서 다시 의식이 돌아오고 침상에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하겠습니까? 오늘 아침 아내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여보, 엄마 돌아가시면 나는 누굴 의지하고 살지? 여보, 나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하장해서 당신이 좋아하는 산에다 뿌려줘요."
장모님의 부재가 아내에게 얼마나 큰 자리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자꾸 마음 약한 소리 하지 말아요. 지금 나도 마음이 짠해서 견딜 수가 없는데…. 이제 그만 장모님을 하나님께 보내드립시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새로 나온 저의 산문집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뜨인돌)에 "멍군이요! 그 목소리 다시 듣고 싶습니다"를 장모님께 읽어 드리려고 했는데, 올 봄 작은 집을 구해서 장모님을 부산으로 모셔 오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단 몇 달이라도 우리와 같이 살다가 하나님나라 가셨으면 좋겠는데, 그게 부질없는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