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19회)

등록 2005.01.11 10:38수정 2005.01.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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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요?"

김 경장은 두 손으로 유치장의 철조망을 붙잡은 채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공안을 건너다보았다. 공안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었다.


김 경장이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우린 바로 옆에 있었잖아요. 총을 쏜 자는 분명 밖에서 교수님을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옆에 있는 채유정도 거들고 나섰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피해자란 말입니다. 살인자가 우리까지 노렸던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공안은 여전히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둘은 한동안 소리를 치다가 그만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유치장을 지키고 있는 공안을 붙잡고 하소연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김 경장이 신고를 하여 살해된 류허우성 교수의 집으로 즉시 공안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김 경장과 채유정을 증인으로 공안국에 데려갔다. 하지만 둘은 잠시 조사를 받다가 곧바로 여기 유치장에 갇히고 말았다. 하소연할 틈도 없었다. 상부의 지시라는 말만 하고는 세 시간째 갇혀 있는 것이다.

둘은 배도 고프려니와 옆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 광경을 목격 한 뒤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채유정의 옷에는 아직도 피가 묻어 있어 당시의 상황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 괴로울 정도였다.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그들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류 교수가 살해된 시점이 너무 절묘하단 말이야."

"시점이 절묘 하다니요?"


"우리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말하려는 바로 그 순간에 총알이 날아왔잖아요."

"그렇다면…."

"누군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교수를 살해한 것이 분명해요. 입을 막기 위해서 말예요."

"도청을 당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어요. 방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잖아요."

"그렇다면 예전부터 누군가 류 교수의 방을 감시해왔다는 말이 되겠군요."

"도청을 해놓고 건너편에서 지켜본 것이 분명해요. 도청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죠."

채유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죽이지 않았을까요?"

"우린 아직 그 무엇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교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발설하려다 그만 살해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을 죽일 만큼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안 박사님의 죽음도 여기에 관련된 것이 분명해요."

잠시 한 손으로 턱을 고이고 생각에 잠겨 있던 김 경장이 이런 말을 해왔다.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몰라요."

"잘된 일이라뇨?"

"안 박사님에 이어 류 교수까지 살해된 것으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우범자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잖아요. 중국 공안도 수사를 새로 시작할 지도 몰라요."

듣고 있던 채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유치장 문이 열리며 제복 입은 공안이 안쪽을 행해 말했다.

"두 사람 밖으로 나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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