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근시·색맹 판정 받고 '방위' 복무
경찰 임용자격도 미달인데 어떻게?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 인사청문회 앞두고 '병역비리' 파문 예고

등록 2005.01.13 13:43수정 2005.01.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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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청장측, "병역과 학업 병행, 하등 문제될 거 없다"

허준영 경찰청장 내정자의 병역문제와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간 뒤, 허 청장측은 "84년 경찰공무원에 응시할 당시, 허 청장은 일선 경찰이 아니라 고시출신의 '경력직원'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시력 등을 까다롭게 보지 않았다"며 "당시 기준에 맞게 채용되었다"고 추가 해명했다.

허 청장은 또 73년 보충역(방위)판정시의 시력과 84년 경찰 임용시의 시력 차가 큰 것에 대해 "70년대에는 종이컵으로 눈을 가리고 시력검사를 하는 등 검사과정이 허술해 정확치 않은 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보충역으로 근무할 때 주소지(대구)를 벗어나 서울 용산에서 '파견근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허 청장측은 "당시 규정에 따르면 '주소지'가 아닌 '거주지'에서도 근무를 할 수 있었다"며 "당시 대학에 다닐 때라 거주지가 서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군복무와 대학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던 것에 허 청장측은 "하루 24시간 근무하고 48시간을 쉴 수 있어서 상관의 허락을 맡고 학업을 할 수 있었다"면서 "다른 근무자들과 달리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것을 자원했고, 또 대학 4학년생이라는 점이 감안돼 근무기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a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허준영씨.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허준영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허준영(52·현 서울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 후보를 상대로 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가운데 허 청장의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허 청장은 군입대 신체검사에서 고도근시와 색맹 판정을 받고 12개월 보충역(방위)으로 복무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 임용과정에서는 정상시력으로 신체검사를 통과, 군복무 신체검사의 허위 판정 의혹을 사고 있다. 아울러 군복무 기간에 대학을 다니는 등 학업을 병행한 사실이 알려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허 청장의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기준 교육 부총리 인사파동에 이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문제가 재론되는 등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군복무 기간 대학생활 병행

국회 행자위 위원들이 병무청에 요청해 입수한 허준영 청장의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허 청장은 고도근시와 색맹으로 '12개월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73년 3월 21일 대구통합병원에서 첫 신체검사를 받았을 당시 허 청장은 좌우 나안시력 0.08~0.06에, 색맹 판정을 받았다. 5개월 뒤 재검을 받았지만 그 때도 역시 0.06~0.07 고도근시에 색맹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허 청장은 76년부터 2월 21일부터 77년 2월 19일까지 서울 용산에 소재한 국군영화제작소에서 '초소경계' 보직을 맡아 근무했다. 당시 대구시 남산에 주소지를 갖고 있던 허 청장은 이처럼 주소지를 벗어나 서울에서 '파견근무'를 하며 대학(고려대 행정학과) 생활까지 병행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아니라 주경야독(晝警夜讀)으로 군복무와 학업을 병행한 셈이다. 실제로 허 청장은 73년 3월 대학에 입학해 병역 복무기간이 끝나는 77년 2월 19일 직후인 2월 25일 대학을 졸업했다.

이에 대해 허 청장측은 "하루 24시간 근무하고 이틀 쉬는 체제라 쉬는 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허 청장의 병역문제와 관련, 더욱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은 허 청장의 보충역 입대 당시의 시력이 경찰 공무원 임용을 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허 청장은 80년 외무고시(14회)에 합격한 뒤, 4년 6개월 가량 외교관 생활을 하다 84년 9월 경정 시보로 경찰에 입문했다.


하지만 경찰공무원임용령시행규칙(84년 기준)에 따르면 시력 기준은 "양안의 나안 시력이 각각 0.3 이상, 교정시력이 0.8 이상이어야 한다"고 나와있다. 또한 색신 기준도 "색맹이어서는 안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허 청장측은 "경찰 임용 당시 신체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허 청장측은 당시의 신체검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와 관련 허 청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성적표까지 제출한 마당에 신체검사기록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허 청장의 84년 경찰공무원 응시 당시 시력은 0.4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 시력이 '정상시력'이라면 허 청장은 73년 청년 시절의 좌우 나안시력 0.08~0.06에서 10년만에 5~7 곱절 정도나 시력이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시력은 만에 하나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색맹은 교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여전히 의혹을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청와대에서 일찌감치 '청장감'으로 낙점

2002년 강원도지방경찰청 청장으로 재직중이던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는 노무현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2003년)과 서울지방경찰청장 청장(2004년)을 거쳐 경찰청장으로 내정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밟아왔다.

최기문 전 경찰총장과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일찌감치 허 총장을 차기 경찰청장감으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치안비서관 재직 당시 청와대 386 참모진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개혁' 코드를 맞춘 것이 고속승진의 배경이라는 게 중평이다.

허준영 경찰청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최종 임용된다면, 첫 외무고시 출신 치안총수라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한편 청와대측은 허 총장의 병역문제와 관련, 아직 의혹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다. 청와대 한 인사담당자는 고도근시와 색맹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실에 대해 "처음 듣는 소리"라고 답했다. 따라서 '치안총수'에 대한 병역 검증도 거치지 않고 경찰청장 후보로 내정,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국회 행자위는 14일 허준영 경찰청장 내정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고 허 청장의 병역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a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 병적기록표(앞면)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 병적기록표(앞면)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a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 병적기록표(뒷면)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 병적기록표(뒷면)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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