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생가 주변, 민족시인 20명 시비 세운다

신동엽, 정지용, 이상화 시비 등 만해제 맞춰 개막식 예정

등록 2005.01.16 17:43수정 2005.01.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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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만해생가
복원된 만해생가안서순
충남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박철부락) 491번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가 주변에 '만해 민족시비 동산'이 조성된다.

이곳에는 만해를 포함해 신동엽·이상화·정지용·조태일·박두진·김소월·김광섭·조지훈·백석·김수영·김달진·유치환·윤동주·심훈·이육사·변영로·정한모·김남주·구상 등 일제시대부터 해방이후에 활동한 민족시인 중 작고한 20명의 시비가 생가 옆 산기슭에 새로 만들어지는 620m 산책로를 따라 길섶 곳곳에 세워진다.

시비에는 항일민족시인들의 겨레 혼을 일깨우고 광복을 염원한 시와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과 군부독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며 '자유'를 외쳐온 용감한 시인들의 시대를 아파하는 시가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에 아로 새겨진다.

홍성군은 이 시인들의 시를 새길 시비돌을 만들어 놓고 현재 서체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홍성군은 4억1900여만원을 들여 지난 해부터 시작한 생가지 주변공원화 사업과 함께 만해민족시비를 올해 열리는 만해제에 맞춰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만해의 초상을 모신 만해사
만해의 초상을 모신 만해사안서순
만해의 생가는 싸리로 울타리를 세운 초가삼간 오두막이었다. 지금은 생가까지 일부러 길을 닦아놓아 힘 안 들이고 갈 수있지만 인근의 땅 생김을 볼 때 그가 태어난 18세기 후반(1879년) 무렵에는 부근 사방에 인가도 없는 첩첩산중으로 대낮에도 여우가 좁은 뜰안의 암닭을 엉성하게 세워진 울타리 틈으로 물어갔을 법한 곳이었다.

겨울이라서 그랬을까. 1월 초순의 만해의 생가는 고즈넉했다. 서울에 살면서 겨울방학을 맞아 충남서북부지역의 문화재 답사길에 나섰다는 김기쁨(15·여중생)양과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 동행한 40대의 아버지와 엄마 등 4명의 일가족이 만해의 생가를 둘러보는 답사객의 전부였다.

만해 생가 뒤편에는 만해의 초상을 모신 '만해사(사당)'가 덩그렇게 서있다. 답사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문을 열어놓은 만해사에서는 만해의 초상이 만해 자신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골짜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만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만해사에 모셔진 만해초상
만해사에 모셔진 만해초상안서순
억새만 무성하던 생가를 복원(1992년)해 놓고 그의 생전에 그처럼 크고 화려한 호사스런 집을 한번도 소유해보지 못했을 사당(1995년)까지 지어 극진히 대접하고 있는데도 그를 기리는 발길이 뜸한 것이 계면쩍고 만해를 대하기가 송구스러워 그랬을까.

홍성군은 수 년 전부터 그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오늘에 계승하고 차츰 희박해져 가는 역사의식을 제고시키기 위해 고심하다가 '만해민족시비'를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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