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돈내고 음반사기 싫은 것 아닌가?

[주장] 저작권법 개정이 음반산업 후퇴라면 차라리 후퇴하자

등록 2005.01.18 13:18수정 2005.01.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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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찬반논란을 지면에 실어 독자 여러분에게 판단의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솔직해지자! 돈 내고 음반 사기 싫은 것이다. 이 무한 공유의 바다 인터넷에서 잠시 품만 팔면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무수한 음원들을 왜 돈내고 사냐는 것이다.


인터넷이 아니라도 친구가 가지고 있는 CD 잠시 빌리면 똑같은 CD하나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그렇게 모아서 또 하나의 편집 음반을 내서 팔아먹을 수도 있는 황홀한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다.

들을 만한 음악이 없기 때문에 음반을 사지 않는다고? 댄스음악이 주류시장을 휩쓸던 불과 5~10여 년 전에 대중음악시장은 100만장이 넘는 밀리언셀러가 심심찮게 기록되었던 음반산업의 전성기였다. 그때 음악은 들을 만해서 그렇게 팔렸나?

음악없는 블로그가 무덤이라고 했다면 당신은 블로그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음악에 무엇을 투자했나? 스킨과 아이템은 돈을 내고 사고 음악은 퍼오거나 복제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인터넷의 발전, 공유의 문화가 전반적인 창작의 수준과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사람들과 시민단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날 이 빌어먹을 상황은 또 무엇인가?

나는 모든 음반이 100만장 10만장 나가야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쁜 음반 정말 개떡 같은 음반은 1장도 사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음반들 역시 판매율이 하락하고 P2P나 개인 홈페이지 등에서 무단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리고 가만히 살펴보면 듣지 말아야 할 음악들은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보기 어렵다. 정말 괜찮은 음악, 많은 노력을 들여서 만든 음악, 음악 하나만을 종교처럼 믿고 사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네티즌은 좋은 음악만 골라 듣기 때문이다. 자꾸 찾아다니다 보니 듣는 수준도 올라가고 그러나 보니 허접한 음악들은 아예 듣지도 사지도 공유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무슨 새로운 창작의지를 불태우고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의 상황을 성숙하지 못한 음반산업종사자들의 실수라고 질타하는 정보통신분야의 저명한 교수님도 계신데 그래 '띨푼'한 음반산업 종사자들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건 '띨푼'한 음반산업종사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음악산업을 포기하고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 정부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 자기들의 권리를 방기하거나 포기한 사람들의 멍청함을 비웃을 수는 있어도 돌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작권법이 강화되면 음반산업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고? 그럼 차라리 후퇴하자. 창작자의 권리 그리고 정당한 대가 없이 마구 사용되는 오늘 우리 인터넷의 심각한 '조폭성'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정말 모든 네티즌이 범죄자가 되고 그 범죄에 무감해질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얘야, 음악은 이렇게 마구 퍼와서 니 맘대로 공유하다가 싫어지면 버리고 또 찾아쓰면 되는 것이다”라고 가르치면서 음반산업이 발전해야 된다면 차라리 포기하자.

더욱 웃기는 것은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늘어놓는 네티즌들은 결국 “P2P로 받아쓰면 되지 뭐”, “외국음원 쓰면 되지”하는 말들을 버젓히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외국음원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과 P2P 어쩌고 하는 순간 당신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좀 알기 바란다.)

“음악을 미리 듣고 사고 싶다”,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등등의 다소 간곡한 어투의 글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그건 바로 생산자가 결정할 일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내 물건을 어떻게 팔든 그건 내 마음인 것이다. 누구도 거기에 명령할 수 없다.

포장을 해서 팔든 그냥 내놓고 팔든 법이 정한 최소한의 규격과 규제를 받는다면 그 외의 것들은 전적으로 내 마음인 것이다. 내가 만든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사게 하든, 그냥 나누어 주든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다.

몇 가지 황당한 이야기를 더한다. 당신의 블로그와 똑같은 블로그를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게 하고 마음대로 쓰게 하고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무료로 하고 복제 가능, 공유 가능케 하고 각종 인터넷서비스 접속비용을 무료로 하고 모든 사유재산을 공유하라. 그러면 당신들 좋아하는 음원 마음대로 쓰게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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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탁현민 기자는 음반기획자로 <뚜껑 열리는 라이브 콘서트 만들기> 저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탁현민 기자는 음반기획자로 <뚜껑 열리는 라이브 콘서트 만들기>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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