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숨어 있는 아름다운 풍경> 표지가림출판사
간 큰 사나이가 쓴 여행기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남매를 둔 가장이 10년을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둔 사람은 시쳇말로 좀 어떻게 된 친구다.
그보다 20년이나 연상인 필자도 지난해 내 자의로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고 강원도 산골로 내려올 때 언저리 사람들로부터 무척 모난 사람 취급을 당했는데, 아마도 그는 나보다 몇 배나 별난 사람으로 여겨졌으리라.
하긴 그렇다. 예술은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다. 뮤즈(Muse)는 아무에게나 미소를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예를 위해 자기 귀도 자른 이도 딸의 눈을 장님으로 만든 몹쓸 아비도 있다.
"저를 놓아 주십시오. 제가 가야 할 길을 꼭 걸어야겠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꼭 걸어야 할 길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길은 내게 숙명이었는지 모릅니다. 꿈을 접은 채 평생 샐러리맨으로 살아갔다면 언젠가 후회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지만 가시밭길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날까지 결코 후회 없이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는 자기를 아끼는 직장 상사나 동료들이 부여잡는 손길도 끝내 뿌리치고 ‘나의 길’을 택했다. 회사에서 얼마간 받은 퇴직금도 보증을 잘못 서서 대부분 날렸고 수중에 남은 140만원조차도 여섯 살 난 딸 정수와 전국 유람을 하면서 ‘제로’로 만든 뒤 본격적으로 역마 길에 나섰다니, 이혼당하지 않고 여태 가정을 꾸려가는 게 신기하다. 그는 정말 ‘간 큰 남자’요, ‘사나이 중에 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