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사랑의 집'을 지었습니다

이정은 기자의 라오스 봉사 체험기 ①

등록 2005.01.21 13:50수정 2005.01.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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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애씀.'

국어사전에서의 '봉사'의 의미입니다. 저를 비롯한 저희 학교의 15명의 학생(남자 9명, 여자 6명)과 5명의 남자 교직원 선생님들은 지난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라오스의 우돔싸이라는 곳에서 '봉사'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 의미를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나름대로의 결실을 맺고 돌아왔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매 방학 때마다 라오스, 네팔, 캄보디아, 몽골 등에서 현지에 필요한 학교나 화장실 등을 지어주는, 학생과 교직원으로 구성된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교 해외자원봉사 담당부서에 지원하여 그 지원자들 중에서 선발된 학생들로 구성됩니다.

a 작년 라오스 봉사단 2기가 지은 학교의 모습

작년 라오스 봉사단 2기가 지은 학교의 모습 ⓒ 이정은

저희 학교 라오스 봉사단은 올해가 3기로써, 재작년 1기 때에는 현지의 학교 개·보수를, 작년 2기에는 학교를 새로 건축했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다 마무리하지 못한 창문이나, 문 등을 달고 학교를 새로 손보려고 했으나, 그 작업은 저희가 떠난 후 현지인들이 이미 작업을 마쳐 놓았기에 저희 봉사단은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새 학교를 짓기로 했습니다.

학교 건축과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다

저희 라오스 해외자원봉사단 3기(이하 봉사단)가 라오스에서 해야 할 임무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우돔싸이에 살고 있는 고산족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곳의 공무원이나 선생님에게 워드나 엑셀 등의 컴퓨터 교육을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봉사단은 현지에서 학교를 건설하는 현장팀 16명(남자 12, 여자 4)과 컴퓨터 교육을 담당할 컴퓨터팀 4명(남자 2, 여자 2) 이렇게 두 팀으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현장 팀에는 저희 학교 봉사단을 3년째 현지에서 도와주고 계신 정미경 선생님께서 합류하셨고,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현지인 가이드 비엔캄씨도 함께 했습니다.


현장팀의 일원이었던 저를 포함한 현장팀 여학생 4명은 학교 건축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현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학교를 짓는 곳이 학교 건물 4채가 모여 있는 곳이라 쉬는 시간에 공사장으로 모여드는 아이들을 위험한 공사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거든요. 또한 올해는 처음으로 현지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기도 했습니다.

a 라오스 봉사단이 고산족 아이들의 이발을 하고 있다.

라오스 봉사단이 고산족 아이들의 이발을 하고 있다. ⓒ 이정은

그렇다면 '어떻게 4일만에 학교를 짓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드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이곳의 학교는 저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학교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4~5층까지 올라가는 벽돌건물, 미끄럼틀이나 철봉 등의 놀이시설들이 갖춰져 있는 운동장을 가진 우리의 학교 모습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18개의 빔을 새우고 그 빔을 토대로 나무로 학교의 몸채를 완성하는 단층건물. 우리의 학교에 비해 많이 허름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 건물 안에서 우돔싸이 고산족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고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학교를 짓는 데에는 저희 봉사단 인원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현지 마을 사람들의 도움도 큰 몫을 했습니다. 마을 아주머니들께서는 건축에 도움이 될 나무들을 깎아 주시고, 아저씨들은 빔을 새우고, 시멘트를 붓고, 학교 몸채를 완성하는 모든 작업에 함께 했습니다.

a 라오스 우둠싸이 고산족 학교의 모습

라오스 우둠싸이 고산족 학교의 모습 ⓒ 이정은

마음으로 마음을 읽다

저희가 학교를 세운 곳은 우돔싸이 지역에서도 차를 타고 40분 정도 산 속으로 들어가는 고산족들이 사는 마을이라, 저희가 기본적으로 준비한 라오스 언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곳입니다. 고작해야 인사를 하거나 숫자나 이름을 묻고 대답하는 정도의 대화만이 가능할 뿐이었죠. 이 고산족들의 언어는 '까무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현지인들과 나흘간의 작업이 가능했을까요? 우리들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기 위해 참여한 비엔캄씨도 '까무어'에는 능통하지 못했거든요.

저희 봉사단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매일 저녁 그 날의 평가를 하면서 나눴던 얘기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저희는 지난 며칠 간 가슴 깊이 느꼈습니다. 게다가 '바디 랭기지(body language)'라는 것이 한몫 하기도 했고요.

'봉사'란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

비록 학교 건축 작업에 제가 직접적으로 많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봉사단을 대하는 현지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 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웃고, 서로의 어설픈 몸놀림에 함께 즐거워하며 하루하루 완성되어 가는 학교를 볼 때면 우리가 '봉사'라는 이름으로 베풀고 있는 결과물이 아닌, 그 곳 사람들과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봉사단 인원만으로는 단 나흘만에 학교 건축을 결코 마칠 수 없었겠지요.

a 라오스 봉사단과 현지인들이 함께 하는 학교 건축 모습

라오스 봉사단과 현지인들이 함께 하는 학교 건축 모습 ⓒ 이정은

라오스 우돔싸이에서 '봉사'라는 것을 하는 지난 며칠 동안 저는 매일 밤 제가 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변화시키고, 담금질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지원했었습니다.

우돔싸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번 라오스 해외자원봉사를 통해 제가 처음에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동기는 100%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저는 제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동기에서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봉사'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현지에서 그 곳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막연히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가슴 깊이 몸소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봉사'라는 이름 아래 라오스에 갔었지만, 저희 봉사단은 '봉사'라는 것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시혜'의 의미가 아닌 '동참'이라는 것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는 학교 건축이 이뤄지는 동안 제가 만났던 고산족 아이들과 이번 라오스 봉사활동이 저에게 남긴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기사에서는 학교 건축이 이뤄지는 동안 제가 만났던 고산족 아이들과 이번 라오스 봉사활동이 저에게 남긴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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