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불조심을 아십니까?

낙안읍성, 우리모두 절대 불조심입니다

등록 2005.01.24 21:33수정 2005.01.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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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낙안읍성 곳곳엔 절대불조심이란 글귀를 새긴 돌들이 있다

낙안읍성 곳곳엔 절대불조심이란 글귀를 새긴 돌들이 있다 ⓒ 서정일

한옥이 가지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화재에 대해 속수무책이란 점이다. 특히 짚으로 만든 초가집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온통 초가집인 낙안읍성은 화재 위험이 큰 지역이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늘 긴장감을 안고 사는 셈이다.

지난 21일 서문근처 성곽 바로 옆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과 소방파출소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면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다. 화재 원인은 다름 아닌 관광객이 버린 담뱃불.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이런 크고 작은 화재는 대부분 관광객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써놓은 글귀가 바로 '절대 불조심'


다른 곳에선 흔히 볼 수 없기에 신기해서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글귀. 그러나 얼마나 절박하면 그냥 불조심이 아닌 '절대불조심'이란 단어를 사용했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a 지난 21일 관광객의 부주의로 발생한 화재현장

지난 21일 관광객의 부주의로 발생한 화재현장 ⓒ 서정일

사실 불조심에 관해 관계당국과 주민들은 각별히 신경을 쓴다. 소중한 문화재기도 하거니와 살고 있는 주민들에겐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매년 화재 발생이 빈번한 계절엔 교육을 실시하고 순찰을 강화하며 모의훈련도 실시한다. 낙안읍성엔 소방파출소까지 특별히 두고 있다. 또한 비록 보기엔 조금 흉하지만 안전이 우선이기에 마을 골목 이곳 저곳엔 붉은 소화전까지 설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관광객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담뱃불로 인한 화재는 골칫거리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억지임을 알지만 특정건물을 금연건물로 지정하듯 이곳 낙안읍성 또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a 성곽 위를 걷다보면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성곽 위를 걷다보면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 서정일

화재현장에서 돌아오는 길, 여기저기 널려 있는 담배꽁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성곽 너머로 떨어져 산림을 훼손하고 또 큰 화재로 번질 뻔했다고 생각하니 밉기도 했다. 제발 담배 피지 말라고 하면서 지나가는 한사람 한사람을 붙잡고 불조심에 관해 일장 연설이라도 하고 싶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 담배를 피지 못하게 흡연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또한 애연가들에겐 4만여평이 넘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옛날을 생각하며 사색에 잠길 때 담배 한 모금이 정신적 긴장을 해소해 주고 생각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걸 안다.

하지만 아무 곳이나 마구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은 정말 곤란한 일이다. 더구나 그것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명과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낙안읍성 곳곳에 왜 불조심이 아닌 '절대불조심'이라 표기되어 있는지를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가는 낙안읍성 연재
http://blog.naver.com/penfriends

덧붙이는 글 함께 만들어가는 낙안읍성 연재
http://blog.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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