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사실 알려주니 아이가 울더라구요"

[미니 인터뷰] 홀트 입양가족모임 '한사랑회' 사무국장 홍선희씨 부부

등록 2005.01.25 11:06수정 2005.01.25 15:29
0
원고료로 응원
결혼 8개월 만에 입양을 결정한 후 현재 성헌(초3), 성은(초2) 두 아이와 함께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홍래(42)-홍선희(43) 부부.

이제 입양을 생각하는 다른 가족, 특히 불임 부부들을 돕고 싶어하는 이들 부부는 입양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홀트 입양가족 모임 ‘한사랑회’ 사무국장을 맡아 봉사하게 된 홍선희씨 가족을 만나 입양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입양결정을 매우 빨리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입양을 결정하게 되셨는지요?
홍선희="결혼 1년만에 입양결정을 했어요. 입양을 하려면 결혼한 지 꽤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저희 부부처럼 불임진단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해서 빨리 했어요. 물론 결정할 때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정하고 나니 막상 후회나 걱정은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매우 예뻐서 입양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김홍래="저 같은 경우는 2대째 무녀독자에요. 제가 외아들이어서 아버님이 적극적으로 권유하셨고 자연스럽게 입양을 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집사람이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불임 판정을 받은 후 신앙으로 자연스럽게 입양을 받아들였지요. 오히려 ‘아들이냐 딸이냐’로 실랑이를 좀 했죠. 아들을 입양하고 보니 아들이 외롭겠더라구요. 저도 혼자 자라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터라 그 뒤로 딸을 입양했죠."

- 아이들에게 입양사실을 알려주셨다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a 성헌, 성은을 가슴으로 낳은 홍선희, 김홍래 부부

성헌, 성은을 가슴으로 낳은 홍선희, 김홍래 부부 ⓒ 김은희

홍선희="아이들에게 입양을 알린 지 3개월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비밀입양을 했죠. 최근에 입양교육을 받으면서 입양공개가 늦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동안 정말 입양사실을 잊고 살았는데 새삼스럽게 아이들에게 입양을 말한다고 생각하니 제 자신이 더 힘들더라고요. 한달을 고민하다가 말해 줬어요.

작은 아이가 눈치가 빨라요. 제가 입양 모임에 참석해서 가져온 사진을 보고 엄마가 왜 입양모임에 갔는냐고 질문하기에 여기에 대답하면서 입양이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말해주다가 그 끝에 ‘너도 이 특별한 아이 중에 하나다’라고 말해줬어요.

둘째는 그때부터 엉엉 울더라고요. 엄마가 둘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힘들었던 것 같았어요. 그 때는 아이를 위해 제가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냥 안고 울었지요. 하지만 큰 아이는 아직도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뒤로는 또 입양사실을 잊고 지내요."


김홍래="사춘기 때 알면 오히려 방황하고 역효과가 날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공개한다는 아내의 말에 반대했다가 서로 고민한 끝에 아이들에게 말하게 됐죠. 사실 완전한 비밀은 없다고 봐요. 아이들을 자식이 아니라 인격체로 본다면 아이들에게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 입양가족들 모임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선희="입양가족 모임을 하는 이유는 첫째 입양가정을 돕는 거에요. 입양아를 양육하는데 겪는 많은 어려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거든요. 공개된 곳에서는 별로 문제가 없지만 숨겨진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죠. 입양모임이나 교육을 통해 숨겨진 문제들이 드러나고 그 속에서 치료가 돼요. 또 아이들도 자신을 드러내고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곳은 입양모임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모임을 되도록 자주 갖죠."


김홍래="지금껏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왔다가 이제는 부모가 되면서 사랑을 주어야 하는데 준비없이 아이를 입양하기보다는 부모교육을 통해 자신부터 엄마,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자녀를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준비없이 받아들일 때와 그렇지 못할 때,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이 모임을 통해 그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 홀트 입양가족모임인 ‘한사랑회’가 창립되었는데 '한사랑회'와 특히 홀트에서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홀트 입양가족모임 '한사랑회' 가족들

홀트 입양가족모임 '한사랑회' 가족들 ⓒ 김은희

김홍래="앞으로 모인다면 단지 부모 중심의 시간이 아니라 자녀들이 중심이 되어서 즐기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1박2일 캠프나 체험을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가 돈독해질 수 있어요.

또 부모가 말해주지 않더라도 ‘아, 입양아가 나뿐이 아니다. 나만 특별한 아이가 아니고 주변에 많구나’라는 사실을 본인이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자라면서 별 걱정 없을 것 같아요."

- 어머니는 이미 입양을 받아들이셨는데, 입양을 하고 계신 분들, 특히 불임부부들처럼 입양 결정이 쉽지 않았던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홍선희= "저는 불임의 고통을 잘 알아요. 아이를 입양하며 앞으로도 예비 입양가족 중 불임가정이 80% 이상 차지할 거라 생각해요. 아이를 입양한다고 해서 불임의 고통을 극복할 거라고는 자신 못해요. 저도 아직 좀 남아 있거든요.

하지만 그 마음의 상처를 빨리 씻는 방법은 ‘엄마가 되는 것’이에요. 입양만큼 가장 쉬운 방법도 없다는 데 입양을 하고 나니 정말 그래요. 하기 전까지는 사실 어렵고, 권하기도 힘든 일이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입양을 하니깐 정말 입양만큼 쉬운 일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자녀의 개념을 달리 가져야 해요. 꼭 내 배로 낳아야만 자녀라는 관념이 바뀌지 않으면 입양하기 어려워요. 저는 빨리 입양을 결정해서 어려움을 많이 겪지 않았지만 사실 불임부부들은 오랜시간 물질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 있거든요."

- 사랑회에서 사무국장 일을 맡으셨는데 각오 한 말씀해 주세요.
홍선희="사실 입양은 한번쯤은 다 생각하거든요. 입양을 준비하거나 하고 싶은 가정이 많지만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아요. 특히 불임가정은 더 그래요. 작은 힘이지만 홀트와 함께 활동하면서 불임에 대한 상처나 아픔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1,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1,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4. 4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