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아내가 내놓은 '과메기' 술상

등록 2005.01.26 10:57수정 2005.01.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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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찍 출근하는 편입니다. 다른 부서보다는 제가 맡은 일이 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새벽 6시 40분이면 집을 나섭니다. 6시 50분에 동료직원이 아파트 입구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직원과 저는 ‘카풀’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에 도착하면 7시 40분 정도 됩니다. 그때부터 저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다보니 아침 식사는 단출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밥 대신 떡국을 주로 먹습니다. 떡국 맛은 뭐니뭐니해도 멸치국물에 있습니다. 아내는 충분히 멸치국물을 우려냅니다. 그런 다음 두부를 넣고 새우도 넣고 푹푹 끓입니다. 제가 떡국을 먹을 때는 옆에서 김도 부셔 넣습니다. 떡국 맛이 그만입니다.

그런데도 일을 하다보면 허기를 느낍니다. 아무래도 너무 일찍 아침을 먹은 모양입니다. 저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봅니다. 10시밖에 안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려면 아직도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사무실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어봅니다. 그런데 먹을 만한 게 없습니다. 이런 때 빵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점심을 먹고 부근에 있는 바다를 찾곤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70년대는 바다가 온통 오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곳에 어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어선도 있고 바닷물도 그렇게 맑을 수가 없습니다. 갈매기가 어선 주위를 맴돕니다. ‘겨울바다’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벌써 저녁인가 봅니다. 직원들이 저녁을 주문합니다. 순두부와 된장찌개입니다. 우리 등기소에는 직원이 총 14명입니다. 이 중 7명이 야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모두 밤 10시까지는 일을 할 겁니다. 집에 들어가면 11시쯤 되겠지요. 세수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면 12시가 넘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제도 퇴근을 하고 집에 와보니 11시가 넘었습니다. 아내가 안쓰러웠던지 ‘과메기’에 소주를 내놓았습니다. 저는 반색을 했습니다.


a 과메기와 소주입니다. 한잔 하고 싶지 않으세요?

과메기와 소주입니다. 한잔 하고 싶지 않으세요? ⓒ 박희우

“웬 과메기야?”
“저번 일요일에 울산에 있는 동생이 한 축 가져왔잖아요.”
“그랬었지. 깜빡 잊고 있었네. 그 날 일요일인데도 나는 출근을 했었지. 처남 얼굴도 보질 못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처남인데 말이야. 하하하.”

저는 소주를 한잔 쭉 들이켰습니다. 무척 달착지근했습니다. 피로가 단숨에 달아나는 느낌입니다. 저는 연거푸 두 잔을 더 들이켰습니다.


“얘들한테 미안하구먼. 얘들과 놀아주지 못한 지가 꽤 되는 것 같아”
“집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가 잘 돌보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내의 말이 들릴락말락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꾸만 졸리는 눈을 치켜 떴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잠깐이었습니다. 정말 잠깐 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급히 저를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시계를 봅니다. 아침 6시 20분입니다.

저는 서두릅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옷을 입습니다. 식탁에 앉자마자 냉수부터 벌컥벌컥 들이킵니다. 그리고는 아내가 준비한 떡국을 급히 입에 밀어 넣습니다. 저는 현관문을 나섭니다. 아내가 손을 흔듭니다. 저는 힐끔 뒤를 돌아보고는 걸음을 빨리 합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45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하루를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일이 많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하루를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일이 많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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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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