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웬 시민기자야?"

[오마이뉴스와 나] 권영길에서 이혼 이야기까지

등록 2005.01.27 08:59수정 2005.01.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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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6시 30분입니다. 모처럼 깊은 잠을 잤습니다. 여덟 시간은 족히 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머리도 그렇게 맑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좀 늦게 출발해도 됩니다. '카풀'하는 동료 직원이 무슨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1시간 늦은 아침 7시 50분에 약속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볼에 뽀뽀를 해 줍니다. 다시 아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 내립니다. 아내가 싱긋 웃습니다.

"지금 몇 시지요?"
"6시 30분이야. 좀 더 자도 돼. 오늘은 7시 50분에 출근하기로 했어."

저는 제 방으로 갑니다. 컴퓨터를 켭니다. 화면이 뜨고 저는 <오마이뉴스>로 들어갑니다. '기자회원방'을 클릭합니다. 제가 쓴 글이 고스란히 그 속에 담겨있습니다. 모두 102건입니다. 원고료 총액을 보니 51만9000원입니다. 작년 11월에 특별상으로 10만원을 탔으니 모두 합해서 61만9000원입니다.

저는 2004년 1월 6일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습니다. 첫 작품이 '그가 이웃집 아저씨였다니'였습니다. 여기서 이웃집 아저씨는 바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입니다. 그분과 목욕탕에서 만난 이야기를 썼습니다. 저는 첫 글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사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민기자'가 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 글이 덜컹 기사로 채택이 되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 내 글이 기사로도 채택되었구나. 나도 이제 명실상부한 시민기자가 되었구나. 제 가슴이 여간 뿌듯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날 아내도 사무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제 글을 <오마이뉴스>에서 봤다며 몹시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다시 제 글들을 들여다 봅니다. 모두 제게는 더없이 소중한 글들입니다. 조회수도 그만하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균하면 3000회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a <주부생활> 2월호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제 이혼기사를 보고 <주부생활>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 기사가 <주부생활> 2월호에 실렸습니다.

<주부생활> 2월호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제 이혼기사를 보고 <주부생활>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 기사가 <주부생활> 2월호에 실렸습니다. ⓒ 박희우

아, 그런데 말입니다. 제 글 속의 주인공은 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숨을 토해내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제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이웃집 소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는 제 일터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이혼이야기>가 시리즈로 연재되기 시작합니다. 작년 12월이었습니다.

<이혼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저도 놀랐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의 가정을 들춰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런데도 저는 <이혼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9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제 글이 조금이라도 이혼을 막아줄 수 있을 거라는 저 나름의 소신 때문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나>. 저는 지금 <오마이뉴스와 나>의 기사공모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공무원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웬 시민기자야?"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공무원도 일반 국민과 똑같습니다. 다 같은 이웃입니다. 동네 사람과 막걸리를 기울이며 '사는이야기'를 주고받는 아주 평범한 그런 사람일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까지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제 글이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로서는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겁니다.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 여러분, 두루 평안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기사 공모 <오마이뉴스와 나>에 응모합니다.

덧붙이는 글 기사 공모 <오마이뉴스와 나>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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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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