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정치권에도 '지율 살리기' 바람 분다

민노당, '환경평가 재실시결의안' 추진... 한나라, 비상조치 촉구

등록 2005.01.31 16:47수정 2005.01.3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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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성산 고속철도터널공사에 반대하며 96일째 단식중인 지율스님이 29일 자정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으로 거처를 옮겼다.30일 오전 정토회관 3층 염화실(조실스님이 거처했던 방)에 창백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지율 스님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천성산 고속철도터널공사에 반대하며 96일째 단식중인 지율스님이 29일 자정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으로 거처를 옮겼다.30일 오전 정토회관 3층 염화실(조실스님이 거처했던 방)에 창백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지율 스님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 사진공동취재단


단식 98일째인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적극 나서고 있다.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 정부간에 논의되어 온 천성산 터널 공사 문제가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의 조승수 의원은 31일 동료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천성산과 지율스님 살리기 국회의원모임(가칭)’ 구성과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 채택을 긴급 제안했다.

또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도 31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지율 스님이 숨지게 놓아두어서는 결코 안된다, 최대한 노력해서 돌아가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비상 조치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세일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지율스님이 거처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의 정토회관을 방문해 스님을 직접 대면하기도 했다.

조승수 의원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우선 조 의원은 이날 공문에서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며 임시국회가 개회하는 2월 1일 오전 국회본관 귀빈식당에서의 조찬회동 참여를 당부했다. 조 의원은 이날 조찬회동에서 '천성산과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한 활동방안'을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조 의원은 “이제 지율스님의 단식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뿐인데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며 “여야와 정파를 넘어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길에 정치권이 화답할 때”라며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 채택을 호소했다.

조 의원 측은 되도록 1일 조찬회동에 초당적인 대규모 의원들을 참석시키고 기세를 몰아 이날 중 본회의에 결의안을 상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른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조 의원실 보좌관은 “다른 의원들도 지율 스님 살리기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늦어도 모레까지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언제 지율 스님을 잃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 30분 현재 조 의원의 제안에 응한 의원은 김재윤, 김춘진, 정봉주(열린우리당), 권오을, 박재완, 전재희(한나라당)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조승수,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민주노동당), 손봉숙, 이정일(민주당) 의원 등 모두 18명이다.

한나라, 지율 살리기 비상조치 촉구... 박세일 위원장, 지율 스님 직접 만나


'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한 한나라당의 행보도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가 31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정부의 비상조치를 촉구한 데 이어 김덕룡 원내대표도 "지율스님이 주장했던 것이 옳건 그르건 그것을 떠나서 한 사람이 죽게 놓아두어서는 안된다"라며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의 무책임한 선거공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a 박세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박재완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정토회를 방문해 유수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세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박재완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정토회를 방문해 유수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진희



한나라당 박세일 정책위원장, 박재완 제3정책조정위원장, 정두언 의원 등 4명의 당직자들은 31일 오후 3시15분경 지율 스님이 단식중인 정토회관을 방문했다. 박 위원장은 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유수 스님(정토회 대표),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을 10여분 동안 면담했다.

박세일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참담하다. 한 사람의 성직자가 98일동안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호소해야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됐나"라고 한탄한 뒤 "정부가 좀 더 성의를 보일 수는 없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재완 위원장은 "조승수 민노당 의원이 중심이 되어서 국회의원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내일 본회의에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과 지율스님 살리기 등에 대한 결의안 등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법륜 스님 "정치권에서 해결 방식 주시기 바란다"

이에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이 저렇게 하면서까지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데…. 이런 상황이 되어서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방문에 감사를 표시했다.

법륜 스님은 또 "그동안 지율 스님이 그동안 앉아있는 모습만을 보다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정말 위태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리려고 모시고 왔다가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면서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이럴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에서 해결 방식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10여분간의 면담을 마친 뒤 박세일 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한사람의 불자로서 왔다, 한 수행자가 목숨을 걸고 호소하는 데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율 스님과의 면담을 요청했고, 법륜 스님은 곧바로 정토회관 3층 지율 스님의 거처로 안내했다.

박 위원장은 2-3분간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지율 스님과 눈인사만 한 뒤 정토회관을 떠났다.

"환경영향평가 제대로 하라는 데, 그게 어렵습니까"
조승수 의원 공문 전문

다음은 조승수 의원이 지율 스님 살리기에 국회의원들이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 전문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천성산과 지율스님 살리기 국회의원모임(가칭)" 참가를 제안합니다.

오늘로 지율스님의 단식이 97일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천성산과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할 대입니다. 여야와 정파를 넘어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길에 정치권이 화답할 대라고 생각합니다. "천성산과 지율스님 살리기 국회의원모임(가칭)"을 제안합니다. 2월 1일(화) 오전 8시 국회본관 귀빈식당에서 조찬회동을 통해, 지율스님과 천성산을 살리기 위한 해법을 함
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 동참을 호소합니다.

이제 지율스님의 단식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천성산 환경영향 평가 재실시" 뿐입니다. 스님의 줄기찬 주장도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다시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스님의 죽음을 생명으로 바구기 위한 각계의 동참과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야를 넘어 정치권이, 국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2005년 1월 31일(월)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의원 조 승 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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