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네가 제국을 가질 것 같냐?"

[세계사회포럼 폐막] 세계의 좌파들은 무얼 고민했나

등록 2005.02.01 09:00수정 2005.02.0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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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반부시 시위에 나선 시위대(왼쪽)와 보이콧 부시라는 단체가 만든 홍보용 부시 달러.

반부시 시위에 나선 시위대(왼쪽)와 보이콧 부시라는 단체가 만든 홍보용 부시 달러. ⓒ 오마이뉴스 김영균

1월 31일 세계사회포럼(WSF)이 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공식 폐막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좌파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 폐막행진을 끝으로 각국으로 돌아갔다. 일주일 동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는 반전평화에서부터 동성애자 인권까지 수없이 많은 주제들이 다뤄졌다.

좌파 활동가들이 세계사회포럼을 통해 가장 집중한 주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어떻게 하면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고 서방, 특히 미국의 제국주의를 끝낼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세계사회포럼이 시작된 26일부터 일주일간, 포르토 알레그레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반 부시', '반 이라크침략' 시위가 열렸다.

몇몇 단체들은 부시에게 더이상 전쟁 자금을 대지 말자고 결의했다. 벨기에, 브라질, 한국, 핀란드, 스웨덴, 미국 등에서 모인 단체들은 30일 '보이콧 부시(Boycott Bush, www.boycottbush.org)'를 내걸고 세미나를 개최한 뒤 "전쟁을 위해 돈을 쓰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대표적 미국 기업인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를 사먹지 말자는 등 6가지 행동강령을 만들었고, 보이콧 캠페인을 세계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이 단체들이 홍보용으로 만든 '부시 달러(Bush Dollar)'가 재미있다. 워싱턴 대신 화폐 모델로 등장한 부시 대통령은 "아빠는 내가 제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My daddy said I could have an empire)"고 말하고 있다. 반면 보이콧캠페인에 참가한 단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부시, 네가 제국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보냐?"

남미의 '봉이 김선달'들을 막아라

a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WTO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WTO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반 부시 운동이 전세계 좌파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라면 지역별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있었다.


남미 대륙에서는 물과 전기를 비롯한 공공재의 사유화와 여전히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인한 정치범 양산 문제 등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우루과이와 볼리비아 등에서는 국가의 중요 기간 시설인 상수도와 그 사업권을 민간에게 넘겨 개인이 물을 사유화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추진됐거나 되고 있다. 말하자면 공공재인 물을 개인이 장악하고 파는, 남미판 '봉이 김선달' 사업인 셈이다. 현재 남미의 활동가들은 '물의 사유화' 문제 해결을 위해 우루과이의 사례를 연구하는 중이다.


볼리비아에서 온 시민단체는 정부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정치범들의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특히 한국과 일본, 태국,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은 각 국가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를 위한 연대투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아시아국가 사회단체들은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도 나가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 등은 다른 국가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투기자본을 막기 위한 대책도 논의했다. 이 외에도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남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a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단체가 내건 포스터들. 총을 든 아이가 배의 흉터를 보이고 있다.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단체가 내건 포스터들. 총을 든 아이가 배의 흉터를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온 좌파활동가들은 이 지역에서 심각하게 퍼지고 있는 에이즈(AIDS)에 관한 대책과 더불어 테러리즘의 종식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에이즈 문제에는 특히 유럽 활동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영국에서 온 제임스(42)는 "에이즈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줄 때까지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며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하며 각 국가별 기금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31일 폐막된 세계사회포럼은 내년 아프리카로 옮겨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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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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