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소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지니고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이사를 할 때다. 짐을 싼다고 집안의 물건이란 물건을 죄다 꺼내놓은 적이 있는데 얼마나 많던지 깜짝 놀랐다. 사놓고 한번도 쓰지 않은 것들은 왜 그리 많은지, 원. 죽을 때는 하나도 못가져가는데 왜 쌓아놓고 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버리자고 작정하고 버릴 것을 추려냈는데… 결론은 실패였다. 놔두면 쓸모가 있는데 하는 생각에 버리고자 하는 결단은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다시 그것들을 싸안고 살게 됐다.
그렇다고 나중에 그것들을 다시 꺼내서 쓰느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그런 것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산다. 다시 그런 것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는 때는 이삿짐을 싸게 되는 경우다. 사람이 사는데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갖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것도 다 욕심인데 싶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그것들은 이삿짐 속으로 들어가고, 집의 어느 구석엔가 처박힌 채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야마자키 에리코의 <자연주의 절약생활> 덕분이다.
야마자키 에리코의 <자연주의 절약생활>은 그리 특별한 책은 아니다. 자연주의를 실천하면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면 돈도 절약되고, 생활의 품도 넉넉해진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다. 필요 없이 사용하지 않고 갖고만 있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거나 남에게 주어버리고, 최소한의 것만 지니고 살라고 한다. 그러면 집안도 넓어지고, 수납공간도 넉넉해진단다.
문제는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게 말하기는 쉬운데 실천이 어렵다는데 있다. 소비가 미덕인양 물질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건 일종의 수양일 수도 있다. 도를 닦는 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티브이를 보면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물건들이 등장한다. 먹거리부터 시작해서 옷, 핸드폰, 카메라, 티브이, 신발, 승용차 등등. 일일이 늘어놓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티브이 광고를 넋놓고 앉아서 보면 가슴 속 저 밑에서부터 구매욕구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사먹어봐야 할 것 같고, 신어봐야 할 것 같고, 사러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데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라고? 그렇게 살면 어떤 결과가 오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박하고 단순하게 산 덕분에 35년이 걸려서 갚을 수 있는 주택융자금을 5년만에 갚았다고 한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저자는 전업주부다. 당연히 남편은 고액연봉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소박하고 단순하고 알뜰하게 가계를 꾸려나갔고, 그 덕에 융자금을 빨리 갚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만하면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만 하지 않을까?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에리코의 안내에 따라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을 당장 실천해보자. 어떤 결과가 나를 기다리는지 궁금하다.
우리시대의 고수들
- 글 조용헌/사진 김홍희 <방외지사(方外之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