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낌표> 보면 통일이 금방 될 것 같다"

[현장]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제작 현장

등록 2005.02.02 18:55수정 2005.02.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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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어린이들이 MBC <느낌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인 신동엽씨와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어린이들이 MBC <느낌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인 신동엽씨와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기획자인 김영희 PD와 제작진이 스튜디오 화면을 지켜보다 패자부활전에 출연한 어린이들의 재치와 넉살에 박장대소하고 있다.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기획자인 김영희 PD와 제작진이 스튜디오 화면을 지켜보다 패자부활전에 출연한 어린이들의 재치와 넉살에 박장대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프로그램 어떻게 만들어지나
2개 세트 촬영... 화면합성 활용

'남북어린이 알아 맞추기 경연대회'는 남한 어린이들과 북한 어린이들이 같은 문제를 놓고 함께 맞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 !느낌표> '통일시리즈' 중 1탄이다.

북한 중앙조선TV <알아맞히기 경연> 퀴즈 프로그램에서 착안됐다. < !느낌표>는 북한의 <알아맞히기 경연>과 똑같은 세트를 남한 스튜디오에 만들어 녹화한 뒤 북한 프로그램과 화면합성을 한다.

프로그램 중간에 북한 스튜디오를 넘나드는 신동엽씨 모습은 별도의 매직스튜디오에서 따로 촬영해 편집한 것이다. 결국 2개의 세트장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셈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신동엽씨가 북한 오복숙 아나운서와 직접 대화하는 대목은 남한 성우 목소리 및 입으로 따로 제작한다. 남한 성우 입 모양을 촬영해 오 아나운서 입에 합성한다.

이렇게 절묘한 방송기술이 모여 '남북한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가 완성된다.
2월 1일 저녁 7시 MBC D스튜디오. < !느낌표> '남북한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코너 녹화준비가 한창이다. 반쯤 열려있는 두꺼운 철문 사이로 들여다본 녹화 준비현장은 분주했다.

텅 빈 세트에 200여개가 넘는 조명을 설치하고 무대 위엔 어린이들이 앉을 의자와 책상, 가족들 좌석을 마련했다. 무대 세팅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 저녁 8시40분, 준비가 끝났다. 순간 녹화장에는 정적이 감돈다. 모든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김영희 PD의 슛 사인을 기다렸다.

"시작하면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패자부활전'이라고 크게 외치고 박수치는 거야."

사회자 신동엽씨 말로 녹화가 시작됐다. 카메라 6대가 쉴새 없이 돌아가며 출연 어린이와 방청객들의 모습을 담는다. 이번 녹화는 지난 대회에 참가했다가 떨어진 어린이들이 다시 맞붙는 패자부활전.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의 각오와 기대도 남달랐다.

길면서 길지 않은 4시간의 녹화

한 어린이는 "친구들이 TV에 잘 나왔다고 했다,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 떨어진 것 같다"며 나름의 진단을 내놨다. 또다른 어린이는 "저번에 노트북이 너무 커서 내 얼굴이 잘 안나왔다"면서 "카메라 감독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쳐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어? 저기서(북측 스튜디오) 무슨 일이 벌어졌어요."
"이 사이로 걸어가야 하나?"


이내 북측 스튜디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신동엽씨. 그러나 실제로 북측 스튜디오에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대 밖을 한바퀴 휭 돌고 다시 돌아왔다. 신동엽씨가 무대에 오르자 본격적인 문제풀이가 시작됐다.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패자부활전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정답을 맞춘 것으로 확인되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패자부활전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정답을 맞춘 것으로 확인되자 쾌재를 부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어린이들이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신동엽씨.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어린이들이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신동엽씨.오마이뉴스 남소연
첫번째 질문으로 수학문제가 출제되자 7명 어린이들 손이 쉴새없이 움직인다. 방청석에 앉은 가족들도 생소한 문제에 머리를 갸우뚱하며, 분주하게 답을 찾는다.

답을 확인하는 순서. 이 순간은 문제풀이를 하는 어린이나 방청객으로 앉아 있는 가족들이나 긴장되긴 마찬가지. 5명이 정답을, 2명이 오답을 썼다. 답을 맞춘 어린이는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틀린 어린이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저녁 8시40분부터 시작된 녹화는 새벽 0시40분까지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자정이 다가오자 신동엽씨를 비롯 스태프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묻어났다. 그것도 잠시, 어린이들의 기상천외한 답변과 신동엽 특유의 애드립으로 녹화장은 이내 다시 웃음바다가 된다.

그렇게 '남북한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녹화는 막바지를 달렸다. 결승에 진출할 두 명의 어린이가 결정되는 순간,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다른 한쪽에서는 아쉬움을 담은 탄성이 나왔다.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 어린이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린이들 "평양에 꼭 가고 싶다"

이주현 어린이 아버지인 이흥수(44)씨는 "처음에는 정말 북측과 이원으로 하는 줄 알았다, 이런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면서 "문제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 아쉬운 점은 방송시간대가 너무 늦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운 어린이 가족인 권기홍(36)씨는 "통일이 되면 같이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다, 이 프로그램이 남북어린이들의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프로그램을 보는 주위 사람들도 금방 통일이 될 것 같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MBC <느낌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에선 정답을 맞춘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1일 밤 녹화한 패자부활전에서 마지막 한 문제 차로 결선진출에 실패한 한 어린이가 아버지 품에 안겨 울고 있다.
MBC <느낌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에선 정답을 맞춘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1일 밤 녹화한 패자부활전에서 마지막 한 문제 차로 결선진출에 실패한 한 어린이가 아버지 품에 안겨 울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어 "우리 세대엔 반공교육으로 빨간색만 봐도 거부감이 들었는데, 자주 보다보니 북한 어린이들의 교복(흰색 브라우스, 빨간색 머플러)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번호 2번 이주현 어린이는 "여기에 출연하면서 북한에 대한 다른 시각과 함께 북한 교과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 통일이 되면 서로 다르다고 싸우지 말고 다른 점을 보완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에 꼭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녹화를 마칠 무렵 출연 어린이들은 북측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짧은 영상편지를 따로 찍었다. 어린이들은 "떨어져도 낙심하지 말아라", "우리는 방학인데도 더 바쁘단다, 너희는 지금 뭘 하고 있니?"라며 북측어린이들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한 어린이는 다음과 같은 영상편지를 북측 어린이에게 보냈다.

"북한 어린이들아! 오늘 우리랑 문제 같이 풀어줘서 고맙다. 북한에도 놀이동산이 많다고 들었지만 남한 놀이동산에 함께 놀러가서 바이킹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보자. 그럼 저절로 웃음도 나오겠지. 그럼 밝은 모습으로 함께 사진도 찍자."

"내 입술만 촬영해 북한 아나운서 얼굴에 합성"
[사람] 목소리 숨은 주인공 박태호·김지영씨

▲ MBC <느낌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에서 북측의 오복숙 아나운서와 심사위원 목소리를 맡고 있는 성우 김지영씨와 박태호씨.
ⓒ오마이뉴스 남소연

< !느낌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의 숨은 두 주인공을 만났다. 바로 북한방송 오복숙 아나운서 목소리를 맡고있는 성우 김지영씨와 문제 심사위원 목소리를 맡고 있는 성우 박태호씨.

그들은 지난해 11월 공개오디션을 통해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당시 소감에 대해 "북측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들 목소리와 저희 목소리가 맞았나 보다"고 겸손하게 말하기도.

북한의 오복숙 아나운서와 똑같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속인(?) 김지영씨. 99년 MBC 성우 공채 15기로 입사해 경력 7년차다. 4시간이 넘는 녹화가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아이들이 어떤 답을 할지 몰라 순간순간 참 재밌다"며 "북한과 남한의 단어가 많이 달라서 인용하다 보면 너무 재밌다"고 웃었다.

그는 인터뷰하기 전 입술만 따로 촬영했다고 한다. 촬영된 김지영씨 입술을 오복숙 아나운서 얼굴로 옮겨 합성하기 위해서이다. 바로 신동엽씨와 오복숙 아나운서간 직접 대화의 비밀이다.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에서 북측 심사위원 목소리를 맡고 있는 박태호씨는 성우 경력32년의 베테랑. MBC 공채 5기로 활동을 시작, 요즘 TV 연기자로도 얼굴을 비춘다.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묻자 "신동엽씨가 남측 스튜디오와 북측 스튜디오를 넘나드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이것은 방송기술을 이용한 합성으로 먼저 북측 '알아맞히기 경연' 화면을 걸어 놓는다"면서 "그리고 남측에 똑같은 스튜디오를 만들어놓고 신동엽씨가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동엽씨가 북한 스튜디오에 들어가 이야기하는 것은 매직스튜디오에서 따로 촬영하는 것"이라며 "성우가 하는 일은 북한 아나운서 목소리로 들을 수 없는 '신동엽씨 만나서 반가워요', 'OOO 어린이 틀렸습니다(남측 어린이 경우)' 등을 녹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취지에 대해 "북측 언어나 교육현장을 알아봄으로써 남북한 이질감을 줄여줄 것"이라며 "남북이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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