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판언론 취재 거부...연찬회 시작부터 찬물

KBS <시사투나잇> 강제로 끌어내...고진화 "문 걸어 잠그고 무슨 선진화"

등록 2005.02.03 18:39수정 2005.02.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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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4일 새벽 0시 55분]

이재오 "인터넷매체 취재거부 졸렬하다" - 전여옥, 적극 해명 나서


KBS <시사투나잇>과 인터넷언론 등 한나라당에 비우호적인 언론에 대한 취재거부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고진화 의원은 당 진로와 관련 견해를 피력하기에 앞서 "특정언론에 대한 취재제한에 대한 당 방침이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의 네티즌 경쟁력을 거론한 뒤 "정파적으로 언론통제를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한나라당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맹형규 의원 역시 본격적인 의견개진에 앞서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열린 마음으로 가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비판적인 언론인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들의 취재거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맹 의원은 "이렇게 좁은 마음으로 언론에 다가가면 성공할 수 없다,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맹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좌중에 앉아 있던 전여옥 대변인은 "그게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즉각 반발했고, 의원들은 웅성거렸다. 이어 맹 의원은 "아닙니까"라고 전 대변인의 반박에 꼬리를 내렸다.

한편 비공개로 이뤄진 토론시간에도 같은 문제제기는 이어졌다. 이재오 의원은 "인터넷매체 등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졸렬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한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이어 이재오 의원은 원내정당·정책정당과 함께 3대 전략으로 꼽히는 디지털정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당 디지털정당사업을 맡아온 김형오 전 사무총장과 김희정(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 의원은 신상발언에 나서 당지도부의 비협조적 자세에 울분을 토했다. 김 전 총장은 "우리 당의 디지털사업은 시작의 시작단계"라며 "사무처의 젊은 당직자를 중심으로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정 의원은 보다 격정적이었다. 김 의원은 "개정될 당명으로 유력한 국민한마음, 밝은미래, 선진한국21 등에 대해 한글도메인을 선점해야 한다고 제기했지만 늑장대응으로 해당 당명의 도메인을 선점당했다"며 '무심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행넷(행동하는 네티즌) 운동에 참가한 의원도 30명에 불과했다"며 김무성 사무총장을 겨냥 "충언을 해준다고 하지 않았냐"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해 11월 "네티즌과 국민의 힘으로 4대법안을 막아내야 한다"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진두지휘하는 '4대 국민분열법 바로 알기 네티즌 운동' 선포식을 가진 바 있다.

한편 비공개회의 시간, 전여옥 대변인은 인터넷언론에 대한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적극 부인했다. 전 대변인은 "기자실에 가봐라, 공간이 저것 밖에 안 된다"며 "오래 출입한 기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이 전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명예를 걸고 그런 일은 없다"며 일부 비판언론에 대한 취재제한을 전면 부인했다.


a 한나라당은 예상보다 많은 기자들이 연찬회를 취재하자, 일간지와 방송위주로 랜선등 편의를 제공해 인터넷 신문 기자들이 복도에서 기사를 전송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상보다 많은 기자들이 연찬회를 취재하자, 일간지와 방송위주로 랜선등 편의를 제공해 인터넷 신문 기자들이 복도에서 기사를 전송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 : 3일 오후 6시 40분]

한나라당이 당 혁신을 위한 자기반성의 기회로 마련된 연찬회에서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언론에 대해 취재를 거부해 '선진화' 모토를 무색케 하고 있다.

본격 토론에 앞서 김덕룡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연찬회는 당이 당면한 여러 어려움이 있고 또 2월 임기국회에 즈음해 갖는 자리니만큼 의미도 크고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며 "우선 취재진만 해도 시설관계로 전원 수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는 방송 3사를 비롯해 중앙·지방 일간지, 인터넷 등 당 출입 기자 100여명이 현지에 결합,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비롯해 일부 비판언론에 대해 취재를 거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오후 4시 시작된 개회식 사회를 맡은 김기헌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인사말이 끝난 뒤 "KBS <시사투나잇>에 대한 취재거부는 당의 방침이니만큼 의원들은 KBS <시사투나잇> 인터뷰에 일체 응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의 이 같은 방침은 바로 효력을 드러냈다. KBS <시사투나잇> 취재진은 구상찬 부대변인 등 3명의 당직자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KBS <시사투나잇>의 이정훈 PD가 "끌려나갈 때 끌려나가더라도 그 이유라도 좀 듣자"고 항의하자 당직자는 "'KBS <시사투나잇>이 한나라당을 음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KBS <시사투나잇>의 인터뷰 시도는 번번히 거부당했다. 이방호 의원은 KBS <시사투나잇>측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손을 흔들며 거부했고, 정병국 의원은 인터뷰를 거절하며 "공정하게 하세요"라고 점잖게 '충고'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취재거부) 시킨 사람이 난데 내가 어떻게 이야기합니까"라고 등을 돌렸다.

고진화 "문 걸어 잠그고 백날 선진화 말하면 뭐하나"

KBS <시사투나잇> 기자가 끌려나가자 따라나온 고진화 의원은 "백날 세계화, 선진화 말하면 뭐하나, 저렇게 문 걸어 잠그고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가나"라고 당 지도부 방침을 성토했다.

고 의원은 또 "지금 저 안(연찬회장)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 개성, 문화적 감각을 존중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실천을 못하니까 낡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못벗어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연찬회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머릿속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전략을 이야기하면 뭐 하냐"며 "역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어질 토론회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일부 언론에 대한 취재거부와 영화 <그때 그사람들>과 관련해 당 지도부를 정면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일도 의원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까 그 방침(KBS <시사투나잇> 취재거부)이 나왔을 때 발언을 할까 하다가 분위기가 좀 그래서 이야기 안했다"며 "어떤 권력으로도 언론을 제압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배 의원은 이어 "지금 우리가 선진화를 이야기하지 않나"라며 "언론이 뭐라고 하든 판단은 보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 홍보위원장인 곽성문 의원조차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곽 의원은 "글쎄, 저렇게 발표를 해버릴지 몰랐네"라며 "KBS <시사투나잇>은 지난 9월 내가 취재거부를 공식 발표한 것인데 지난 12월에 KBS 시사토론프로그램에 대한 취재거부를 풀면서 <시사투나잇>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아해 했다. 이어 곽 의원은 "아마 지도부에서 오늘 발표를 지시한 것 같은데, 지금 내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지난 12월 KBS의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취재거부를 풀면서 <시사투나잇>에 대해서는 여전히 "출연거부가 당론"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당시 "<시사투나잇>은 절대로 거부한다, 방송프로그램으로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당시 고흥길 의원(당 미디어대책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사투나잇에 대한 취재거부가 유효하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 이번에 전부 풀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인터넷 기자들 랜선 배당 - 기자실 좌석 할당 안해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연찬회 취재와 관련, <오마이뉴스> <데일리서프라이즈> 등 인터넷언론과 <미디어오늘> 등에 대해 숙박시설과 기자실 좌석을 배치하지 않아 "비판언론에 대한 사실상의 취재거부"라는 비난을 샀다.

한나라당은 이번 연찬회 취재와 관련 "국회 출입이 허용된 한나라당 출입 정치부 기자단에만 취재를 지원한다"며 "당에 정식으로 등록이 안된 언론사는 취재 협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 등 국회 출입기자로 정식등록된 언론사에 대해서도 취재협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4년째 한나라당을 출입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 대변인실은 "현실적으로 차량도 부족하고 장소도 좁아 인터넷 매체에 협조할 수 없다"며 "방송 및 일간지들에게 우선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실은 현재 인터넷언론 등에 대해서는 숙박이나 랜선, 기자실 좌석 등을 할당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인터넷매체 기자들은 기자실 자리 중 잠시 빈 곳을 이용해 기사를 쓰거나, 한 좌석에 두 세 명의 기자가 모여 앉아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사는 아예 연찬회장 복도 테이블에 둘러앉아 무선랜을 이용, 기사를 송고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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