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건교부 기자실에 강냉이 더미가 쌓인 사연

강 장관, '영세 제조업체도 돕고 우리 농산물도 팔아주고'

등록 2005.02.06 13:02수정 2005.02.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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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설 선물용으로 기자실에 쌓아둔 강냉이.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설 선물용으로 기자실에 쌓아둔 강냉이. ⓒ 오마이뉴스 이성규


지난 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건설교통부 기자실에 다소 '생뚱맞은' 설 선물 '한 트럭'이 도착했다. 트럭에는 강냉이가 가득 담긴 어린 아이 키 정도 크기의 봉지 40개가 실려있었다. 매년 설날 때가 되면 장관이 기자들에게 정례적으로 보내는 설 선물이었던 것.

지난 4일 출근과 동시에 기자실 한 켠에 쌓여있던 강냉이를 맞닥뜨린 기자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는 궁금증들이 커져갔다. 이날 오전 기자실에 나타난 건교부 공보실 관계자가 "장관님이 기자 여러분께 드리는 설 선물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궁금증은 풀리게 됐다.

그때부터 기자들의 고민은 깊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강동석 건교부 장관의 성의에 다들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한 답이 딱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가 차량을 보유한 그나마 '넉넉한' 기자들은 트렁크에 실어 운반한다지만, 그렇지 못한 기자들은 도저히 들고갈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 그렇다고 장관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고….

고민이 커지긴 공보관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가 차량이 없는 기자들이 운반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강냉이 가마를 방치해 두고갈 경우 처치곤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급기야 그들은 차량을 소유한 일부 기자들에게 "제발 두 개씩이라도 가져가 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했다.

결국 금요일을 끝으로 설연휴를 떠나버린 기자들. 기자실엔 강냉이 더미만 덩그러니 한 켠 가득 남겨졌다. 뒤처리는 모두 공무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 셈이다.

강동석 건교부 장관이 강냉이를 설 선물로 선택한 배경은 이렇다. 강냉이를 제조하는 재래시장 영세업체를 돕고, 강냉이의 원재료인 우리 농산물도 팔아주겠다는 취지다. 게다가 가격도 부담이 없어 강냉이를 낙점했다고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강냉이 봉지 하나당 가격은 1만원이다.

강 장관은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중일 때에도 강냉이를 기자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을 만큼 강냉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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