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아이들이 제일 신나요

등록 2005.02.07 14:16수정 2005.02.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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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쁘게 인사를 하며 유치원을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니 아마 집에서 알려 준 모양입니다. 징검다리 연휴라 명절 지내러 미리 간다며 유치원에 오지 않은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설은 아이들을 들뜨게 하는 모양입니다. 설날하면 뭐가 생각나느냐고 하니까 "세뱃돈!"이라고 귀가 아프게 큰 소리로 답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주시는 세뱃돈이 제일이겠지요.

예전 같지 많지는 않지만 새로 산 신발이며 옷을 자랑하며 들어서는 아이들이 마냥 귀엽습니다. 동물 모양의 젤리사탕을 한 개 내 손에 쥐어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남자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무 예뻐서 못 먹겠네, 잘 두고 봐야지"했더니 흐뭇한 표정을 짓습니다.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기분 좋은 선물입니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연휴기간에 민속놀이를 꼭 한 가지씩 해보자는 약속을 하고 혹시 엄마가 음식 만드느라 힘드시면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안마도 해드리라고 했습니다.

a 유치원 원생들이 남녀대항 윷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유치원 원생들이 남녀대항 윷놀이를 시작했습니다. ⓒ 허선행

오늘 우리 유치원에서는 윷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강당에 모여 남녀로 편을 갈라섰습니다. 선생님들이 부직포로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윷가락이 아이들 품보다 더 큽니다.


"하나, 둘, 셋!"

선생님의 구령에 윷가락을 높이 던지고 뭐가 나왔는지 바라보는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다 함께 외치는 "잘해라" "잘해라" 소리에 절로 신이 납니다.


a "잘해라! 잘해라!" 윷놀이보다 뜨거운 응원

"잘해라! 잘해라!" 윷놀이보다 뜨거운 응원 ⓒ 허선행

a 둘이 합쳐서 던진 윷가락

둘이 합쳐서 던진 윷가락 ⓒ 허선행

아이들은 윷판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저 큰 윷가락을 던져 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둘이 나와 두 가락씩 던져서 네 윷을 노는 방법으로 윷놀이를 했는데 다들 윷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언제 내 차례가 될까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모두 한 번씩 던져보고 또 차례가 되어 던져 보길 여러 차례 해서 여자팀의 승리로 오늘의 윷놀이는 끝이 났습니다.

a 여자팀의 승리!

여자팀의 승리! ⓒ 허선행

유치원에서의 윷놀이는 끝났지만 집에 가서 식구들과 우리의 놀이 해 보자고 졸라댈 아이들입니다. 우리의 놀이를 이야기하라니까 '널뛰기, 고누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 얼음썰매타기' 등을 줄줄이 말하는걸 보니 설날의 풍습을 제대로 아는 것 같습니다.

윷이 집에 있는 친구 손들어 보라고 하니까 어떤 아이는 "컴퓨터에서도 윷놀이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내 어릴 적은 설날이면 동네 어른들께 모두 세배를 하러 다녔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날씨에 방한복도 변변찮았던 때였지만 추운 줄도 모르고 새로 지어주신 색동 한복을 입고 동네를 누비며 다녔습니다.

어떤 댁에서는 사탕도 주시고 어떤 댁에서는 떡국을 내 오시고 했습니다. 어린 우리들은 세뱃돈 받는 재미에 한 집도 빼지 않고 세배를 하러 다녔습니다. 지금처럼 세뱃돈의 액수가 크지도 않았고 동전에 불과했지만 친구들과 누가 더 사탕과 돈을 많이 받았는지 내기도 했었답니다.

보물처럼 아끼던 눈깔 사탕과 세뱃돈을 머리맡에 두고 좋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자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그래, 너희들 만 할 때가 제일 좋은 때다. 엄마 아빠 또 어른들의 사랑과 함께 즐거운 설날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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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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