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늘은 큐피트랑 맞짱 뜬다!

2월 14일 '사랑의 축제' 밸런타인을 즐겨보자

등록 2005.02.14 09:11수정 2005.0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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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경

2월 14일, 달력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Love day'가 찾아왔다. '밸런타인'이라는 감미롭고, 로맨틱한 이 날은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신기하게도 '사랑'이라는 말에 뚜렷한 정의가 없듯이 사랑의 메신저 '밸런타인'에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뚜렷하게 전해지는 것이 없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로마의 사제인 성 밸런타인(St. Valentine)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황제 클라디우스 2세는 젊은 청년들을 군대로 끌어들이고자 결혼 금지령을 내렸는데 이에 반대하고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켜준 죄로 A.D. 269년 2월 14일에 순교한 사제의 이름 '밸런타인'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 당시 간수의 딸에게 'love from Valentine'이라는 편지를 남겼고, 바로 이것이 밸런타인 데이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풍습의 기원이 되었다. 밸런타인 데이가 연인들의 날로 알려져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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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을 하루 앞둔 어제, 서울 시내 백화점에는 초코렛으로 사랑을 전하려는 여성들이 가장 예쁜 초코렛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 김희경

하지만 그 유래야 어쨌든 2월 14일은 밸런타인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3월 14일은 고백을 받은 남자가 보답으로 사탕을 선물하고, 또 3∼4월에 짝을 만나지 못한 싱글들은 나름대로 4월 14일의 '블랙데이'를 만들어 짜장면을 먹으며 설움을 달랜다. 달력에만 표기되어 있지 않을 뿐 밸런타인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일종의 축제인 것 같다.

물론 밸런타인의 거품이 낳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연인들의 애정을 미끼로 장사를 벌이는 초콜릿 회사와 포장 업체, 초콜릿 판매점들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상품을 진열해놓고 '그들만의 대목'을 챙기기 위해 분주하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밸런타인 특수'라는 명목하에 중국산 바구니에 각종 색상지로 화려하게 포장을 해 그야말로 '속빈 강정' 격으로 밑에 솜이며 신문을 깔고 겉에만 포장이 번지르르한 초콜릿으로 덮기도 한다(나도 한때 팬시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바구니 값은 찍는 게 값이요, 완성해서 판매하는 바구니 속에는 진열된 상품보다 비교적 싸고, 맛이 떨어지는 초콜릿을 넣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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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특수에 맞춘 부업을 위해 가족들과 만든 초콜렛 바구니를 만들어 나왔다는 이유경 씨는 경제가 어려운 탓인지, 작년보다 매출이 떨어진다고 했다. ⓒ 김희경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 아직은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자칫 밸런타인은 과잉 소비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제 막 좋아하기 시작한 이성친구에게 보다 크고 좋은 초콜릿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걸 사기 위해 무리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한 달 용돈을 모두 털어 밸런타인 바구니를 마련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 탓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와 생색내기에 빠져 과잉 소비를 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경제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면 비싼 초콜릿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사랑의 메신저'로서 밸런타인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도 결코 작지 않다.

연인들은 물론, 이미 결혼한 부부에게도 지친 퇴근길에 아내가 건네는 작은 초콜릿은 연애 시절의 풋풋한 감정을 다시 되살리게 할 수 있고, 좋아하는 남성에게 자신이 없어 고백 못하는 수줍은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용기백배의 응원군'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요새는 단순히 밸런타인이라고 해서 초콜릿을 선물하는데 그치지 않고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 속옷이나, 몸에 좋은 건강 떡, 마음까지 채워주는 교양서 등 그 선물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하니 단순히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보다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작은 선물과 함께 예쁜 사랑을 전하는 날'이라는 인식도 깊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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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과 함께 사랑이 담뿍 담긴 카드까지 선사한다면 그것보다 멋진 프러포즈가 있을까? ⓒ 김희경

2월 14일, 밸런타인이라며 설레는 연인들을 보며 우리 고유의 명절도 아닌 날에 괜히 호들갑이라며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큰맘 먹고 한 번 큐피트의 '핑크빛 러브 화살통'을 메어보자.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에게든, 정다운 친구에게든, 치진 어깨로 귀가하는 아버지에게든 오늘 하루쯤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큐피트가 되어 그동안의 감사와 사랑에 보답하는 화살을 마음껏 쏘아보자.

덧붙이는 글 | 발렌타인의 유래는 백과사전을 참고하였습니다. 또한 글에 실린 특정업체의 사진들은 내용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발렌타인의 유래는 백과사전을 참고하였습니다. 또한 글에 실린 특정업체의 사진들은 내용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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