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돌담이 굿당을 에워싸고 있으며 원당굿을 하고 있는 무녀의 모습진홍
민속성과 예술성 뛰어난 해양 전통문화의 보고, 띠뱃놀이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에서 펼쳐지는 띠뱃놀이는 매년 정월 초이튿날 펼쳐지는 서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마을굿입니다. 해안이나 섬지역의 굿이 정초에 있는 것은 아마 농업과 달리 설을 쇠자마자 생업인 어로를 시작해야 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크게 원당굿과 용왕제, 띠배 보내기 순으로 진행되는데 원당굿을 하고 있는 곳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산 정상입니다. 산과 마을, 바다를 두루 돌며 마을굿을 펼쳐는 것도 띠뱃놀이굿의 특징입니다.
위도에 조기어장이 한창일 때는 선주들이 비용을 부담하여 펼치는 대규모의 별신굿이 있었으나 50여 년 전에 이미 소멸되었고, 매년 풍어와 제액을 기원하는 무굿 중심의 띠뱃놀이가 전승되고 있습니다.
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위도 띠뱃놀이는 마을 주민들에 의해 전승되어 오고 있는 민속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해양 전통문화의 보고라 할 만합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노인들도 잘 모를 정도로 오래 되었답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위도 지역의 유일한 마지막 세습 만신(큰 무당)이었던 조금례가 95년 사망하고 뒤이어 무녀역할을 대신하였던 안길녀마저 98년 사망한 이후 가까운 육지의 무당들을 불러 마을굿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굿은 정읍과 전주에서 온 전금순(81) 전영애(78) 자매 무녀가 주관하였습니다.
조그마한 맞배지붕에 낮은 돌담으로 둘러쳐진 굿당의 좁은 마당 안엔 구경꾼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입니다. 그들의 눈빛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전통문화를 조금이라도 놓칠 새라 노심초사한 필자와 같아 보였습니다.
담 밖에선 장작불에 돼지고기를 굽고 거나한 술잔이 돌며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신앙성과 놀이성이 강했던 띠뱃놀이는 현재는 놀이와 축제성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대가 바뀐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