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옆 지키는 것만큼 공부도 중요"

[현장] 당 초월한 보좌진들의 '도시락 특강'

등록 2005.02.15 14:46수정 2005.02.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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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5일 낮 12시 의원회관 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도시락 특강'.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과 각 당 보좌진들이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15일 낮 12시 의원회관 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도시락 특강'.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과 각 당 보좌진들이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 권박효원

공부하는 보좌관에게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15일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 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는 20여명의 보좌진들이 도시락을 먹으며 강연을 듣고 있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제통상의 관점에서 본 스크린쿼터'를 주제로 '도시락 특강'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이 밥을 먹는 가운데 회의실 탁자 끝에서는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이 강연을 하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양 처장의 격앙된 목소리와 보좌진들의 숟가락질 소리만이 들렸다. 천영세 의원도 양 사무처장 옆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강연을 들었고 기자들도 함께 식사를 하며 '도시락 취재'를 했다.

보좌진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양 처장을 바라보며 강연에 집중했고 몇몇 보좌진들은 젓가락과 펜을 번갈아 손에 쥐고 메모를 하거나 노트북을 놓고 강연 내용을 옮겨적기도 했다. 이들은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수첩을 꺼내들고 메모를 시작했다.

이날 특강 참가자들은 민주노동당 보좌진 뿐 아니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강혜숙·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손봉숙 민주당 의원 등 다양한 의원실 소속 보좌진. 민주노동당에서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권영길 의원과 국회 재경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의 보좌진도 참여했다.

천 의원은 "국회 일정 등 여러 사정에 쫓겨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공부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당적을 초월해 실무진들이 모이는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 생각"이라며 이후 도시락특강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또한 천 의원은 "스크린쿼터는 단지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WTO와 미국식 일방주의에 맞서는 캠페인"이라며 강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강연자인 양기환 사무처장은 "유럽은 문화시장을 놓고 미국과 치열한 싸움을 했는데 지난 94년 한국은 개방으로 옷을 다 벗었다"며 "이제 스크린쿼터가 무너지면 외국자본의 방송사 침투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들이 한류가 전세계로 퍼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완벽한 착각이고 오히려 중국에서 역풍이 불어 한국시장을 덮칠 수도 있다"고 현재 한국 문화시장을 진단하기도 했다.

양 처장은 예정된 강연시간이 지나고서 "2분만 더 말하겠다"고 하고서도 10분이 넘도록 강연을 끝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도시락 특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좌진들이 '마이너리티 규제' '영화유통 공기업화' 등에 대해 질문했기 때문이다.


결국 강연은 1시 30분이 다 되어서 모두 끝이 났고 보좌진들은 양 처장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대정부질문 기간이라 다음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날 강연에 참가한 한 보좌진은 "중요한 주제에 대한 공부라면 당을 떠나서 모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고 다른 보좌진 역시 "임시국회라 바쁘지만 보좌한다고 의원 바로 옆에 있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렇게 짬짬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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