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대리작성' 학생·부모도 몰랐다?

검찰, 정 전 검사 '위장전입' 혐의 불구속기소... 담임교사만 구속

등록 2005.02.15 18:02수정 2005.02.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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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진안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15일 오후 서울 배재고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과 관련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최진안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15일 오후 서울 배재고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과 관련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자신의 성적이 갑자기 팍팍 오르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학생 본인도 그렇고, 부모가 그 이유가 뭔지를 몰랐다고 하는 것에 대해 (수사진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그 부분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중요하기에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학생도 (담임교사가 대리작성한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고, 교사도 대리작성을 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부모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점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검찰이 금품수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을 한다면 충분히 받겠다.”


서울 배재고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을 수사해 온 최진안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의 말이다. 결국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검사의 아들 답안지를 대리작성한 오아무개 교사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해당학생의 아버지 정아무개(49) 전 검사에 대해서는 위장전입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송해은 부장검사, 주임검사 유석원 부부장검사)는 15일 이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사의 아들 답안지를 대리작성한 오아무개(41) 교사가 답안지를 대신 작성한 동기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 교사는 미국식 생활방식에 있던 정군이 선생들로부터 체벌을 당하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등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정군의 부모로부터 수차례 법률상담을 받았고 또 기술담당교사로부터 정군이 심하게 체벌을 당했을 때 부모가 이를 문제삼지 않아 고마운 마음에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줬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정군이 배재고에 편입하기 이전부터 오 교사와 정군의 부모가 친분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친분관계가 있는 정군의 어머니로부터 과외부탁을 받고 오 교사는 과외를 위해 시간표를 짜는 등 정군의 성적향상에 집착한 나머지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오 교사가 식당체인사업 등을 하고 있는 점에서 향후 정 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답안지 대리작성까지 하려는 정황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병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답안지를 대리작성하지 않았냐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라면서 사실상 단독범행을 주장하는 오 교사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검찰, 정군 불법과외 교습한 교사 3명 불구속 기소

한편 검찰은 오 교사의 소개를 받아 한달에 100∼150만원을 받고 정군을 불법과외 한 같은 학교 고아무개(42) 수학교사와 변아무개(50) 영어교사, 김아무개(49) 국어교사 등 3명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4월 27일부터 12월 18일 사이에 배재고에서 치러진 1, 2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 오 교사는 담임을 맡고 있는 정아무개 학생의 답안지를 14차례에 걸쳐 성적을 조작하고, 2차례 시험감독교사의 사인을 위조한 혐의(업무방해 및 사문서위조 등)를 받고 있다.

또 오 교사는 지난해 6월말부터 12월 15일경까지 서울 강동구 길동 T오피스텔에서 정아무개 학생의 과외교습을 한 혐의(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위반)도 추가로 받고 있다.

정아무개(49) 전 검사는 지난 2004년 2월 19일경 아들을 배재고에 편입시키기 위해 본인과 가족을 서울 강동구 명일1동의 최아무개(여·56)씨 집으로 위장전입한 혐의(주민등록법위반)가 적용됐다. 또 검찰은 정 전 검사의 아들의 위장전입 과정에 가담한 최씨도 주민등록법위반으로 약식기소 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자식을 위장전입시킨 것으로 새롭게 밝혀진 임아무개(38·배재고 물리교사)씨와 그를 도와 전입지를 제공한 전아무개(41·여·배재고 사회교사)씨에 대해서도 주민등록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최 차장검사는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답안지 조작은 대학입학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내신 성적과 관련이 있어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하다”며 “특히 정아무개 학생의 아버지가 검사였던 관계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됐던 만큼 제기된 모든 의혹사항에 대해 진상을 규명코자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a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전경.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전경. ⓒ 오마이뉴스 유창재

최 차장검사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나 증거가 드러나면 언제든지 다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진안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와 취재기자들간의 일문일답.

- 정군이 불법과외 받았는데, 금품은 오가지 않았나.
"정군 학생의 부모와 오 교사 등 주변의 금융계좌를 추적하고, 전화 통화 내용을 조회하는 등 할 수 있는 방법 동원해 금품의 흐름이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객관적인 자료에 금품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당사자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금품을 교부받았는지 여부는 확인이 안돼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 3명의 교사의 불법 과외에서 금품이 오간 것에 대해서는?
“3명의 교사에 대해서는 대가를 모두 지급했다.”

- 불법과외를 시키면서 돈을 준 것에 대한 부모의 처벌은 왜 이뤄지지 않았나.
"그점은 과외법률에 과외교사를 한 교사에 대한 처벌 규정에 따랐다. 현행 법률 전 구법률에는 당시 누구든지 불법과외를 하면 처벌하게 돼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다. 그 취지는 원칙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하는 것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 침해라는 것이다. 그 위헌 결정 선고가 난 이후 법이 개정돼서, 과외교습자가 학교 교사인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정군 학생 부모가 과외시킨 것에 대한 처벌의 가부는 헌법재판소 처분 취지에 따라 개정법률 과정에서 표출된 입법자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처벌을 할 수 없다.“

- 정군 부모는 오 교사가 답안지를 대리작성에 대해 알고 있었나.
“정군 부모는 부인하고 있다. 오 교사도 정군 부모나 정군을 통해 알렸다고 하는 사실에 부인하고 있다. 정군 부모가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증자료를 찾을 수 없다.”

- 불법과외는 누가 먼저 제의했나.
“정군의 부모측에서 먼저 제의했다.”

- 위장전입을 도와준 최아무개씨는 정 전 검사와 어떻게 관련됐나.
“정군의 어머니가 강동구에 있는 아파트에 관해 상담하기 위해서 부동산 들렀는데, 그 직원이 최씨였다. 그때 부동산 상담을 하다가 친분을 쌓고 알고 지냈다. 이후 위장 전입을 부탁했고, 그밖에 다른 계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임씨 등 다른 두 교사 정군의 위장전입이 관련이 있나.
“그 건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본건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임 모 교사의 아들 위장 전입이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혐의사실 들어나서 같이 처벌키로 했다.”

- 다른 위장전입자는 약식기소하고, 정 검사만 불구속 기소한 이유는?
“정 전 검사는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국내에 들어와 적응을 잘못하는 아들에 대한 교육 욕심 때문에 과욕을 부렸다. 이 건으로 사표까지 제출한 참작은 있지만, 높은 도덕성 요구되는 검찰의 간부가 위장전입이라는 행위까지 했기에, 또 이 사건의 파장까지 몰고 왔기에 때문에 다른 위장전입자와 달리 책임을 물어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그리고 불법과외한 교사들도 불구속 기소키로 한 점에 따라 형평을 고려했다.”

- 정 전 검사가 검찰에 나와 조서받을 때, 소회나 자세는 어떠했나.
“검찰 간부로서 자식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고 검찰에 나와 조사받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많이 갖고 있었다.”

- 여러 정황이 의심된다고 하면서 정 전 검사를 왜 한번 밖에 안불렀나.
"이 사건에 있어서 실체 진실을 알 수 있는 주요한 키를 갖고 있는 것은 정군의 어머니 이아무개씨다. 보조키는 정 전 검사다. 이씨는 2회 걸쳐 조사를 벌였고, 정 검사는 그것이 부족하다 판단해서 광범위한 조사 마친 다음에 마지막에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불러 조사한 횟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정 전 검사 부인에 대한 처벌은?
“위장전입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법상 세대주를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정 전 검사를 처벌하는 것이다.”

- 서울시 교육청 고발로 조사됐다. 그런데 시교육청 감사 결과와 달라진 것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증거가 안나타난 것인지, 수사상 한계가 있는 것인가.
"서울시교육청 고발사건은 1차로 2건의 답안지 조작사건과 나머지 12건, 합계 14건이 고발됐다. (검찰조사에서) 지금까지 그 외에 오 교사 과외교습 경위와 3명의 교사가 불법과외한 혐의를 밝혔다. 또 정 전 검사의 위장전입 혐의 밝혀냈다. 답안지 대리 작성의 경위 및 동기에 관해서는 질문한 대로 금품수수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모든 방법을 썼는데, 금품수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한다면 충분히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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