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때 약속한 고금리, 만기되니 '반토막'

우체국 저축성보험 상품 말썽... 가입자들 소송 제기할 것

등록 2005.02.15 18:40수정 2005.02.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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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알뜰적립보험 홍보 전단지. 48.6%의 수익률이 마치 확정금리인 것처럼 되어 있다.
우체국 알뜰적립보험 홍보 전단지. 48.6%의 수익률이 마치 확정금리인 것처럼 되어 있다.
공신력을 믿고 우체국 저축성보험에 돈을 맡겼던 가입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험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고율의 이자를 약속했지만 정작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다. 가입자들은 현재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00년 연 9.5%의 금리에 이익배당금까지 지급하겠다며 5년 만기의 '알뜰적립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만기 다가와서야 변동금리란 사실 통보 받아

이기성(가명)씨는 2000년 1월 연 9.5%의 금리에 이익배당금까지 지급하겠다는 보험모집원의 말을 믿고 우체국의 알뜰적립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막상 만기가 돌아오자 당초 공언과는 달리 현행 금리 수준인 5.6%의 이자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당시 홍보 전단지에 변동금리라는 말은 전혀 없었고 모집원도 변동금리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며 "그런데 만기가 되어서야 변동금리상품이라며 이자를 적게 지급하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정순(가명)씨도 고율의 이자를 준다는 말에 아이들 명의로 3구좌, 총 9976만여원을 5년 만기로 일시납부 했다. 그러나 만기가 돌아오자 가입시 약속받았던 1억4800여 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1억2700여만원만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믿고 당시 전 재산과도 같았던 돈을 맡긴 것인데 이렇게 되고 보니 씁쓸한 마음 뿐"이라고 허탈해 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믿었건만...


이러한 반발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보험 모집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가입자들이 변동금리 상품인 것을 몰랐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당시 보험 모집원들이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가입자에게 개별 보상은 할 수 없고 현재로선 소송을 통해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배포된 홍보 전단지에는 5년 동안 48.6%의 확정금리에 이익배당금까지 지급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특히 '이율 상향조정 시 받을 금액이 많다'는 문구는 있어도 만기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표현은 없다.

더구나 우정사업본부는 알뜰적립보험에 대한 민원이 하나 둘씩 제기되기 시작하자 지난해 11월 '알뜰적립보험 만기보험 관련 분쟁 예방 및 해소대책'이라는 민원처리 지침서까지 만들어 직원들을 교육했다. 이 문건에는 지정 체신청별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담대책반을 만들고 민원을 제기하는 가입자 설득에 실패하는 경우 소송으로 유도한다는 지침이 담겨 있다.

우정사업본부 대책, 가입자 설득 안되면 소송으로 유도

'우체국 사기보험 대책모임'(cafe.daum.net/antipost) 박재욱 대표는 "(가입자들의 민원에 대해) 우체국 직원들은 이 문건에 나와 있는 대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맘에 들지 않으면 소송을 하라는 태도로 나오고 있다"고 우정사업본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박 대표는 "강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가입자들을 개별적으로 회유하려고 하고 있지만 승소가능성이 높은 만큼 피해사례를 모아 반드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는 소송에서 패할 경우 보험 상품을 판매했던 직원이나 보험 모집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방침이어서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내부 직원들의 피해와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우체국의 공신력을 믿고 알뜰적립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모두 24만7000여명. 아직까지 만기가 오지 않은 가입자만 해도 9만여명에 이르고 이들의 대부분인 8만여명의 만기가 올 안에 돌아올 예정이라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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