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보험 금리 반토막에 "법대로 하자"

가입자들 "확정보험금 지급하라"... 우정사업본부 대규모 소송 위기

등록 2005.03.18 18:19수정 2005.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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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알뜰적립보험 홍보 전단지. 48.6%의 수익률이 마치 확정금리인 것처럼 되어 있다.
우체국 알뜰적립보험 홍보 전단지. 48.6%의 수익률이 마치 확정금리인 것처럼 되어 있다.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보험 계약자를 모집하면서 고율의 이자를 약속해놓고, 정작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보험 계약자들로부터 무더기 소송을 당하게 됐다.

우체국 사기보험 대책모임은 18일 1차로 모집한 70여명의 보험 계약자들로 소송단을 꾸려 이달 안에 확정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제기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보험 가입자가 확정금리라고 명기된 안내장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면 사법적인 판단에 따라 확정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소송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뜰적립보험은 전국의 우체국에서 연 9.5%의 금리를 약속하며 팔았던 저축성보험이다. 우체국은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입자가 늘어난 이 상품을 팔면서 금리가 오를 경우 이익배당금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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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보험 상품 홍보 전단지를 보면 5년동안 48.6%의 확정금리에다 이익배당금까지 지급하는 것처럼 되어있다. 또 금리가 오르면 받을 금액이 더 늘어난다는 말까지 나와 있지만 금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표현은 없다.

변동금리 사실 제대로 알리지 않아 가입자 분통

그러나 2000년 이후 계속된 금리하락이 이어지자 알뜰적립보험도 이자율을 여러차례 하향조정했고 2003년 7월에는 이자율이 5%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상품의 만기가 올해로 집중되면서 보험 가입자들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만기보험금에 실망해 제기하는 민원이 크게 늘어났고 급기야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대부분 보험 계약은 보험약관 및 본부에서 제작한 보험상품 안내장을 기준으로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가입자를 모았다"며 "다만 일부 우체국에서 확정금리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안내장을 별도로 제작해 활용했다"고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2월에 만기 도래한 계약자 중 89.7%가 만기보험금을 수령해 갔다"며 "(확정금리로 속여 팔았다는) 객관적 증빙 자료를 가입자가 제시하는 경우에 한해 건별로 소송을 통해 확정만기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변동금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는 가입자 주장만으로 만기예상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가입한 계약자도 허위로 이의제기를 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다른 선의의 가입자의 배당금 감소 및 보험 모집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 "객관적 증빙 자료 있어야 소송"

이에 따라 5년전의 홍보 전단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가입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경우 관련 당사자의 증언을 확보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하고 소송 승소도 장담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재욱 우체국사기보험 대책모임 대표는 "5년 전 전단지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을 가입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우정사업본부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보험 계약 건수는 전체 계약의 94.5%에 이르는 8만6515건으로 보험 계약액수만 해도 2조90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소송이 제기될 경우 전국의 우체국과 보험모집인들을 상대로 보험모집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방이 올 한해 계속될 전망이다.

또 우정사업본부는 법원의 판결에서 확정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 보험 모집인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우정사업본부

특히 공공기관으로서 공신력을 지켜야할 우정사업본부가 실적에 급급해 보험모집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정사업본부는 '뒷북' 대책을 내놨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작한 상품 안내장 외에 우체국장도 임의로 상품 안내문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이번 사태가 생겼다고 보고, 앞으로는 본부에서 배포한 안내장만 사용하도록 하고 우체국장이 안내장을 만들 때는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어울리는 우정사업본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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