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멀리 보이던 꿈, 그러나 나를 혹사시켰더니 이루어지더라

효율적 공부 방법 소개 2 : 김종우군 편(카이스트 합격생)

등록 2005.02.16 19:43수정 2005.02.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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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학기보다 더 바쁘게 지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철두철미한 계획 아래 독서실도 다니고 학원 수강도 하고 개인과외도 받고(심지어 기숙학원까지 가서 향학열을 불태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틈틈이 책도 읽고 봉사활동도 하고 모처럼 가족 간 대화 및 여행도 하고...

그러나 이렇게 뜻있게 보내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3분의 2정도는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 먹고 학원 다녀오거나 개인과외받은 것으로 만족하고,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법은 없다.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다. 자기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는 주마가편의 의미로, 겨울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반성하는 계기가 되라는 의미에서 이번에는 카이스트에 합격한 김종우 군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신을 혹사시킨 끝에 마침내 꿈을 손에 쥔 김종우군
자신을 혹사시킨 끝에 마침내 꿈을 손에 쥔 김종우군김형태
3년 전 고등학교 배정을 받던 날.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입학서류를 접수하러 갔을 때 교문 앞에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큰 플래카드를 보았다.

'포항공대 전체 수석 조성진.'

그 플래카드를 보는 순간 나의 피는 용솟음쳤다. 나의 목표는 어렸을 때부터 이공계로 진학하는 것이었고 진로에 대한 신념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이상(理想)을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가 이루었다는 것은 나의 의지를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나도 저 선배 못지않은 결과를 내고야 말겠노라고.

중3 겨울방학. 나는 목표로 하던 과학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했다. 그로 인한 좌절감으로 나는 한동안 푯대 없이 지냈다. 방학 내내 고등학교 학업에 대한 준비는커녕 하루 종일 컴퓨터에 붙어서 살았다. 진학여부에 상관없이 미리 학업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건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공부할 맛을 잃어버린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수학 교과서를 펴든 순간, 너무나도 생소한 개념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항상 한 학기가 시작하기 전 선행학습 후 학기를 시작한 나에게 있어 알 수 없는 새교과서의 내용은 무척이나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공부에 대한 감마저 잃고 있어서인지 더더욱 펜을 잡기가 싫었다.

고1 시절 이렇게 내가 전혀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을 때, 1학년 담임선생님이 나를 바로 잡아 주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항상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반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지도하고 이끌어 주셨다.


그리하여 나는 시간을 낭비하고 놀기만 하던 생활을 버리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공부를 시작하는 데 더욱 뜸을 들였을지 모른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나는 1학년 담임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좋아하는 과목에만 시간을 편중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해야 할 시간에는 놀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직 1학년이니까 하는 여유를 부리면서 말이다.

공부를 하라고 만든 상록실(교내 독서실)에서 항상 수학공부만 하고 나서는 놀았다. 나는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에만 엄청난 편중을 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수학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더더욱 수학공부는 즐겁기만 했다.

거기에 수학과목에 관한 굉장히 강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누구에게도 지기 싫었다. 한마디로 나는 욕심쟁이였다. 그러나 수학 이외의 과목에 대해서는 항상 좋은 결과를 바랄 뿐 그에 부합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험기간 도중에 피시방과 노래방을 다니고 밤샘 벼락치기로 시험을 보기 일쑤였다.

그렇게 성실하지 못했던 동안 고등학교 1,2학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어느새 고 3이 되어 수능시험은 이제 나의 차례가 되었다. 공부할 분량을 헤아려보니 정말 앞이 캄캄하였다. 그래서 이제 정말 고3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학습상태는 형편없지만 내가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난 정신상태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애초에 공부를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빈틈없이 공부를 하려고 하니 잘 안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무조건 앉아 있었다. 무조건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방학이라서 하루 종일 독서실과 학원에만 있기는 했지만 공부습관을 바꾼다는 자체가 나에겐 너무 힘들었다.

나의 원래 공부스타일은 공부를 하고 싶을 때에 앉아서 최고의 집중력으로 지칠 때까지만 딱 하고 그렇게 하면 그날은 놀아버리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는 없었다. 온 집중을 쏟아서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만 했다. 계속 습관을 들이니 깨달을 수 있었다. 공부하다가 집중이 풀리고 피곤했던 것은 집중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 자신을 훈련시킨 결과 5, 6시간 독서실에서 앉아서 공부를 하다가도 30분 식사시간을 가지고 또 집에 갈 때까지 계속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그런 후에 독서실에서 집으로 나갈 때는 피곤한 것 다 잊고 뿌듯함에 가득 차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이렇게만 한다면 몇 달 내로 분명히 내가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몇 달 정도 했다. 그러나 결코 공부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1,2학년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지 못했던 과목은 수능의 특성상 점수가 오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점수는 오르지 않았다. 고3의 정말 큰 스트레스는 공부를 하는 것 자체에서보다도 정말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를 하는데도 점수가 나오지 않을 때 온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항상 저학년 때 기초를 다져놓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지금도 그렇다. 약한 과목에서 점수를 따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강한 과목에서 최고의 점수를 얻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절대로 졸지 않았고 아침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앉아서 공부를 했다. 정말 피곤하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골라서 틈틈이 수면을 취했고, 공부하는 도중에는 절대로 졸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친구들이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조용한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하다가 친구들이 오면 가서 밥을 먹고 오고, 밥을 먹고 와서 시끄러운 교실에서도 무조건 집중을 하여 공부를 했다. 절대로 시간을 다른 데 허비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시간을 완벽하게 쓸 수는 없지만 최대한 노력을 했다. 이대로 해서는 내가 목표한 곳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기로 생각했다.

독서실이 1시에 끝나고 나서 집에 돌아가서는 독서실 아이들과 날 차별화 하기위해서 한 시간씩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잤다. 정말 피곤했지만 그렇게 악물고 해야 나의 약점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주력 과목은 자꾸 점수가 흔들거렸기 때문에 정말로 난 지쳐가고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날 지탱해주던 정신적인 면에서도. 불안함이 수능 남은 날 하루하루 줄어듦에 따라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가고 있던 도중에 내 친구가 카이스트를 추천해 주었다. 내신이 좋은 아이들은 인성면접만 보고 합격이지만 난 내신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전문성 면접만 붙으면 내가 자신 있는 수학과 과학으로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었고, 내 생각이 잘 맞아 떨어져서 내가 이렇게 지금 수기를 쓸 입장까지 되었다.

여태까지 이렇게 나를 혹사시켰던 적은 없었고 그동안은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운과 좋은 결과가 따라주어서 이 모든 것들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후회가 많이 남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이기 때문에 한 번 더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도 솔직히 많이 든다.

상록실에서의 여러 가지 추억들, 그리고 정말 공부하기 싫어했던 철없는 학생의 땡땡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침에 일어날 때의 시뻘건 나의 눈을 볼 때의 뿌듯함.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절대로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처음 고교에 원서 접수를 하러 올 때의 다짐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기쁘다. 이제 웃으며 졸업식을 치르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동안에 나에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새로운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니까.


김종우 군의 합격 수기에도 손쉽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었다. 김군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진로가 일찍 정해지고 그것이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동물도 아니다. 남이 학교 가니까 학교 가고 남이 공부하니까 공부하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급적 일찍 나의 소질과 적성, 능력, 환경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인생설계를 하여라. 인생설계 없이 삶을 살겠다는 학생은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여러분의 인생은 63빌딩보다 소중하다. 목표의식(사명감)은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늘 생각하라!

단순히 대학가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는 그 사람은 시험의 노예다. 그러나 나의 푸른 꿈을 펼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의 주인공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과 일이 좋아 열심히 하고나니 부수적으로 돈까지 생기는 사람. 작지만 큰 차이를 생각해보라!

둘째,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처럼, 한번의 실패가 자신의 교만함을 깨뜨리고 겸손하게 했다는 점이다. 사람은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넘어지면 땅을 원망하지 말고 그 땅을 딛고 일어서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셋째, 선생님들의 역할도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분명 복이다. 그러나 무조건 기다리지만 말고 여러분 편에서 선생님들(선배도 좋고 부모님도 좋다)에게 손을 내밀어라. 분명 도와주실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시 강한 정신력, 무서운 의지가 오늘의 김군을 있게 했다고 본다. 여러분도 한번 여러분의 푸른 꿈을 향해 무섭게 도전해보라! 도전하는 인생은 아름답다 하지 않는가?

“멀리 보이던 꿈, 그러나 나를 혹사시켰더니 이루어지더라!”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하지 않는가? 꿈을 위해 자신을 혹사시켜 보라, 그러면 분명히 멀리만 보이던 꿈이 손에 쥘 만큼 가까이 보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리울(아호: '유리와 거울'의 준말) 김형태 기자는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와 소설을 쓰는 문인이자, 제자들이 만들어 준 인터넷 카페 <리울 샘 모꼬지> http://cafe.daum.net/riulkht 운영자이다. 글을 써서 생기는 수익금을 '해내장학회' 후원금으로 쓰고 있는 현직 국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리울(아호: '유리와 거울'의 준말) 김형태 기자는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와 소설을 쓰는 문인이자, 제자들이 만들어 준 인터넷 카페 <리울 샘 모꼬지> http://cafe.daum.net/riulkht 운영자이다. 글을 써서 생기는 수익금을 '해내장학회' 후원금으로 쓰고 있는 현직 국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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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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