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기금' 성토장 된 수요 집회

[현장] 정대협 등 일본대사관 앞에서 "국민기금 폐지" 촉구

등록 2005.02.16 20:55수정 2005.02.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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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1백여명이 참가한 수요집회는 일본 '국민기금'의 기만적 운영을 규탄하고, 일본정부의 즉각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1백여명이 참가한 수요집회는 일본 '국민기금'의 기만적 운영을 규탄하고, 일본정부의 즉각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열기로 가득했다.이민우
“일본 ‘국민기금’은 심달연 할머니가 받지도 않은 기금을 받은 것처럼 조작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한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이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국제기구의 요구대로 법적 배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16일 낮 12시 서울 종로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 비가 내려 추운 날씨에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664차 수요시위는 말 그대로 일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래 국민기금)의 기만성을 성토하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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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국민기금 폐지하고 사죄 배상하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윤미향 사무총장은 “심달연 할머니 외에도 기금전달 과정에 브로커 따위의 중간업자들이 비도덕적인 뒷거래를 자행해 왔다”며 “이른바 ‘국민기금’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올해 안에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그동안 수차례 국민기금 브로커 행위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대책을 요구했으나 묵살됐습니다. 이번에 비도덕적인 ‘국민기금’의 행태가 드러난 만큼 외교부는 진상조사와 함께 일본 ‘국민기금’측에 사과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윤 사무총장은 “지금 정대협은 일본의 사죄 배상 촉구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상국 가입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라 실무자들이 각 대학을 찾아다니며 받고 있다”며 “각 직장과 모임에서 서명운동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할머니들, "살아있는 동안 제발 사죄 받게 힘 모아 달라"


집회참가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이용수 할머니는 “13년째 이렇게 매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김종필이와 같이 나쁜 인간들이 일본놈들하고 눈 맞고 해서 자기는 국무총리도 해먹고 다 해먹으면서 할머니들은 아무런 배상도 못 받은 채 돌아가시도록 해 놨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할머니의 말은 차라리 절규였다.

“여러분 우리는 이제 나이가 많아 곧 죽어갑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제발 사죄받고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한일협정도 재협상하도록 힘 모아주세요.”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다못해 황금주 할머니는 끝내 흐느껴 울고야 말았다.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다못해 황금주 할머니는 끝내 흐느껴 울고야 말았다.이민우
이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기금에 평생 모은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던 황금주 할머니는 자유발언을 통해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내가 지금 여든 여섯인데, 나 억울해서 도저히 못 죽어요. 내가 200살까지 살 거예요. 그래서 우리한테 나쁜 짓 한 놈들 다 죽는 거 보고 눈감을 거야. 한국정부도 일본놈들하고 똑같아요. 한일협정 엉터리로 했던 김종필이, 박정희 딸 다 내쫒아야 해요.”

할머니의 성토가 끝나자 일본대사관 앞에 구호가 높이 울려 퍼졌다.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죄하고 즉각 배상하라!”
“일본정부는 국민기금 폐지하고, 즉각 사죄 배상하라!”

일본인들도 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촉구

수요집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데 동의하는 일본인들도 10여명 참가해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력히 성토했다.

일본에서 온 청년 와타나베 나오키가 일본대사관을 향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온 청년 와타나베 나오키가 일본대사관을 향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이민우
와타나베 나오키는 “일본정부는 전쟁과 할머니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선 안된다”며 “전쟁 당시의 죄상을 큰눈으로 지켜봤던 이 자리에 계신 할머니들에게 일본 정부는 즉각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일본 대사관을 향해 또 이렇게 말했다.

“일본 대사관 여러분. 이 자리에서 평화를 위해 600회가 넘게 외침이 있는데도 아무런 응답도 없는 게 과연 평화를 원한다는 일본의 대응입니까. 일본은 지금 당장 진실한 응답을 해야 합니다.”

일본의 노동운동가 나카무라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서명운동 등에 적극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의 노동운동가 나카무라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서명운동 등에 적극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이민우
10년 넘게 정대협의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나카무라 다케는 “올해 오사카에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말한 뒤,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서명운동 등에 적극 함께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나카무라는 집회 시작 전, 국제서명운동을 위해 일본 노동자 840명의 서명이 담긴 용지를 정대협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과거청산 않는 한 일본의 외교적 고립 불가피

이어 수요집회 참가한 100여명의 각계인사들은 집회를 주관한 경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주현 사무처장이 대표 낭독한 성명을 통해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상국 진출도 일본의 의도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청산을 하지 않고 있는 한 일본의 국제적, 외교적 고립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정부가 피해자 할머니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외교정책으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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