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것 다내고 정권 바뀌면 팔지.."

[판교대책 시장·전문가 반응] 대체로 시큰둥... "근본 대안 안돼"

등록 2005.02.17 16:16수정 2005.02.17 17:39
0
원고료로 응원
a 판교 관할 중부지방국세청 및 성남세무서직원들이 판교 신도시 분양 예정지인 분당구 판교동에서 청약통장 불법거래 현장단속을 실시한 17일, 대부분 상가들이 문을 닫아 단속원들만이 거리를 살피고 있다.

판교 관할 중부지방국세청 및 성남세무서직원들이 판교 신도시 분양 예정지인 분당구 판교동에서 청약통장 불법거래 현장단속을 실시한 17일, 대부분 상가들이 문을 닫아 단속원들만이 거리를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판교가 평당 2000만원 된다는데 이대로 팔 수는 없지 않겠어요."

판교 청약과열로 시끌시끌 해지기 전 김인혜(가명, 46세)씨는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48평형짜리 아파트 한 채를 여윳돈(4억9000만원)으로 사뒀다. 이후 판교 중대형평형의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 정도는 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적어도 6∼7억원 아래로는 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7일 판교 중대형 아파트 가격안정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이같은 자신만의 '재테크론'을 당분간 바꾸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판교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으로 묶겠다고 했지만 설마 그렇게 되겠냐, 어차피 2000만원까지는 뛸 것 같다"며 당분간 팔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세금 낼 것 다 내고 있다가 노 대통령 퇴임하면 그때가서 팔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설 이후 상승세는 꺾였지만..." 시큰둥한 부동산 시장

[강남 재건축·판교인근 부동산 시장 반응] 정부가 17일 판교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아직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큰둥한 분위기다. 이는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설 이후 매도세가 두드러지면서 가격이 소폭 하락했기 때문에 이날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얘기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 이후 매수세가 뚝 끊겨 버렸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가격안정대책으로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을 기대하는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동구 고덕 주공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동서울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설이 지난 다음부터 매수세는 없어졌고 전화상담도 없어졌다"며 "매도자들만 전화가 오고 있고 매물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매물이 싸게 나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쪽은 매도·매수세가 동시에 끊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경우다. 인근 부부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설을 지나면서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가격이 오르지는 않고 있다"면서 "지난주와 비슷하게 개포주공 1단지 15평의 경우 5억80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여유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건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판교와 인접한 분당 쪽도 매수세가 확연히 끊겼지만 가격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민하식 현대공인중개사 사장은 "지난 15일부터 매수자들의 문의가 뜸해졌지만 매도자들의 호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날 판교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다는 것이 민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야탑동 장미동부 48평형의 경우 지난주까지만 해도 5억3000만원 정도에 가격대가 형성됐지만 사자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호가가 6억원까지 뛰는 경우가 많다고 민 사장은 전했다. 민 사장은 "판교의 중대형아파트 분양가가 1500만원에 잡힐 것이라고 믿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다"며 "판교가 2000만원에 형성된다고 가정할 때 매도자들은 6억원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 "단기적 진정책 되지만 부작용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

[부동산 전문가 반응] 이날 정부의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나 판교의 청약열기를 잠재우는 단기적 진정책은 되겠지만 근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들썩들썩했던 가격은 당분간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분양가와 채권액을 동시에 고려하는 병행 입찰제가 "시장기능에 맞지 않다"면서 "이렇게 억제를 하면 결국 그 반대의 효과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예를 들면 병행 입찰제로 인해 분양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판교 중대형 아파트에 당첨되면 부가적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정부가 내놓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그는 "원가연동제의 도입취지는 25.7평 초과 주택에 대한 채권입찰제 실시로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서민형 아파트 즉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병행 입찰제 실시로 시장기능을 살리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개발이익도 더 많이 거둬들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규제강화책도 결국 정부가 말을 번복한 경우밖에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후분양제 조속 도입, 공급정책 이원화 등 조언도

고종완 RE 멤버스 대표의 진단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고 대표는 "이날 정부 발표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하락세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투기적 수요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 처방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 분석했다. 고급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강남권의 수요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판교 분양 뒤 발생하게 될 당첨 프리미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중화된 가격구조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분양제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했다. 분양가와 분양 뒤 매매가의 차익을 노리고 투기수요가 발생하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구조와 단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 대표는 '공급의 이원화' 정책을 정부에 주문했다. 공공택지에서는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으로 강남권의 고급주택 수요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고 대표는 "의왕시나 하남시쪽에 강남권 대체 신도시를 조성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렇게 거둬들인 개발이익으로 공공택지에서는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단체 쪽도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김성달 경실련 간사는 이날 정부의 대책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간사는 "오늘 대책으로 판교가 돈이 안 된다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잠깐 유보하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간사는 "집값이 잠깐 주춤할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분양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분양가연동제는 지금이라도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간사는 병행 입찰제 실시가 건설업체간 담합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간사는 "정부는 정부와 건설업체, 실수요자들의 윈-윈 정책이라고 볼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병행 입찰제는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찰자격을 제한하고 병행 입찰제를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업체간 담합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공공택지에서의 공영개발, 그리고 후분양제의 도입이 근본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